[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게 상품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한이 현행 대비 절반 수준으로 단축된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백화점·면세점 등의 특약매입, TV홈쇼핑·온라인몰 등의 위수탁, 아울렛·복합쇼핑몰 등의 임대을 거래(이하 특약매입 등)에서는 대금 지급기한이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단축된다. 대형마트·편의점·온라인몰 등이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거래는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에서 35일로 줄어든다.
특약매입 등의 지급기한을 20일로 정한 것은, 실태조사 결과 업계 평균 지급기간이 20일 내외였고 당월 거래에 대해서는 최소 익월 정산이 필요한 점, 실무상 정산에 약 20일이 소요되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직매입 거래의 경우 공정위는 애초 3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법상 상한(60일)에 근접해 대금을 지급해온 일부 업체의 관행(평균 53.2일)을 업계 평균 수준(27.8일)으로 끌어내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규모유통업자의 부담과 수용 가능성 등이 고려되면서, 단축폭이 당초안보다 소폭 줄어든 35일로 최종 결정됐다.
개정안은 직매입 거래에서 월 1회 정산 방식을 택하는 경우, 매입마감일(월 말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도 뒀다. 단축된 지급기한(35일)만 적용하면 월 1회 정산 방식 자체를 쓸 수 없게 돼 업계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유통업자의 재고 부담이 늘어 납품업자에게 유리한 직매입 방식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천재지변이나 납품업자 채권에 대한 압류 등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대금 지급이 사실상 곤란한 경우에는 특약매입 등과 직매입 모두에 예외가 인정된다. 직매입에 한해서는 대규모유통업자의 파산·회생, 급격한 현금흐름 악화 등 긴급한 경영상의 우려가 있을 때 공정위 승인을 받으면 지급기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조항은 애초 공정위 방안에는 없었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됐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유통업체가 단축된 지급기한으로 자금난이 더 악화되면 그 피해가 거래 납품업체에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법 집행 과정에서 이 예외가 남용되지 않도록, 대금 지급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어려운 경우에 한해 승인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예외 사유와 절차는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법률·재무 전문가 자문을 거쳐 하위 법령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터진 티몬·위메프 사태와 홈플러스 회생절차를 계기로 대규모유통업자의 대금 지급 실태를 재점검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2025년 2월부터 11개 업태 111개 유통 브랜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고, 간담회·설문조사 등을 거쳐 같은 해 12월 대금 지급기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국회에서는 임미애·오세희·김남근·김동아·이만희·박상웅·송재봉·민병덕·김현정·김용만·이양수·이주희·강민국·김승원·임이자·최기상·이강일 의원이 대표발의한 관련 법안 등 총 18건을 토대로 논의가 이뤄졌고, 최종적으로 정무위 대안으로 의결됐다.
공정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래방식별 평균 대금 지급기간(2025년 조사, 2024년 12월 기준)은 특약매입 23.2일, 위수탁 21.3일, 임대을 20.4일, 직매입 27.8일이었다. 직매입의 경우 지급일이 50일을 넘는 브랜드도 있었는데, 영풍문고(65.1일), 다이소(59.1일), 컬리(54.6일), 메가마트(54.5일), 쿠팡(52.3일)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은 유통업체들이 정산시스템 개편 등 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대금 지급의무는 상품 수령·판매 행위에서 발생하는 만큼, 개정 법률은 법 시행 이후 상품을 수령하거나 판매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개정 법률은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법률 공포 즉시 하위 법령 정비에 착수하고, 유통업계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도 병행해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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