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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GE·일본선 아쿠아…中 하이얼의 세계 공략법


中 브랜드 약한 인지도 M&A로 보완…GE·산요·캔디 잇달아 인수
하이얼 브랜드 판매량 17년 연속 세계 1위…유럽서 中 점유율도 급성장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미국의 GE, 일본의 아쿠아(AQUA), 유럽의 캔디(Candy)와 후버(Hoover).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들 가전 브랜드의 주인은 모두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이다.

1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하이얼은 세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자체 브랜드 인지도를 현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보완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하이얼이 최근 10년간 M&A한 국가별 브랜드를 AI로 정리한 그림. [사진=챗GPT]
하이얼이 최근 10년간 M&A한 국가별 브랜드를 AI로 정리한 그림. [사진=챗GPT]

기술과 생산시설, 유통망뿐 아니라 현지 소비자가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이름값'까지 함께 확보하는 방식이다.

실제 하이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커졌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하이얼은 지난 2025년 판매량 기준 세계 대형가전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기업 매출액이나 하이얼그룹 전체를 기준으로 한 순위가 아닌 '하이얼' 단일 브랜드의 제품 판매량 기준이다.

2009년 처음 1위에 오른 뒤 17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세계 대형가전 시장에서 하이얼 브랜드의 판매량 점유율도 2009년 6.3%에서 지난해 12.1%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세탁기 역시 2009년부터 17년 연속 판매량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NIQ(GfK)는 중국 가전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앞세워 주요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조용히 높여왔다"고 분석했다. 가격 경쟁력으로 해외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린 뒤 최근에는 더 높은 가격대의 프리미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얼이 과거 G마켓에서 판매했던 42인치 풀HD '무카 TV'.

에디슨의 GE부터 日 산요까지…'이름값'도 샀다

하이얼이 M&A로 사들인 것은 공장과 기술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게 미국 GE다.

GE의 역사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에디슨이 세운 전기회사가 다른 회사와 합쳐지며 1892년 GE가 탄생했고, 이후 냉장고와 세탁기 등으로 미국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현재도 미국 가정 절반 이상에서 GE어플라이언스 계열 제품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하이얼은 지난 2016년 54억달러를 들여 GE의 가전사업부 GE어플라이언스를 인수했다.

인수 후에도 GE라는 익숙한 간판을 하이얼로 바꾸지 않았다. 미국 내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역량, 유통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100년 넘게 쌓인 GE의 브랜드 자산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비슷했다. 아쿠아라는 브랜드는 2012년 출범했지만 뿌리는 한때 파나소닉·소니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했던 전자업체 산요전기의 냉장고·세탁기 사업이다.

하이얼은 산요의 일본·동남아 백색가전 사업을 인수한 뒤 일본 시장에서는 아쿠아를 앞세우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 2019년 이탈리아 가전업체 캔디를 4억7500만유로에 사들였다. 이를 통해 캔디와 후버 등 기존 브랜드와 현지 생산·유통망을 확보했다.

이 같은 적극적 M&A의 결과로 하이얼은 하이얼·카사르테·리더·GE어플라이언스·캔디·피셔앤페이켈·아쿠아 등 7개 주요 브랜드를 지역과 가격대에 따라 운영한다.

하이얼 스스로도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이를 '지역별 차별화된 멀티브랜드 전략'으로 설명했을 정도다.

이런 방식은 다른 중국 업체에서도 나타난다. 하이센스는 지난 2018년 슬로베니아 가전업체 고렌예를 인수해 유럽 백색가전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 메이디도 지난해 독일계 주방가전 업체 테카를 품었다.

LG전자의 AI 기능을 갖춘 세탁기 라인업. △LG 트롬 AI 세탁기(25kg) △LG 트롬 AI 건조기(25kg) △LG 트롬 AI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세탁·건조 23kg) △LG 트롬 AI 워시콤보 컴팩트(세탁 11kg·건조 6kg) 총 4종.[사진=LG전자]

유럽 세탁기 20%까지 파고든 中…작지만 매운 한국선 '삼성·LG 벽'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은 실제 시장에서도 커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하이얼과 하이센스의 유럽 세탁기 시장 합산 점유율은 2016년 2.9%에서 2025년 20.5%로 뛰었다. 10년 만에 7배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냉장고도 같은 기간 5.6%에서 18.7%로 상승했다.

하이얼만 떼어놓고 봐도 유럽 생활가전 시장에서 이미 상위권이다. 하이얼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인용된 GfK 자료에 따르면 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 하이얼 계열 세탁가전의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14.7%로 2위를 차지했다. 냉장고 점유율은 10.8%다.

한국에서도 하이얼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냉장고·김치냉장고·냉동고·세탁기·에어컨부터 와인셀러·식기세척기·제습기·로봇청소기까지 다양한 생활가전을 판매한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주요 판매 채널로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찾는 1인 가구와 학생 등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쌓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국내 대형가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벽이 여전히 높다. 두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뿐 아니라 유통·설치와 사후서비스(AS)까지 시장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중국 가전 기업 대부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판매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의 본진인 한국에서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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