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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LAW] "우리 회사 법률자문, 어떤 화면에 입력되고 있나"


변호사 입은 무거워졌는데, AI의 서버는 기억한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026년 2월 19일 공포된 변호사법 제26조의2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 의사교환과 일정한 법률자문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권리인 비밀유지권을 명문화했다.

보호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회사가 변호사에게 법률 조언을 구하며 비공개로 주고받은 의사교환 내용(제1항)과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과 관련해 소송·수사·조사를 위해 작성한 서류와 자료(제2항)다. 제도는 2027년 2월 20일부터 시행되는데 시행 전 의사교환과 서류·자료에도 적용된다.

문제는 이 새 방패가 기업의 일상적 AI 사용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확인해야 할 질문은 셋으로 정리된다.

정호선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정호선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첫째, 그 정보는 누구까지 알고 있는가

제1항의 보호는 ‘비밀인 의사교환’을 전제한다. 대화 당시 비밀이었는지에 더해 이후 접근 범위와 공유 경로의 통제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생성형 AI에 정보를 입력하면 서비스 제공자 등이 정보 처리에 관여할 수 있어 계속 비밀로 관리됐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은 ‘United States v. Heppner’ 사건에서 변호사의 지시 없이 소비자용 공개형 AI와 나눈 대화 와 생성 문서에 변호사-의뢰인 특권과 업무성과물 보호를 인정하지 않았다. 약관상 입력 내용이 수집·활용될 수 있었고 AI와 대화는 변호사와 의사소통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미 받은 법률 조언을 공개형 AI에 입력하면 AI 대화뿐 아니라 원래 자문의 보호도 흔들릴 수 있다.

특정 서비스와 사용 방식에 관한 미국 판결인데 비밀성 관리의 무게를 보여주는 참고 사례다.

둘째, 어떤 환경에서 AI를 쓰고 있는가

다만 AI 사용이 곧 보호 상실을 뜻하지는 않는다. 미국 콜로라도 연방지방법원은 2026년 3월 ‘Morgan v. V2X’ 사건에서 공개형 AI를 썼다는 사정만으로 민사소송상 업무성과물 보호가 당연히 포기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비밀유지권이 아니라 업무성과물 보호에 관한 판단인데 법원이 해당 소송의 비밀자료를 AI에 입력할 때 제시한 조건은 참고할 만하다. AI 제공자가 입력정보를 저장하거나 모델 학습에 쓰지 않고, 서비스 제공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으며, 이용자가 요청하면 해당 정보를 삭제한다는 조건이다.

이를 반영하면 회사가 승인한 AI의 계약에 학습 금지, 제3자 제공 제한, 삭제 보장 조항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고 법률자문 자료는 변호사의 지휘·관리 아래 승인된 도구로만 다루는 것이 좋다.

셋째, 그 조언은 누가, 어떤 채널로 하고 있는가

정호선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박세훈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내변호사도 문언상 ‘변호사’에 해당하므로 회사와 법률자문이 제1항의 보호 대상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다만 법률 검토와 일반적 경영·사업 논의가 한 문서에 섞이거나 수신 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면 법률조력을 위한 의사교환이었는지 다투어질 수 있다.

제2항의 ‘수임한 사건’ 요건이 사내변호사 업무에 어떻게 적용될지는 앞으로 해석과 판례를 지켜봐야 한다.

중요하거나 분쟁 가능성이 큰 사안은 외부 변호사의 실질적 참여를 포함해 자문 구조를 초기부터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외부 변호사를 이메일 참조에 넣거나 문서에 이름만 표시한다고 보호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보호 여부는 매체 이름보다 수신 범위, 접근권한, 전달·보존·삭제 방식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법률자문은 회사가 승인한 채널에서 일반적인 사업 논의와 분리해 기록하고, 열람자도 필요한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

표기가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는 일

비밀유지권 대응이라고 하면 ‘Privileged & Confidential’ 표시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일정 조율 메일까지 기계적으로 표시하면 내부 분류와 관리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법률자문이 어떤 경로로 오가고 어디에 저장되며 누가 접근하는지부터 정리해야 승인된 AI의 범위와 법무부서의 관문을 설계할 수 있다.

AI 대화창에 입력한 문장은 단순한 ‘생각 정리용 메모’가 아니라, 언젠가 조사나 분쟁에서 제출·검토 대상이 될 수 있는 업무기록이라는 점을 전 임직원이 알아야 한다. 이것이 특히 ‘우리 회사가 법을 위반한 것 아닌가’ 같은 자기평가성 질문과 관련 자료를 승인되지 않은 AI에 입력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새 제도는 보호의 문을 열어주었을 뿐, 그 문을 지키는 일은 기업의 몫이다.

“우리 회사의 법률자문은 지금 어떤 화면에 입력되고 있는가?”

정호선·박세훈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sehoonpark@yoonyang.com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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