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2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 60대 남성이 과일코너 한가운데 놓인 추석 선물세트 매대에서 키위상자를 카트에 담고 있었다.
하지만 널찍한 통로에서 선물세트를 고르는 고객은 이 남성뿐이었다. 추석 대목을 맞은 여느 대형마트와 달리 상품 선택을 돕는 직원도 눈에 띄지 않았다. 홀로 키위에 흠집이 없는지 살펴본 남성은 선물세트 5개를 카트에 싣고 한산한 통로를 빠져나갔다.
![22일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마트 고객들이 과일 선물세트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https://image.inews24.com/v1/3ce79ed6d029e5.jpg)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한 뒤 처음 맞는 명절 대목이지만 홈플러스 매장 분위기는 시끌벅적하기보다 대형마트에서 좀처럼 느끼기 힘든 '공간감'이 먼저 다가왔다. 상품은 돌아왔지만 고객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습이었다.
홈플러스는 영업재개에 맞춰 '명절 물가 잡는 홈플 is back'이라는 대규모 추석 성수품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이 투입되면서 여름까지 자체브랜드(PB) 상품 일색이던 매대에도 신선식품과 주류, 간편식 등 대부분 상품이 다시 들어찼다.
하지만 상품 구색이 회복된 것과 달리 고객 발길은 아직 예전만 못했다. 배송 등 일부 서비스가 제한되면서 명절 장보기를 다른 대형마트나 e커머스에서 이미 마친 고객도 있었다.
동그랑땡이 진열된 냉동고 앞에서 만난 30대 여성 구모씨도 추석 먹거리는 e커머스에서 구매하고 간단한 저녁 장을 보기 위해 월드컵점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추석이라고 명절음식 관련 재료를 가져다 놨는데 여전히 매대가 빈 곳이 많아 안타깝다"며 "예전에는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러 항상 왔던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 육류과 과일, 공산품 선물세트 매대 곳곳에는 "선물세트 구매후 매장에서 수령은 가능하나 배송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대량구매가 많은 명절 선물세트 특성상 배송 서비스 제한이 판매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22일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마트 고객들이 과일 선물세트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56358baa80b13.jpg)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연휴 직전인데도 고객 카트에는 추석 성수품보다 라면과 음료, 냉동식품 등 일상 먹거리와 생활용품이 주로 담겨 있었다.
육류와 생선, 달걀 등 주요 신선식품도 상당부분 채워졌지만 할인행사에도 매대 앞은 한산했다. 델리코너로 향하던 30대 여성 박모씨는 "신선식품은 없을 것 같아 이미 쿠팡으로 주문했는데 와보니 꽤 있긴 하더라"면서도 "여전히 매대가 많이 비어 있는 느낌이고 살 게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에 이번 추석은 단순한 명절 대목 이상의 의미가 있다. 회생계획안 인가와 영업재개 이후 소비자 신뢰와 구매수요가 얼마나 회복됐는지 확인할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67개 대형마트 영업을 재개한 뒤 첫 닷새간 매출은 437억원으로 영업중단 직전보다 191% 늘었다. 영업재개 직후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며 매출이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매출은 회사가 세운 목표의 약 40% 수준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일시적 영업재개 효과를 넘어 안정적 매출을 확보하는게 과제로 남은 셈이다.
당장 밀린 공익채권을 갚고 영업을 정상화하려면 현금창출력을 회복해야 한다. 홈플러스가 긴급운영자금을 투입해 상품공급을 정상화하는데 공을 들이는 것도 매출기반을 되살리지 못하면 회생계획을 이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홈플러스는 채권변제를 위해 대형마트 사업부문 인수합병(M&A)에도 나섰다.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잠재적 인수후보군에 투자안내서를 발송했다. 인수후보 입장에서도 홈플러스가 정상영업을 재개한 뒤 어느 정도 매출을 회복할 수 있는지는 사업성을 판단할 주요 변수다.
결국 매대에 상품을 다시 채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떠난 고객까지 다시 불러와야 한다. 회생이후 처음 맞는 추석 대목은 홈플러스가 '영업정상화'를 실제 매출로 증명할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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