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유럽연합(EU)이 방향성 전기강판(GOES)에 대한 수입 규제를 변압기용 적층판과 코어, 완성 변압기 내부에 장착된 코어까지 확대한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유럽 사업에 원가 부담과 공급망 불확실성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다만 관세를 GOES 사용량에만 적용할지, 코어 전체 중량을 기준으로 매길지 등 세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업계는 실제 영향을 계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유럽향 변압기 공급계획을 바꾸거나 계약 물량을 조정하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2025.10.12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88d2f5ce004cc.jpg)
23일 전력기기·철강업계에 따르면 EU는 오는 25일부터 GOES와 이를 가공한 변압기용 적층판·코어에 잠정 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한다. 잠정조치의 적용 기간은 155일이다.
GOES는 특정 방향으로 자성을 강화한 전기강판으로, 변압기에서 전압을 변환하는 코어의 핵심 소재다. 변압기의 에너지 손실과 효율을 좌우해 전력기기 산업의 주요 원재료로 꼽힌다.
한국산 GOES에는 4789.93톤의 국가별 쿼터가 배정됐다. 쿼터 안팎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 기준이 적용된다. 특히 완성 변압기에 이미 내장된 코어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으며, 이 경우 톤당 1140유로의 잠정 세이프가드 관세가 부과된다. 내장 코어 물량은 국가별 쿼터에서도 제외된다.
소재에서 완제품으로 넓어진 규제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2025.10.12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63c34ce9f56c2.jpg)
이번 조치의 특징은 규제 범위가 전기강판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GOES를 추가 가공한 적층판과 코어는 물론, 해당 코어가 들어간 완성 변압기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EU 집행위원회는 GOES가 전력변압기의 핵심 소재인 만큼 소재만 규제하면 적층판이나 코어 등 가공품 형태로 우회 수입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내 철강·전력기기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범위를 후방 소재에서 부품과 완제품으로 넓힌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한 GOES나 코어를 사용해 변압기를 제작한 뒤 유럽으로 수출하는 국내 업체들도 잠정조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유럽의 전력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확대, 데이터센터 건설로 변압기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 요인이 생긴 셈이다.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2025.10.12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8e61131c19c8a.jpg)
HD현대일렉트릭은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회사는 원재료 조달과 비용 측면에서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체적인 부담 수준과 대응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유럽에 공급하기로 한 변압기 물량이나 사업계획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계약을 즉각 변경하거나 공급에 차질을 빚을 정도의 상황은 아니며, 실제 적용 방식이 구체화된 이후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어디에 매기나…비용 계산부터 ‘안갯속’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관세 산정 기준이다. 완성 변압기에 들어간 GOES의 중량만 따로 산정해 관세를 부과할지, 가공된 코어 전체를 기준으로 적용할지에 따라 기업의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압기 내부에 장착된 코어에서 한국산 GOES 사용량을 어떻게 구분하고 원산지와 중량을 어떤 자료로 증명해야 하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제품별 설계와 코어 구조가 서로 다른 만큼 동일한 방식으로 비용을 산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업별 영향에도 차이가 날 전망이다. 유럽 사업에서 배전기기 비중이 높거나 유럽 외 지역에서 생산한 소재를 사용하는 업체는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유럽향 전력변압기 수출 비중이 높고 국내산 GOES와 코어를 주로 사용하는 기업은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2025.10.12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06ccd032341031.jpg)
GOES를 생산하는 포스코도 잠정조치 시행 이후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최종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정부, 고객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U의 최종 판정은 내년 2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잠정조치 시행 과정에서 수입량과 역내 산업 피해, 기업별 비용 부담 등을 검토한 뒤 규제의 유지 또는 변경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글로벌 전력망 투자와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변압기 시장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EU의 보호무역 조치는 국내 업체들의 유럽 공략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당장 수출이나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관세 산정 기준과 최종 규제 수준이 확정될 때까지 비용과 공급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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