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반복적으로 담합을 저지르는 사업자에 대해 등록취소·영업정지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에 나선다. 담합 처분시효를 현행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늘리고, 자진신고자에게 부여해온 시정조치 감면 혜택도 없애기로 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오전 7시30분부터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협의에는 당에서 정책위의장, 수석부의장, 정무위·산자위·기후위 간사 등이, 정부에서는 공정거래위원장과 산업부·기후부·국토부 실장급 공무원 등이 참석했다.

당정은 담합 억지력 강화, 담합 적발률 제고, 시정조치 실효성 제고를 목표로 5개 공정거래법 개정 입법과제를 패키지로 추진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시장 퇴출 제도다. 안전·생명, 에너지·산업, 환경, 운송 등 4대 분야 17개 업종을 대상으로, 5년 이내 2회 이상 담합한 사업자는 개별법에 따라 등록취소 또는 영업정지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법을 함께 개정한다.
구체적으로는 공정위가 반복 담합 사업자를 적발해 관계 부처에 등록취소·영업정지를 요청하면, 해당 부처가 개별법에 근거해 처분을 내리는 방식이다. 소방시설업(소방청), 전기공사업·설계감리업(기후부), 측량업(국토부) 등 4개 업종은 등록취소와 영업정지가 모두 가능하고, 의약품 제조·수입업(식약처), 고압가스제조업·석유정제업(산업부), 폐기물처리업·환경전문공사업(기후부), 여객·화물운송업(국토부) 등 13개 업종은 영업정지가 가능해진다.
담합 적발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공정거래법상 담합 처분시효를 현행 최대 12년(조사 미개시 시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 조사 개시 시 조사개시일부터 5년을 더해 최대 12년)에서, 조사 미개시 시효를 10년으로 늘려 최대 15년까지 연장한다. 국세 부과 분야의 역외거래 부정행위에 이미 적용 중인 15년 시효와 형평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 분야 공공입찰 담합을 선제 적발하기 위해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에 교육청을 의무 협조 기관으로 명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국가·지자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은 BRIAS에 입찰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있지만 교육청은 빠져 있다. 나라장터를 통한 교육청 발주 입찰정보는 조달청의 임의 협조로만 연계되고 있어(2026년 4월~), 안정적 자료 확보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당정의 설명이다. 최근 교복 구매 담합(2025년 6월 구미, 2026년 3월 광주)과 교육용 태블릿PC 입찰 담합(2026년 9월 안건 상정)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시정조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의 가격재결정명령"을 공정거래법 시정조치 유형으로 명문화한다. 현재는 공정거래법 제42조의 '그 밖의 필요한 시정조치' 조항을 근거로 인쇄용지 담합(2026년 4월), 제분사 밀가루 담합(2026년 5월), 전분당 담합(2026년 8월) 등에 가격재결정명령을 부과해왔는데,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조치 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자진신고 감면 혜택도 손질한다. 현재 자진신고 1순위 사업자는 시정조치·과징금·고발을 모두 면제받고, 2순위 사업자도 시정조치 감경과 과징금 50% 감경, 고발 면제를 받는다. 앞으로는 과징금·고발 감면 혜택은 유지하되 시정조치 감면 혜택은 없애기로 했다. 가격재결정명령 등 적극적 시정조치가 자진신고자에게 면제되면 시장질서 회복 효과가 제한된다는 판단에서다. 당정은 "EU, 미국, 일본 등 해외 경쟁당국의 리니언시 제도에서도 과징금·형사책임 외에 시정조치까지 면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정이 이번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반복되는 민생 필수품목 담합이 있다. 설탕은 2007년 제당 3사가 15년간 장기 가격담합으로 제재받은 데 이어, 올해 다시 3사가 4년간 3조2000억원대 가격담합을 벌인 것이 적발됐다. 밀가루도 2006년 8개 제분사가 5년간 가격·생산량 담합으로 제재받았지만, 올해 7개 제분사가 6년간 5조8000억원대 담합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인쇄용지 등 제지류는 2004년, 2014년,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제재를 받았음에도 올해 6개 제지사가 4조원대 가격담합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설탕·밀가루·전분당·인쇄용지 등 20조원대 규모의 먹거리 분야 담합을 적발한 바 있다. 하반기에는 식재료, 교육, 에너지, 주거생활 분야의 담합을 집중 감시 중이다.
당정은 이날 발표한 5개 제도개선 방안이 종합적으로 논의·통과될 수 있도록 패키지 법안으로 즉시 발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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