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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하던 로봇이 물건도 집는다…자율주행업계, 휴머노이드로 확장


뉴빌리티, 바퀴 기반 자율주행에 휴머노이드 상체 결합한 '빌리' 공개
로보티즈·도구로보틱스도 이족보행 및 휴머노이드 라인업 확장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최근 로봇 기업들이 기존 자율주행 로봇 기술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접목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 기업들이 기존 자율주행 기술에 휴머노이드의 조작 기능을 결합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로봇’에서 ‘도착한 뒤 직접 일하는 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계단을 오를 필요가 적은 공장과 물류센터에서는 이족보행 대신 바퀴를 적용해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상체에는 양팔과 인공지능(AI)을 탑재하는 방식이다.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늘려 기업간거래(B2B) 고객의 도입 효과를 높이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 뉴빌리티는 최근 서울 성수동 KT&G 상상플래닛에서 공개 행사를 열고 하이브리드 휴머노이드 로봇 '빌리'를 선보였다.

하이브리드 휴머노이드 로봇 빌리가 29일 양팔을 활용해 물건을 집어 360도 회전한 후 몸체 뒤편의 적재 공간에 담는 시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
하이브리드 휴머노이드 로봇 빌리가 29일 양팔을 활용해 물건을 집어 360도 회전한 후 몸체 뒤편의 적재 공간에 담는 시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

이날 등장한 빌리는 휠(바퀴) 기반 고동부로 매대까지 이동한 뒤 휴머노이드 상반신의 양팔을 활용해 물건을 집어 360도 회전한 후 몸체 뒤편의 적재 공간에 담는 시연을 펼쳤다.

"어디로 갈까"에서 "도착해 무엇을 할까"로

빌리는 뉴빌리티가 축적해 온 공간지능 솔루션과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이동과 조작 기능을 통합한 첫 상용 폼팩터다.

뉴빌리티는 국내외 150곳 이상의 실제 현장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운영하며 축적한 주행·공간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공간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지능으로 발전시켜 왔다. 나아가 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다른 현장과 로봇에 즉시 이식할 수 있는 '공간 RFM(Spatial Robot Foundation Model)'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빌리의 이동에는 카메라 기반 맵리스 자율주행과 V-SLAM 기술이 적용된다. 사전에 만든 정밀지도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카메라 영상으로 주변 공간과 장애물을 인식해 이동하는 방식이다.

상체는 높낮이를 조절하고 360도 회전할 수 있다. 물류 적재부는 작업 목적에 맞춰 바꿀 수 있는 모듈형 구조로 설계했다. 엘리베이터 연동과 출입문 개폐, 물품 전달 등 실내외 공간을 연결하는 작업도 목표로 한다.

하이브리드 휴머노이드 로봇 빌리가 29일 양팔을 활용해 물건을 집어 360도 회전한 후 몸체 뒤편의 적재 공간에 담는 시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
강기혁 뉴빌리티 대표, 하이브리드 휴머노이드 빌리 [사진=뉴빌리티]

두 다리 대신 바퀴를 적용한 것은 산업 현장에서의 실용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평평한 바닥이 많은 공장과 물류센터에서는 바퀴가 이족보행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넘어질 위험과 전력 소비, 제작비용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사람을 위해 설계된 공간에서 물건을 집고 문을 여는 작업에는 팔과 상체 회전 기능이 필요하다. 빌리는 바퀴형 이동 플랫폼의 안정성과 휴머노이드의 조작 능력을 결합해 이 틈새를 겨냥했다.

강기혁 뉴빌리티 대표는 "그동안 모빌리티 관점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도착한 뒤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까지 나아가는 것이 다음 단계"라며 "로봇이 공간 사이를 이동하고 직접 물체를 조작해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현장에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등과 실증…물류부터 가정용까지 확대

뉴빌리티는 제조·물류 현장에서 빌리의 작업 수행 능력과 운영 안정성을 먼저 검증할 계획이다.

현재 대형 생필품 제조사와 정밀제조 기업, 물류사, 대규모 복합단지 등과 기술실증(PoC)을 준비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도 식품 제조 현장 적용을 위한 협력을 진행해 올해 하반기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휴머노이드 로봇 빌리가 29일 양팔을 활용해 물건을 집어 360도 회전한 후 몸체 뒤편의 적재 공간에 담는 시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
뉴빌리티 빌리 [사진=뉴빌리티]

첫 제품인 물류·유통용 '빌리 플로우'를 시작으로 보안·순찰용 '빌리 쉴드', 제조·공정용 '빌리 워크', 가정용 '빌리 홈' 등으로 제품군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강 대표는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늘어나면 고객이 도입을 주저하는 요인을 줄일 수 있다"며 "현장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사업성과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아직 빌리가 기업의 인건비나 운영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실증에서는 작업 성공률과 속도, 안전성뿐 아니라 기존 자동화 설비와 비교한 경제성도 주요 평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로보티즈·도구로보틱스도 '이동+조작'

자율주행 로봇에서 출발한 다른 기업들도 휴머노이드와 작업형 로봇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 '개미'를 운영하는 로보티즈는 산업 작업용 휴머노이드 'AI 워커'에 이어 범용 연구개발 플랫폼 'AI 사피엔스'를 선보였다.

하이브리드 휴머노이드 로봇 빌리가 29일 양팔을 활용해 물건을 집어 360도 회전한 후 몸체 뒤편의 적재 공간에 담는 시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
로보티즈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가 외발서기를 하고 있다. [사진=로보티즈]

AI 사피엔스에는 자체 개발한 준직구동(QDD) 액추에이터 '다이나믹셀-Q'가 적용됐다. 로보티즈는 구동 코드와 관련 기술을 공개해 연구기관·산업체와 함께 피지컬 AI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고 로봇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로보티즈는 AI 사피엔스를 실제 하드웨어에서 모방학습과 강화학습 기반의 동작·제어 기술을 개발하는 휴머노이드 플랫폼으로 소개하고 있다. AI 워커는 복잡한 산업 작업 학습을 목표로 한 제품이다.

지난 3월 도구공간에서 사명을 변경한 도구로보틱스도 자율주행 순찰 플랫폼에 휴머노이드 상체와 매니퓰레이터를 결합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패트로버' 시리즈의 4륜 이동 플랫폼 위에 다자유도 로봇팔을 탑재해 순찰뿐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물체를 다루는 작업까지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 자율주행·관제 기술을 유지하면서 로봇이 대응할 수 있는 업무를 넓히려는 것이다.

자율주행 로봇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진출은 화려한 보행 기술을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이미 확보한 주행 기술과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팔과 조작 기능을 더해 기업이 비용을 지불할 만한 작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경쟁력은 로봇이 걷는지 바퀴로 움직이는지가 아니라 실제 제조·물류·순찰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복 업무를 수행하고, 도입 비용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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