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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서 봤어요"…세계가 반한 종로3가 '야장' [르포]


종로3가, 타임아웃 선정 '가장 멋진 동네' 1위
외국인·2030 몰리며 '북적'⋯주류 판매 늘어
주변 상권 함께 활기…관광콘텐츠 역할 확대
계절·일회성 소비 한계⋯연중 수요 전환 과제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글로벌 도시·여행 전문매체 '타임아웃(Time Out)'이 서울 종로구 종로3가를 '2026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1위로 선정하면서 야외장사(야장) 문화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익선동 한옥거리와 낙원상가, 좁은 골목을 따라 늘어선 포장마차가 서울 밤풍경을 대표하는 관광콘텐츠로 자리잡으면서다. 특유의 정취를 즐기려는 내·외국인 방문객이 늘면서 인근 상권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종로3가역 인근 야외 공간에서 손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종로3가역 인근 야외 공간에서 손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오후 7시. 종로3가 골목은 이미 붉은 천막과 간이테이블로 빼곡했다. 삼겹살 굽는 연기와 파전냄새가 골목을 채웠다. 테이블마다 초록색 소주병과 생맥주잔이 하나둘 쌓였다. 빈자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골목 안쪽까지 몇 차례 오가며 자리를 살폈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해온 한 상인은 "예전에는 퇴근한 직장인이나 어르신들이 주로 찾았다면 요즘은 외국인과 젊은층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 포장마차에서는 야외에 놓인 7개 테이블 가운데 절반가량을 외국인 관광객이 차지했다. 일본인 관광객 3명은 김치전과 오징어볶음에 소주를 곁들였다. 옆자리 프랑스인 관광객들은 생맥주를 마시며 골목풍경을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일본에서 온 한 관광객은 "한국 드라마와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모습을 자주 봤다"며 "실내 술집보다 길거리에서 술과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경험이 색다르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종로3가역 인근 야외 공간에서 손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젊은 손님들이 술집 테이블을 잡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젊은층이 몰리면서 야장은 먹고 마시는 공간을 넘어 자연스럽게 만남의 장소로도 변하고 있다. 한껏 차려입은 20~30대 남녀가 무리지어 자리를 잡은 뒤 옆 테이블과 말을 섞거나 함께 어울리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런 변화는 주류판매에서도 나타난다. 전체 주류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을지로·낙원동·한성대 등 서울 주요 야장상권에서는 올해 상반기 소주 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6.5% 늘었다. 맥주 판매는 9.1% 증가해 소주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야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손님이 체감상 두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20~30대와 외국인 손님이 많아지면서 맥주 주문이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야장으로 몰린 유동인구는 주변 점포로도 번지고 있다. 야외 테이블이 가득 차면 기다리는 대신 인근 식당이나 술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적지 않아서다.

인근 음식점주는 "야장에 자리가 없을 때 식당으로 들어오는 손님이 꽤 많다"며 "야장이 붐비는 날에는 저녁 손님과 주류 주문도 덩달아 늘어 상권 전체가 같이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귀띔했다.

종로3가역 인근 야외 공간에서 손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종로 포장마차 앞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주류업계도 야장상권을 주목하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야장에서는 음식과 사람, 거리정취를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류 주문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술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소비자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 침체된 주류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효과도 크다. 종로3가 포장마차는 단순히 한끼를 해결하는 공간을 넘어 서울 밤문화를 체험하는 관광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야장을 찾은 관광객이 익선동과 낙원상가, 세운상가 등 주변 지역까지 둘러보면서 체류시간과 소비동선도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야외 좌석이 핵심인 만큼 기온이 떨어지면 방문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맥주는 계절에 따른 판매량 차이가 큰 주종인 만큼 여름철 야장특수가 겨울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야장은 평소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 소비자까지 주류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관광이나 공간을 경험하려는 소비성격이 강해 특정 주류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나 반복구매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종로3가역 인근 야외 공간에서 손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종로 야장 골목에 행인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밤이 깊어지자 서늘한 바람이 골목을 훑었지만 야장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빈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골목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늘어섰다. 안주접시를 든 상인과 술잔을 든 손님이 엇갈리며 좁은 골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촘촘하게 채워졌다.

잔 부딪히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술기운에 볼이 붉어진 사람들 사이로 외국어도 심심찮게 들렸다. 계절은 가을로 넘어가고 있었지만 이날 종로3가 야장은 아직 여름밤 열기를 붙잡고 있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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