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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는 '선방', 한은은 '악화'…엇갈린 물가진단


이형일 "장바구니 물가가 성적표"...민생경제국장 "정책노력에 2%대 상승"
한은 "기저효과 걷어내면 오름세 확대"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9월 소비자물가 수치를 두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재경부는 정책 효과를 앞세웠고, 한은은 경계감을 드러냈다.

물가 통계 작성은 국가데이터처,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안정은 한국은행법 제1조가 정한 한은의 법정 책무다. 재경부는 둘 중 어디에도 공식 주무부처로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민 일상 속 장바구니 물가가 경제팀의 성적표"라며 물가를 자신의 핵심 과제로 못박았고, 재경부는 '물가 성과'를 자평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가운데)이 10월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재경부]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가운데)이 10월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재경부]

이형일 부총리는 통계 발표 하루 전인 1일, 취임 후 첫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민생경제의 기본인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지역 간·산업 간·세대 간 격차 해소 등 양극화 완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장바구니 물가가 성적표"라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다음 날 나온 통계에서 근원물가는 2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경부는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분석' 보도자료에서 "9월 소비자물가는 가공식품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정책노력에 힘입어 농축수산물이 2개월 연속 하락하며 전년동월비 2.9% 상승(8월 3.1%)"했다고 자평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통해 9월 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p) 낮췄고, 이 조치가 없었다면 물가는 3.5% 올랐을 것이라는 추정치도 제시했다. 주요국과도 비교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상승세가 확대된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한은은 정반대 톤으로 말했다. 이지호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8시30분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9월중 소비자·근원·생활 물가상승률 모두 지난 달보다 낮아졌으나, 전월의 일시적 기저효과가 소멸된 점을 고려하면 물가 오름세는 다소 확대된 것으로 평가됨"이라고 밝혔다. 숫자는 내려갔지만 실제 압력은 더 세졌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 기저효과를 숫자로 제시했다. 지난해 8월 휴대전화 요금 할인 때문에 생긴 역기저효과가 올해 8월 수치를 밀어 올렸는데, 그 영향이 소비자물가에서 0.6%p, 근원물가에서 0.8%p, 생활물가에서 1.1%p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걸 되돌리면 9월 소비자물가는 3.5%, 근원물가는 3.6%에 가깝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경부가 최고가격제 효과로 추정한 "조치 없었으면 3.5%"라는 수치와 공교롭게 일치한다. 다만 두 수치는 가리키는 게 다르다. 재경부의 0.6%p는 석유류 가격을 눌러서 낮춘 효과이고, 한은의 0.6%p는 통신 기저효과가 사라지며 원래 드러났어야 할 수치다. 서로 다른 경로로 계산했는데 같은 숫자에 도달한 셈이다.

한은은 전망도 더 어둡게 내놨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근원 품목의 오름세가 지속됨에 따라 3% 내외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며 "중동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비용충격의 전이, 수요측 압력 확대 등으로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기관이 보는 숫자 자체는 다르지 않다.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14.8% 올랐다. 두바이유가 지난달 평균 배럴당 113.7달러로, 1년 전(70.0달러)보다 62% 뛰었다. 재경부와 한은 모두 최고가격제가 이를 어느 정도 막아냈다는 데는 동의한다. 재경부는 이걸 "정책노력"의 성과로 적었고, 한은은 "그런데도 근원 품목 오름세는 넓게 퍼지고 있다"는 경고로 이어 붙였다.

내구재 가격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전자제품 등 내구재 가격 오름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내구재 물가는 7월 3.9%에서 9월 4.9%로 뛰었다. 같은 통계를 재경부는 성과 보도자료에 넣지 않았다.

민생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내건 이형일 부총리의 재경부는 물가안정 성과를 말하는데, 물가안정을 법정 책무로 진 한은은 경계감을 드러내는 구도다. 물가 숫자에는 이견이 없다. 그 숫자를 '정책이 통했다는 증거'로 읽을지, '위험이 번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지에서 두 기관의 시선이 갈린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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