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슬란처바(Slàinte Mhath)!"
지난 2일 오후 서울 압구정 고든앤맥페일 플래그십 스토어. 스코틀랜드식 건배와 함께 첫 잔을 들었다. 시작은 벤로막 10년 하이볼이었다. 첫맛은 가볍고 경쾌했다. 탄산이 잦아들자 우디한 향과 스모크가 천천히 올라왔다. 몇 모금 더 마시자 바비큐를 막 끝낸 뒤 옷깃에 남은 연기처럼 은근한 향이 길게 이어졌다.
![위스키 시음 테이블 구성. [사진=설래온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b0c212def169fc.jpg)
이날 시음 테이블 중심에는 새롭게 선보인 벤로막 12년이 놓였다. 시나몬과 건포도, 초콜릿 계열 향이 먼저 퍼졌고 입안에서는 셰리에서 비롯된 달콤함이 부드럽게 번졌다. 곧 스모크가 뒤따랐고 끝에는 알싸한 스파이스가 혀끝을 자극했다. 단맛과 매운맛, 그을린 향이 겹치면서 한층 복합적인 풍미가 살아났다.
이같은 맛은 벤로막이 오랫동안 고수해온 제조방식에서 비롯된다. 1898년 스코틀랜드 포레스에 문을 연 벤로막은 자동화보다 숙련된 장인의 감각을 중시하는 전통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긴 발효과정에서 과실풍미를 끌어내고 캐스크 선택과 피트 사용을 통해 특유의 스모키한 맛을 더한다. 생산효율을 높이는 것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맛과 개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
다음 잔은 연기향을 줄인 벤로막 콘트라스트 12년 언피티드였다. 스모크를 덜어내자 체리와 초콜릿, 마지팬(아몬드와 설탕을 섞어 만든 달콤한 과자) 향이 한층 선명하게 느껴졌다.
일반 12년 제품이 묵직하고 입체적인 인상을 줬다면 언피티드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산뜻했다. 같은 12년이라는 숫자를 달았지만 잔 안에서 느껴지는 풍미는 전혀 달랐다.
![위스키 시음 테이블 구성. [사진=설래온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18ec54f9ebb530.jpg)
![위스키 시음 테이블 구성. [사진=설래온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f69359f1e46f08.jpg)
마지막으로 원액에 가까운 방식으로 병입한 알코올 도수 58.9% 벤로막 12년 캐스크 스트렝스를 맛봤다. 높은 도수에 긴장한 채 천천히 잔을 기울였다. 첫 모금에서는 화한 기운이 빠르게 올라왔지만 거칠게 끝나지는 않았다. 곧바로 바닐라와 오렌지향이 이어졌고 끝에는 옅은 스모크향이 길게 입안에 맴돌았다. 세 제품 가운데 도수는 가장 높았지만 오히려 맛은 부드럽게 느껴졌다.
위스키를 한 잔씩 맛보다 보니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릴지도 궁금해졌다. 스티브 노트먼 고든앤맥페일 아시아퍼시픽 세일즈 총괄 디렉터는 떡과 코리안 바비큐를 추천했다.
떡의 쫀득한 식감이 셰리 캐스크에서 오는 달콤한 풍미와 잘 어울리고 은은한 스모키함은 불향을 입힌 고기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는 설명이다.
캐스크 스트렝스에는 매운 훠궈를 추천했다. 높은 도수와 진한 풍미가 매운맛을 부드럽게 눌러주면서 위스키를 한층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위스키 시음 테이블 구성. [사진=설래온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17460aa9eac0ad.jpg)
벤로막은 한국시장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마크 기어리 고든앤맥페일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단순히 위스키를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캐스크와 숙성방식, 풍미 차이까지 배우려는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든앤맥페일은 국내 공식 수입·유통사인 아영FBC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과 시음행사 등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한 제품판매를 넘어 위스키를 직접 경험하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제조철학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시음이 모두 끝난 뒤에도 입안에는 셰리에서 느껴진 달콤함과 과실향, 그 뒤를 따라온 옅은 스모크가 한동안 남았다. 이날 맛본 위스키는 저마다 다른 인상을 줬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강한 향을 앞세우기보다 여러 풍미가 천천히 겹치면서 마지막에 은은한 여운을 남겼다는 점이다.
한 잔을 마시는데 그치지 않고 향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보는 것 자체가 이번 시음에서 느낀 또 다른 재미였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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