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을 소비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지목했다.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가계로 번지지 못하는 가운데 물가까지 가계 구매력을 짓누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KDI는 ‘10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가 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의 호조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소비 개선세는 완만하다고 봤다. 고유가 지속 등으로 공급 측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기조적인 임금 상승세는 미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진단과는 결이 다르다. KDI는 9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개선이 가계 전반의 소득으로 충분히 파급되지 못한 점을 소비 부진의 원인으로 들었다. 이번에는 요약 첫머리에 물가 압력을 함께 올렸다. 소득 정체에 물가 부담이 겹친 구조로 진단을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겉으로 드러난 물가는 안정적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전월(3.1%)보다 낮아졌다.
KDI는 이를 착시로 봤다. 전월 통신비 관련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3.7%에서 2.7%로 크게 낮아진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통신비를 제외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에서 3.1%로 오히려 높아졌다. 통신비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6%에서 2.8%로 올랐다.
상품물가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상품물가 상승률은 2.3%에서 3.1%로 확대됐다. 가공식품은 1.5%에서 2.1%로 올랐다. 수입물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다. 휴대전화기(8.3%)와 컴퓨터(27.4%) 등 IT 기기 가격도 생산비용 상승을 반영해 오름폭을 키웠다.
물가 압력의 진원은 유가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7월 배럴당 76.8달러에서 8월 88.8달러, 9월 113.7달러로 뛰었다. 두 달 새 48% 올랐다. KDI는 지정학적 위험이 재차 고조된 탓으로 봤다. 국제항공료 상승률은 14.1%에서 22.5%로 확대됐다.
유가는 금리로도 번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9월 말 4.01%로 한 달 새 0.17%p 올랐다. KDI는 고유가에 따른 추가 금리인상 기대가 확대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이자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가계 소득은 제자리다. 1~7월 실질임금 상승률은 0.2%에 그쳤다. KDI는 가계 구매력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공급 측 물가 압력이 소비 여건의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 지표도 부진했다.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3% 줄었다. 7월(-1.0%)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다. 승용차 판매가 19.2% 급감한 영향이 컸다. KDI는 승용차 감소에 대해선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완성차 업체의 파업·하계휴가 등 일시적 요인이 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승용차를 빼도 회복세는 약했다. 준내구재 판매는 1.3% 줄었다. 비내구재는 2.4% 늘었으나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는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서비스업 가운데 소비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 생산도 2.8% 줄었다.
자영업 부담도 커지고 있다. 7월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77%로 2015~2019년 장기 평균(0.36%)의 두 배를 웃돌았다.
다만 소비심리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6.6으로 전월보다 2.1p 올랐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과 같았다. 유가 급등이 심리와 실제 지출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10월 이후 지표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KDI는 지난 8월 19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3.2%로 제시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3%로 봤다. 당시에도 소득 증가가 반도체 부문에 편중돼 소비 개선이 완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망 발표 이후 유가와 금리 여건은 크게 달라졌다. 오는 11월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물가와 소비 경로가 수정될 가능성이 관측된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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