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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 자연재해 보장 공백⋯보험연 "지수형 보험 활용해야"


"정부, 기후 취약계층 발굴해야⋯시범 사업 지원"
화재보험협회 "사후 복구에서 사전 예방 강화로"
김헌수 보험연구원장 "보험산업이 사회적 역할 해야"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보험연구원 17층에서 열린 KIRI 세미나에서 한진현 보험연 연구위원이'국내·외 기후보험 사례와 보험산업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홍지희 기자]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보험연구원 17층에서 열린 KIRI 세미나에서 한진현 보험연 연구위원이'국내·외 기후보험 사례와 보험산업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홍지희 기자]

[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기후 위기로 자연재해 피해가 커지면서 보험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보험사의 위험 분담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정 기상 조건을 충족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을 확대하고, 재해 예방 노력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만 위험도가 높은 취약계층에 보험료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진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기후 위기 시대, 자연재해 위험관리와 기후보험' 세미나에서 "극한 기상·자연재해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 상품이 있으나 기후 위기 심화로 기존 상품으로는 보장하기 어려운 경제적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 연구위원은 해결 방안으로 △정부·보험사의 기후 취약계층 발굴 및 실태조사·공공데이터 공유 △국내 기업성 보험의 낮은 가입률 개선 △지수형 보험을 통한 보장 공백 완화를 제시했다.

해외에서는 기후 위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기후 취약계층 대상 보험 상품 개발 △날씨에 민감한 사업체 보장 확대 △지수형 보험(실제 손해액이 아닌 지표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을 활용하고 있다.

시범 사업을 통한 초기 기후 위험 분담 등 정부의 협력과 지원도 강조했다.

한 연구위원은 "정부는 시범 사업을 통해 기후 위험을 일부 부담해 보장 공백 완화를 지원해야 한다"면서도 "점진적으로는 시장의 위험 기반 가격 결정 기능이 작동하도록 위험을 민간 부문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실태조사와 데이터 공유를 통해 보험회사의 위험평가·상품 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험 부담이 높은 기후 취약계층이 더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있었다.

남수정 성균관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취약계층은 위험을 선택하거나 줄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으로 인한 높은 보험료가 안전 지역으로 이주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입지나 인프라 위험을 개인의 보험료 전가하지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예방의 인센티브를 보험료에 반영하면 시설 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사람만 할인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있어 비용과 혜택의 귀속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며 "취약계층 보호를 넘어 기후 특권층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의 이해 부족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문제를 지적했다.

오은실 DB손해보험 기후환경부 수석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을 개발해 내놓았는데 보험금 지급이 안 되는 문제에서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기후보험에 자동 가입된 사실을 몰라 보험금 청구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었다"고 말했다.

오 수석은 "대상과 지급 조건은 가입자의 통제 의무기 때문에 보험사는 알 수 없는 구조"라며 "국민에게 효용이 체감되지 않는 보험은 오래 갈 수 없고 청구가 없으면 내부에서도 상품의 요율을 검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성 기후보험을 시작으로 정책성 의무 기후보험을 제안한다"며 가입 대상을 법적으로 정하고 위험 평가 체계가 이미 있는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하면 위험 평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후 복구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을 강화하고 예방조치 효과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위험관리 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남경훈 한국화재보험협회 박사는 "재난 발생 후 복구비가 재산 피해액을 상회하는 경향이 있다"며 "보장 공백은 개인의 미가입 문제가 아닌 보장 공백이 정부·가계·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보험연구원 17층에서 열린 KIRI 세미나에서 한진현 보험연 연구위원이'국내·외 기후보험 사례와 보험산업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홍지희 기자]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보험연구원 17층에서 열린 KIRI 세미나에서 남경훈 화재보험협회 박사가 '자연재해 피해 현황과 위험관리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홍지희 기자]

보전되지 않은 경제적 손실은 정부(복구비 83%)와 가계·기업(자부담 17%), 금융시스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지자체는 사후 재정지출·재정 변동성 영향을 받는다. 가계와 기업은 회복 지연, 폐업, 생계 위험에 놓이고 이 위험은 신용·자본시장으로 전이된다. 보장 공백의 규모와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국내 통계는 부재한 상황이다.

남 박사는 "기존 재해 관련 정책은 사후 복구에 집중돼 있으나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하는 방식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며 "예방 투자의 효과를 검증해 보험료 할인, 인수 조건·재보험 조건에 반영하는 '예방의 가격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실 규모에 따라 자부담, 보험·재보험, 지자체 기금·국고로 이어지는 단계적 위험 분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대형 재난 발생 시 공공 재정에 손실이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보험연구원 17층에서 열린 KIRI 세미나에서 한진현 보험연 연구위원이'국내·외 기후보험 사례와 보험산업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홍지희 기자]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보험연구원 17층에서 열린 KIRI 세미나에서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홍지희 기자]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은 "지난해 산불 피해 금액이 1조원이 넘고 원상 복구하는 비용이 피해 금액을 능가하고 있다"며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정부의 재해 복구 지원 기능을 보완할 수 있도록 보험 산업이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희 기자(hjhkk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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