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오는 25일 6주기를 앞두고 삼성가의 계열사 지분 재배치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 일가가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모두 납부한 가운데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전자 주식도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넘기기로 했다. 매매와 증여를 합쳐 최근 이 회장에게 이동하는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약 4조5000억원에 달한다.

2021년 이 선대회장의 유산을 나눠 상속받은 뒤 세금 납부를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했던 삼성가가 상속세 완납을 계기로 보유 주식을 다시 정리하는 모습이다. 다만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큰 틀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개별 거래의 구체적인 배경도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1115만주 증여…이재용 지분 1.75%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 명예관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1115만8000주를 이 회장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계약은 지난 12일 체결했으며 실제 주식 이전은 11월12일로 예정돼 있다. 증여 대상은 삼성전자 전체 발행주식의 약 0.17%로, 13일 종가 기준 약 2조6000억원 규모다.
이 회장은 전날 홍 명예관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 766만7100주를 약 1조9206억원에 장외매수하기도 했다. 취득 가격은 주당 25만500원으로 총 1조9206억원이다.
돈을 주고 사들인 주식과 다음 달 무상으로 받을 주식을 합하면 1882만5100주다. 거래 규모는 약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증여가 완료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은 1억1637만7053주, 지분율은 1.75%로 높아진다. 홍 명예관장의 지분율은 0.98%에서 0.81%로 낮아진다.

앞서 홍 명예관장은 지난 1월 삼성물산 주식 180만8577주 전량도 이 회장에게 증여했다. 이 주식은 이 선대회장 별세 이후인 2021년 홍 명예관장이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물려받았던 지분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주요 주주이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회사로 평가된다.
이번 삼성전자 증여까지 마무리 되면 이 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율은 삼성전자 1.75%, 삼성물산 22.01%, 삼성생명 10.44%, 삼성SDS 9.20%가 된다. 삼성물산 지분율에는 올해 자사주 소각에 따른 상승분도 반영돼 있다.
2021년 나눠 받은 주식, 5년 뒤 다시 아들에게
이번 증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2021년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산을 나눌 때와 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은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배우자인 홍 명예관장이 3분의 1을 받고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세 자녀가 각각 9분의 2씩 나눠 상속받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홍 명예관장은 7709만1066주를, 이 회장은 5539만4046주를 상속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각각 5539만4044주를 물려받았다.
삼성물산에서도 홍 명예관장은 180만8577주를, 세 남매는 각각 120만5720주를 상속받았다. 홍 명예관장이 올해 이 회장에게 증여한 삼성물산 주식은 당시 상속받은 물량 전부다.

예외는 삼성생명이었다. 이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주식의 절반을 이 회장이 상속받고, 나머지는 두 여동생이 나눠 받았다.
홍 명예관장은 이때 삼성생명 주식을 상속받지 않았다. 그 결과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0.06%에서 10.44%로 높아졌다.
그룹 경영에 중요한 삼성생명 지분은 상속 당시부터 이 회장에게 집중된 셈이다. 이후 홍 명예관장이 자신이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주식을 차례로 넘기면서 이 회장의 지분은 더 늘어나게 됐다.
증여세 1조3000억원 추산…배당금도 재원으로 거론
재계에서는 홍 명예관장이 그룹을 이끄는 이 회장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넘겨 가족의 재산 관계를 미리 정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사후 상속으로 넘어가면 재산이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자녀들에게 분산될 수 있지만, 생전에 증여하면 원하는 자녀에게 직접 지분을 넘길 수 있다"며 "그룹을 이끄는 이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리 재산을 정리하면 향후 가족 간 상속 갈등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여세도 관심사다. 13일 종가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이번에 증여하는 주식 가치는 약 2조6000억원이다. 최고 증여세율과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등을 적용하면 세액이 약 1조3000~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회장은 홍 명예관장에게 삼성전자 주식 매입대금 약 1조9206억원도 지급해야 한다. 증여세와 주식 매입대금을 합하면 필요한 자금 규모는 3조원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동시에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대규모 배당이 증여세 납부 재원으로 거론된다.
이 회장이 증여 이후 보유할 삼성전자 주식을 기준으로 주당 1000원을 배당하면 세전 약 1164억원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결정, 발표할 계획이다.
한화·신세계·HD현대·효성도 생전 지분 이전…"확대 해석 경계"
주요 그룹에서 부모 세대가 살아 있을 때 자녀에게 주식을 넘기는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한화 지분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도 이마트 지분을 아들 정용진 회장에게 매각하고, 신세계 지분은 딸 정유경 회장에게 증여했다.
올해 9월에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아들 정기선 HD현대 회장에게 HD현대 주식 280만주를 증여했다. 같은 달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모친 송광자 여사로부터 ㈜효성 주식 8만2929주를 장외매수했다.

오 소장은 "과거에는 선대 회장이 경영권을 넘긴 뒤에도 지분을 마지막까지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생전에 자녀들에게 지분을 넘겨 재산 관계를 미리 정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변화가 크지 않은 만큼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홍 명예관장과 이 회장 간 주식 거래 배경에 대해서도 "대주주 간의 거래 배경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