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c1a27782f9c30.jpg)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종사자들이 내년도 임금 인상률을 두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공무원 임금을 3.9% 인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됐다. 인상되는 데 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인가.”
답: “출연연 종사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임금 인상률 3.9%가 연구 현장 처우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체감 인상률은 3.9%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속된 임금 인상률 억제 등으로 우수 인재가 유출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과기연구노조)이 최근 ‘2027년 출연연 임금 인상률 3.9%가 처우개선에 충분한 수준인지’ 질문에 응답자의 84.4%(568명)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만 58.2%(392명)에 이르렀다. 충분하다는 응답은 11.9%(80명)에 머물렀다.
과기연구노조 측은 “3.9%는 공공부문 공통 인상률”이라며 “우수 인력의 유입을 촉진하고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인상률을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연구 현장의 일관된 요구였다”고 비난했다. 지난 8월, 과기연구노조 등은 내년도 출연연 종사자의 임금을 최소 10% 이상 인상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연연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희망 고문’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주한 청와대 과학기술연구비서관과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7월 24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출연연 정책 부서장과 부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최고의 관심사는 ‘출연연 인건비 등 처우개선’이었다.
당시 녹취록을 보면 이주한 비서관은 “처우개선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며 “재정 당국과 계속해 밀당(밀고 당기기)하고 있는데 최종 예산을 가지고 한번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 비서관은 “오를 거고 조금 오르면 약간 실망스럽겠는데 희망을 버리지 말아달라”며 “사실은 많이 올려 달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고 청와대에서도 여러 재정 담당 보좌관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출연연 관계자들을 달랬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러분들이 계속 요구하고 우리도 힘을 받아 한번 올려 보겠다”며 참석한 이들에게 박수까지 유도하기도 했다. 다만 이 비서관은 “어떻게 확정될지, 몇 %가 될지는 솔직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과기정통부 측도 “전체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보다 (출연연 종사자들의 임금이) 좀 많이 억제돼 있던 게 사실”이라며 “공공기관이어서 그랬던 부분도 있을 것인데 이제는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됐고 ‘굉장히 과감한’ 임금 인상안을 재정 당국 등에 제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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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현장에 참석했던 이들은 청와대와 과기정통부의 이 같은 언급을 두고 ‘과감한 임금인상’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거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청와대 관련 비서관과 주무 부처가 직접 출연연 사람들을 모아놓고 ‘처우개선에 적극 나서겠다’ ‘과감한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고 말하는 것을 두고 모두 희망을 가졌다”며 “결과적으로 3.9%에 머물렀고 실질 임금 인상은 여기에 미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부처 공무원들과 출연연 종사자들의 피부로 와닿는 실질 임금 인상률이 다른 것도 상대적 박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처 공무원들은 입사 1년이 지나면 ‘호봉’이 오른다. 이 시스템에서 부처 공무원들은 ‘내년도 임금인상 3.9%+호봉 인상분’까지 보태지면서 체감 임금인상은 출연연 종사자들을 넘어선다.
반면 출연연 종사자들은 3.9% 인상된 기관별 총인건비(총액)에서 제한된다. 출연연 직원들의 호봉 승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적 임금 상승분(보통 총인건비의 약 1.2~1.5%)이 3.9% 한도 내에 이미 포함돼 있다는 거다.
쉽게 말해 부처 공무원들은 ‘기본급 3.9%+호봉 인상분(약 1.5~2%)’으로 실제 약 5% 이상 인상이고 출연연 종사자들은 총인건비 3.9% 내에서 조정받으면서 실질적으로는 2~2.5% 수준의 인상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훈 과기연구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3.9% 인상은 공공부문 공통 인상률”이라며 “우수 인력의 유입을 촉진하고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인상률을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연구 현장의 일관된 요구였다”고 지적했다. 오늘 2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개최되는 출연연 기관 국정감사에서 ‘임금 인상률 3.9%가 처우개선에 충분한지’ ‘보상 재원, 기본급 인상 활용 방안’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강혜랑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그동안 출연연은 과학기술에 이바지하면서 최고 대우를 받아왔다”며 “이랬던 출연연이 처우개선에 머뭇거리고 주저하면서 경쟁력 약화와 고급 인재 유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출연연이 총인건비 규제라는 시스템에 갇히면서 민간연구소 등과 갭이 갈수록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며 “서울대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인재들이 처음에 출연연에 들어왔다가 몇 년 안에 대학이나 민간연구소로 이직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최근 출연연과 민간연구소의 임금 등 처우를 보면 1.5~2배 차이가 난다”며 “총인건비 규제에 묶인 출연연에 비해 민간연구소의 처우는 자유로운 시스템에서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6일 이주희·김남국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더불어민주당)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출연연 젊은 연구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발적으로 출연연을 떠난 연구자 10명 중 9명은 30·40대로 대학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여러 재정 담당 보좌관들이 동의하고 과기정통부가 ‘과감한 임금인상’을 요구했는데 예산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청와대 조율과 주무 부처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청와대와 과기정통부는 출연연을 대상으로 ‘희망 고문’만 할 게 아니다. 현실적이고 구체적 처우개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환경이 이어진다면 출연연의 경쟁력은 갈수록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연연 인재들이 문을 박차고 왜 민간연구소나 대학으로 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될 일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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