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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보호냐, 수출 족쇄냐"⋯한중 협력에 다시 불붙은 '톡신 규제'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요구 재부상⋯"보호 실익보다 규제 부담 커"
톡신 기업 17곳 중 14곳 지정 해제 찬성⋯일각에선 현행 유지 주장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과 핵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면서 관련 논의는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최근 한중 관계 개선으로 양국 간 산업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규제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는 모습이다.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놓고 산업계의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AI 이미지. [사진=챗지피티]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놓고 산업계의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AI 이미지. [사진=챗지피티]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토론회에서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필요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논의된 양국 산업협력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하려면 국내 규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같은 문제를 논의한 지 약 1년 만에 마련된 자리다.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23년부터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공식 요구했지만, 당시 정부는 지정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에도 업계 내 찬반이 엇갈리면서 규제 해제 논의는 별다른 진전 없이 표류해 왔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기술을 정부가 지정해 보호하는 제도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이 해외로 무분별하게 유출되는 것을 막아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은 2010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으며, 2016년에는 균주까지 보호 대상에 포함됐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해외에 이전할 때 정부의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기술은 사전 승인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은 기술은 신고 대상이다.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투자도 일정 요건에 따라 규제를 받는다.

문제는 기술의 보편화와 산업 환경의 변화로 국가 차원에서 보호할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해제 찬성 측은 보툴리눔 톡신 제조기술이 이미 세계적으로 상용화됐지만, 관련 규제가 해외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시설 구축 등을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날 토론회에서도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따른 규제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상임대표는 해외 기술이전과 합작공장 설립 등에 필요한 심사에 평균 4~6개월, 길게는 1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해외 계약 취소와 시장 진입 기회 상실 등 업계의 연간 기회손실이 약 900억~1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제시했다.

최규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정이 1960년대부터 널리 알려진 배양·정제 기술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특별히 보호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늘날 제품 경쟁력은 균주 확보나 제조기술 자체보다 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 역량과 해외 인허가, 사업화 능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기업도 상당히 많다. 한국시민교육연합 K-바이오 전문가 자문위원회가 지난해 9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생산·판매 기업 1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기업 17곳 중 14곳(82.4%)이 지정 해제에 찬성했다.

반면 지정 해제에 반대하는 기업들은 기술 보호의 필요성이 여전하다고 주장한다. 보툴리눔 톡신 제조기술이 널리 알려졌더라도 실제 상업화에 필요한 균주와 생산공정에는 기업별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가 담겨 있어 국가 차원의 보호 장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국회 토론회에서도 메디톡스와 휴젤 등 일부 기업들은 지정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메디톡스 측은 보툴리눔 톡신 제조기술이 널리 알려졌다는 주장과 달리 실제 제품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은 세계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당시 메디톡스 법률대리인인 박정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보툴리눔 톡신은 전 세계 소수의 기업과 국가만 상업화해 판매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다. 국가 안보와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해제는 곧 기술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휴젤 측 역시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수출을 막는 규제가 아니라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주장했다. 특히 해외 해킹 등 기술 탈취 위협이 존재하는 만큼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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