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운전자의 말을 알아듣는 신차 옆에 78년 전 등장했던 소형차를 전기차로 되살린 콘셉트카가 자리했다. 뒷좌석을 돌려 거실처럼 마주 앉을 수 있는 차량과 승객·화물 운송을 오가는 전기 밴도 관람객을 맞았다.
'2026 파리모터쇼'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전동화 기술만으로 경쟁하지 않았다. 인공지능(AI)으로 차량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브랜드의 역사를 디자인에 담는 한편, 차 안의 공간을 새롭게 구성했다. 기술과 감성, 실용성을 결합해 소비자가 선택할 이유를 만드는 경쟁이었다.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2026 파리모터쇼. [사진=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ace8416831c890.jpg)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막을 내린 이번 모터쇼는 전동화 시대의 다양한 제품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AI와 주행 보조 기술을 강조한 신차 옆에는 과거 모델의 개성을 계승한 전기 콘셉트카가 자리했고, 가족의 휴식과 사업자의 업무를 고려한 공간 설계도 주요 전시 차량에 반영됐다.
현대자동차가 유럽에 처음 선보인 신형 투싼은 소프트웨어를 상품성의 한 축으로 내세웠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레오스 커넥트'와 AI 음성 비서 '글레오 AI'를 적용해 차량 기능과 정보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했다.
사양에 따라 최대 17인치 중앙 화면을 제공하고 일부 차량 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 기능에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함께 차 안에서 정보를 찾고 기능을 조작하는 방식까지 개선한 것이다. 유럽 주력 SUV의 세대교체에 전동화와 디지털 경험을 함께 담았다.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2026 파리모터쇼. [사진=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6c2d6aa00db2ba.jpg)
전시장 밖으로 나온 AI…파리 도로가 체험 무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주행 기술은 전시장 밖에서도 소개됐다. 모터쇼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도로 주행 체험에는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이 참여했다.
테슬라는 FSD, 샤오펑은 NGP를 선보였다. 두 기술 모두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필요할 때 즉시 개입해야 하는 주행보조 기능이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화면이나 제원표 대신 실제 파리 도로에서 기능을 경험했다.
샤오펑의 NGP 체험 구간에는 회전교차로와 좁은 도로, 보행자 횡단 등 파리 특유의 복잡한 교통환경이 포함됐다. 차량이 주변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속도와 진행 방향을 조절하는지 직접 확인하도록 구성했다.
신기술을 알리는 방식이 정적인 차량 전시에서 실제 탑승 경험으로 확장된 것이다.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2026 파리모터쇼. [사진=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f784a4ccb262f9.jpg)
샤오펑은 유럽에 출시한 G9L과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비행 모빌리티도 전시했다. 차량의 주행 기술과 로봇 등에 활용하는 AI를 한자리에서 소개하며 자동차 밖으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신차 전시가 기업의 기술 역량과 사업 구상을 보여주는 무대 역할까지 한 셈이다.
AI는 차량에 탑재하는 기능뿐 아니라 자동차를 개발하는 수단으로도 다뤄졌다. 조직위와 캡제미니의 공식 콘퍼런스에서는 AI를 활용한 제품 개발과 연구개발 조직의 변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엔지니어링이 주요 의제에 올랐다. 고객이 체감하는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개발 과정의 효율도 끌어올리려는 업계의 관심이 반영됐다.
2CV부터 랠리카까지…옛 이름에 전기를 더하다
유럽 업체들은 새로운 기술을 익숙한 이름에 담았다. 시트로엥의 '2CV 콘셉트'가 대표적이다. 1948년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2CV의 디자인 특징과 실용성을 전기차 시대에 맞춰 재해석했다.
길이 3.76m의 작은 차체에 원형 모델의 개성을 살리면서 가벼움과 일상에서의 활용성을 강조했다.
2CV의 귀환에는 대중적인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사업 방향도 담겼다. 시트로엥은 이 콘셉트가 제시하는 미래 모델을 유럽에서 생산하고, 시작가격을 약 1만5000유로(한화 약 2245만원)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2026 파리모터쇼. [사진=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a0751c298a2b07.jpg)
르노는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로 모터스포츠 유산을 꺼냈다. 1964년 등장한 원형 모델을 2인승 전기 쿠페로 재해석했다. 파란 차체와 두 줄의 흰색 줄무늬, 후륜구동이라는 특징을 이어갔다.
푸조의 'E-T16 콘셉트'는 1985년과 1986년 세계랠리선수권에서 우승한 205 T16을 전동화 시대의 고성능차로 재해석했다. 전자식 조향 기술과 조향 장치 '하이퍼스퀘어'도 결합해 모터스포츠의 역사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했다.
이들 콘셉트카는 서로 다른 기억을 전기차에 연결했다. 2CV가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이동 수단을 강조했다면, 고르디니와 T16은 운전의 즐거움을 부각했다. 과거 모델을 기억하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면서 전동화 이후에도 유지할 브랜드의 특징을 제시한 것이다.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2026 파리모터쇼. [사진=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f8000ef5bd5cbc.jpg)
뒷좌석은 거실로, 짐칸은 일터로…전기차 쓰임 넓히다
르노 'E-스페이스 콘셉트'는 브랜드의 역사를 공간 활용으로 이어갔다. 1984년 에스파스가 제시했던 가족 중심의 실내를 순수전기 다목적차량(MPV)으로 재해석했다. 차 안의 생활공간을 먼저 설계한 뒤 이를 감싸는 차체를 구성했다는 게 르노의 설명이다.
평평한 바닥 위에는 독립 좌석 여섯 개를 배치했다. 2열 좌석을 180도 돌리면 3열 승객과 마주 앉을 수 있다. 2열을 접어 뒤쪽 승객을 위한 큰 테이블로 활용하는 구성도 가능하다. 탑승자가 차 안에서 대화하고 쉬는 방식까지 공간 설계에 반영했다.
르노는 E-스페이스가 특정 양산차를 직접 예고하거나 현행 에스파스를 대체하는 모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내 폭을 가로지르는 '오픈R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는 향후 세닉과 라팔 등 상위 차급에 적용할 계획이다. 콘셉트카에서 공간과 디자인을 실험하면서 일부 기술은 실제 제품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2026 파리모터쇼. [사진=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e0e1e835b54fa4.jpg)
기아는 고객의 이용 목적에 따른 전동화 제품군을 선보였다. EV3·EV4·EV5·EV6·EV9의 GT 모델 다섯 종으로 고성능 수요에 대응하고, PV5 카고와 7인승 패신저로 사업자와 승객의 서로 다른 요구를 담았다. 셀토스와 K4 하이브리드도 함께 전시해 동력에 대한 선호까지 고려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AI와 소프트웨어는 차량의 조작과 주행을 도왔고, 브랜드의 역사는 비슷해지는 전기차 디자인에 차이를 만들었다. 실내와 적재공간의 재구성은 승용차에서 가족의 생활공간과 사업자의 일터로 차량의 쓰임을 넓혔다.
전기 동력계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진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자신만의 기술과 기억, 활용성을 차량에 더했다. 파리모터쇼의 경쟁은 누가 더 앞선 전기차를 만드느냐를 넘어 전동화 이후에도 고객이 해당 브랜드와 차량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데 맞춰졌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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