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자원연)이 28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먹튀’ 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질자원연이 해외 공동연구기관의 계약상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연구비를 전액 지급해 28억5900만원의 환수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김남국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지질자원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질자원연은 2023년 8월 캐나다 현지 기업과 47억8000만원 규모의 오일샌드 실증 국제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현지 인허가와 원주민 협정, 시추장비 구매 등 과업을 완료한 후 연구비 잔금 50%를 지급하도록 명시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사진=지질자원연]](https://image.inews24.com/v1/430e24a968537a.jpg)
2024년 7월 잔금 지급 당시 현지 기업은 필수 인허가를 받지 못했고 원주민 협정도 체결하지 못한 상태였다. 시추장비 역시 실제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최종보고서에는 과업 수행 결과 대신 앞으로의 계획만 기재되어 있었다.
지질연은 2024년 7월 31일 잔금 약 21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1차 연구비 약 10억원이 남아 있었고 연구팀이 요구한 연구비 사용 내역 등 증빙자료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더욱이 당초 시추장비 구매에 필요한 비용은 약 493만 달러였는데 협약상 책정된 예산은 약 194만 달러 수준으로 애초에 계약된 예산만으로 과업을 완료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2024년 11월 원주민 협상이 무산되면서 실증광구 확보에 실패했다. 이후 전문기관은 미집행 연구비 28억5900만원의 환수를 요구했다. 해외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로 회수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지질연은 올해 4월 국제중재를 신청했는데 실제 환수 실적은 김남국 의원실 제출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NST 감사위원회는 관련 연구원 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환수가 최종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자의 배상책임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하도록 했다.
김남국 의원은 “국가 연구개발(R&D)은 실패할 수 있는데 연구 실패와 부실한 연구비 관리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번 사건은 해외기업이 과업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연구비를 지급해 국민 세금의 손실 위험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중재에서 승소하더라도 실제 연구비를 회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지질자원연은 환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해외 공동연구기관의 재무건전성 검증과 단계별 성과 확인, 연구비 지급 통제 등 재발 방지체계를 철저히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질자원연 관계자는 “국제중재를 통해 현재 관련 사안은 소송 중”이라며 “만약 이 과정이 여의찮았을 때는 해당 기업에 대한 재산 몰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질자원연은 지난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해 기관 차원의 점검에 착수하고 NST에 감사를 직접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연구책임자를 교체하고 연구원 자체 역량을 집중해 과업 착수 4개월 만에 제3의 광구를 확보했으며 전문기관의 1단계 평가를 거쳐 2단계 과제협약을 체결하고 현재 안정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지질자원연 측은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하는 등 환수를 위한 조치도 수행하고 국제공동연구 보고서 검수와 연구비 지급 통제도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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