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6.10.23 [서울고등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45ef9fd2c1d556.jpg)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1·2심의 결론을 가른 것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한 평가였다. 두 재판부 모두 명씨의 진술 전체를 믿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1심은 카카오톡 대화와 여론조사 자료 전달 내역, 송금 기록 등과 일치하는 일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은 이들 정황만으로 오 시장의 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선고 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의 유죄 부분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각각 벌금 3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받았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한 특별검사의 항소는 기각했다.
항소심이 제시한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오 시장이 2021년 1월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후원자인 김씨에게 조사 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요청했는지다. 재판부는 두 사실을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가 사실상 "명씨의 진술뿐"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6.10.23 [서울고등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4014abcf2abb73.jpg)
'명태균 진술', 1심도 의심…'정황증거 평가'서 갈려
1심은 오 시장이 의뢰한 여론조사 5건의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신 지급했다고 인정했다. 오 시장이 명씨에게 조사를 맡기고 강 전 부시장에게 진행을 지시한 뒤 김씨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공소사실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명씨의 진술을 모두 신뢰한 것은 아니었다. 1심은 명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관계를 재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이 울면서 여론조사를 부탁했다'는 등의 명씨 진술도 당시 정황과 경험칙에 비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오 시장과 명씨가 실제로 만난 시점과 이후 연락 내역, 카카오톡 대화, 캠프에 여론조사 자료가 전달된 경위 등을 종합하면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관한 명씨의 진술은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 지점에서 판단을 달리했다. 진술의 중요한 부분을 믿기 어려운 사정이 드러났다면 전체 진술의 신빙성도 낮게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진술만 떼어 유죄의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신뢰할 충분한 근거나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합리적 의심을 해소할 정도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항소심은 명씨의 진술에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과장이 섞여 있다고 판시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에는 주변적인 설명을 반복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이 고소 방침을 밝힌 뒤 명씨가 관련 혐의를 본격적으로 진술한 사실과 오 시장 측에 대한 감정, 수사기관이 증거를 제시할수록 진술이 구체화된 과정도 신빙성을 낮추는 사정으로 판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6.10.23 [서울고등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6df518686ce85.jpg)
'여론조사 흐름'에 주목한 1심…2심은 '명태균 진술 허점' 파고들어
여론조사가 시작되고 진행된 경위에 대한 해석도 달랐다. 1심은 오 시장과 강씨가 2021년 1월 20일 명씨를 만난 뒤 22일 다시 연락했고, 같은 날 첫 비공표용 조사가 실시된 흐름에 주목했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가 비용 문제로 한 달 동안 조사를 실시하지 못했던 사정도 고려했다.
오 시장에게는 나경원 후보에게 앞서는 조사 결과를 제공하고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접촉할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보여주려는 동기가 명씨에게 있었다고 판단했다.
캠프가 조사 과정에 관여한 정황도 유죄 인정의 근거가 됐다. 강 전 부시장이 표본 수를 문제 삼은 뒤 실제 표본 수가 줄었고, 공표용 조사를 위해 언론사를 소개했으며, 불리한 조사 결과가 나오자 항의한 과정 등을 오 시장 측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증거로 지목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첫 조사 의뢰에 관한 명씨의 설명부터 의심했다. 명씨가 오 시장의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한 시각과 미래한국연구소에서 함께 일한 강혜경씨가 설문지 파일을 전송한 시각이 맞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명씨가 첫 조사를 오 시장이 아닌 김 전 위원장을 위해 진행했다고 진술한 사실도 지적했다.
여론조사 목적 역시 오 시장의 선거운동을 위한 것만으로는 볼 수 없다고 봤다. 미래한국연구소가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조사도 여러 차례 자체적으로 실시한 점, 여론조사 결과를 김 전 위원장과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 등에게 계속 전달한 점, 서울시장뿐 아니라 부산시장 선거 조사 결과도 함께 공유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 항소심은 명씨가 오 시장의 의뢰를 받아 조사했다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고 특정 후보가 당선된 뒤 입지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조사 결과가 캠프에 전달됐다는 사실만으로 오 시장이 해당 조사를 의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6.10.23 [서울고등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79a09603b5bfa.jpg)
추가 제출된 '명태균 녹취록', '조사비 대납 판단' 영향
김씨가 지급한 돈을 개별 여론조사의 대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도 판결에 영향을 줬다. 1심은 2021년 2월 1일 지급된 1000만원을 비공표용 조사 3건의 비용으로 인정했다. 같은 달 5일과 18일 각각 지급된 550만원은 공표용 조사 2건의 비용으로 판단했다. 입금 시점과 조사 진행 경위를 연결해 대납금 2100만원을 특정한 것이다.
1심은 김씨가 당시 명씨와 친분이 깊지 않았다면서, 만나본 적도 없는 명씨를 개인적으로 돕기 위해 1000만원을 보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단했다. 김씨 측이 설명한 명씨 연락처 입수 경위가 제주도 체류 기록 등과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항소심은 김씨의 설명에 모호하거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오 시장의 대납 요청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명씨의 연락처를 오 시장이 아닌 강씨를 통해 알게 된 사정과 계좌로 돈을 보낸 방식, 일부 금액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점, 이후 두 사람 사이에 친분이 형성된 과정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지급한 돈이 특검이 지목한 개별 조사의 대가인지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항소심에서 제출된 명씨와 김씨의 2021년 3월 6일 통화 녹취록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 녹취록이 오 시장의 조사 의뢰에 관한 명씨의 진술과 맞지 않고, 오히려 김씨가 명씨의 연락처를 강씨를 통해 알게 됐다는 설명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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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의심, 전혀 없지는 않지만…명씨 진술만으로 단정 못해"
항소심 역시 오 시장과 강씨가 명씨를 만난 사실과 캠프와 명씨 사이에 일부 조사 결과가 공유된 사실, 김씨가 명씨 측에 여러 차례 돈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죄의 의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카카오톡 대화와 만남, 송금 내역 등 여러 정황만으로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씨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인 명씨의 진술 역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의 설명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즉시 특검이 입증해야 할 공소사실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항소심 결론이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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