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cebc834d47849.jpg)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고 시장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가 기사회생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 시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 사건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적 증거는 명태균의 진술이 유일하지만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오 시장과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오 시장이 2021년 1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는지 여부였다. 명씨가 이같은 사실이 있었다고 강하게 주장한 반면, 오 시장은 전면 부인해왔다.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명씨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앞서 1심도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는 했다. 여론조사 범위에 관한 진술이 전체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있는 점, 명씨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실관계를 재조립해 진술하고 있는 점, 여론조사를 대가로 오 시장이 명씨 최측근인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사장자리를 약속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신빙성을 의심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당시 피고인들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나 언론기사, 오 시장 선거캠프와 명씨의 만남 시기, 명씨가 제공했다는 여론조사 공유 내역 등을 근거로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런만큼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집중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9ea14f078c2f9.jpg)
"명태균 진술 추측·과장...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
재판부는 "그 결과 명태균의 진술 중에는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사정이나 주변 관련자들의 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이 다수 있었다"며 "수사기관 진술이나 법정 증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직접 경험한 사실과 단순히 추측에 근거하거나 과장되게 진술한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자신이 기존에 한 진술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명태균은 최초 김영선 등에 관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중에는 피고인 오세훈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 진술하지 않다가 피고인 오세훈이 명태균을 고소하겠다고 발표한 2024년 12월경부터 본격적으로 피고인 오세훈의 정치자금 관련 혐의에 대해서 진술하고, 그 무렵 공개적으로 피고인 오세훈을 어떻게 엮는지 보라는 취지로 위협적인 말까지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 시장 측과의 관계가 틀어진 사실도 명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보궐선거 전인 2021년 2월 이미 캠프 측과의 사이가 안 좋아진 것으로 보이고, 오 시장이 당선된 이후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해 섭섭한 감정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수사가 거듭되면서 제시되는 증거가 늘어남에 따라 진술 내용이 구체화 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직접 의뢰했다는 명씨 주장 역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명씨는 '2021년 보궐선거를 석달 정도 앞 둔 상황에서 오세훈이 4차례 전화로 울면서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니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해왔다. 김한정씨가 여론조사비를 대신 지불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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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스스로 '여론조사는 김종인 위해 진행한 것' 진술"
그는 이 말을 미래한국연구소 전 소장 김모씨에게 했다고 특검과 법정에서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김씨는 피고인 명태균과의 대화를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고, 명태균 스스로도 첫 번째 여론조사인 2021년 1월 22일자 여론조사는 피고인 오세훈이 의뢰한 것이 아니라 김종인을 위해 진행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 오세훈이 불과 이틀 전 처음 만난 명태균에게 불법적 비용 부담 문제까지 언급하며 그것도 울면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2021년 4·7 보궐선거 전 3개월간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는 모두 김종인과 지상욱 등에게도 지속적으로 공유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피고인 명태균은 피고인 오세훈의 의뢰에 따라 여론조사를 수행했다기보다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적인 격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고 김종인에게 접근해 특정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1심이 유죄로 인정한 공소사실 부분에 관한 명태균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도 어렵고 이를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거나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가 충분히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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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정이 돈 지급한 것은 명백...'여론조사 비용' 증거 부족"
재판부는 김한정씨가 명씨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은 명백히 인정된다면서 유죄의 의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오세훈, 강철원과 명태균 사이에 몇 차례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오세훈의 선거 캠프 측과 명태균 사이에 명태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등이 일부 공유되었으며, 특히 오세훈의 후원자로 알려진 피고인 김한정이 명태균 측에 수차 돈을 지급한 사실이 객관적 증거에 의해 명백히 인정되기 때문에 유죄의 의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돈이 여론조사 비용이라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오세훈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선거 캠프 내에서도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불법적인 여론조사 비용의 대납을 피고인 김한정에게 대놓고 직접 요청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피고인 김한정이 명태균에게 돈을 지급한 방식, 즉 은행 계좌로 떳떳하게 돈을 보내고 일부는 부가가치세까지 포함된 금액을 보낸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2021년 2월경 이후 어느 시점부터 명태균과 피고인 김한정이 꽤 막역한 사이가 된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피고인 김한정이 명태균에게 여러 차례 돈을 지급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오세훈이 피고인 김한정에게 여론조사 비용의 대납을 요청했다는 사실 또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강 전 부시장을 통해 후원자인 김 씨에게 3300만원 상당의 조사 비용을 대신 부담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작년 12월 1일 오 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 전 부시장과 오 시장 후원자로 알려진 김씨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명씨는 기소하지 않았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7017bc3a12005.jpg)
특검 "재판부, 결정적 증거 언급도 안 해...판결 검토 후 상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 7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일부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21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씨도 각각 벌금 300만원과 500만원씩을 선고받았다. 특검은 1·2심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3300만원을, 강 전 부시장과 김씨에게 각각 징역 1년씩을 구형했다.
무죄 판결을 받아 든 특검은 즉각 반발했다. 이날 선고공판에 참석했던 박노수 특검보는 취재진과 만나 "납득하기 어렵다. 많이 실망 스러운 판결"이라며 "명 씨 진술 중 믿지 못할 부분들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명 씨 진술뿐만 아니라 저희가 제출한 증거 중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것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특검은 그러면서 "이런 결정적 증거들을 재판부가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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