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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공세에도 원유 수급 차질 제한적⋯연료·운송비 부담은 지속


원유 수입단가 35.7% 상승⋯정유업계 "추가 수급 차질 없어"
선박연료 가격 8% 상승·항공 유류할증료 인상⋯석화업계는 제품가격 반영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있지만 국내 주요 정유·석유화학업체에서는 추가적인 원료 조달 차질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선 중동 분쟁을 겪으며 원료 공급처와 수송 경로를 다변화한 결과다.

다만 원유와 선박연료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비용 부담은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원료가격 상승분이 제품가격에 일부 반영되고 있으며 항공업계에서는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승객 부담도 커지고 있다.

후티 반군 공격으로 침몰한 이터니티 C. [사진=후티 미디어]
후티 반군 공격으로 침몰한 이터니티 C. [사진=후티 미디어]

26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날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운영이 중단됐던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의 일부 터미널 운영을 재개했다. 지난 10일 공격 이후 약 2주 만이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공항을 계속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경고했고, 사우디 당국도 추가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등 중동 지역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이번 충돌 격화에 따른 추가 원유 수급 차질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10월 중순 이후 추가적인 원유 수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운임의 경우 갈등 격화로 급등한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정부도 단기적인 원유 수급은 안정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6일 국내 정유사들이 10~11월 필요한 원유 도입량을 전년 평균의 100% 이상 확보해 현재 수급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원유를 들여오는 데 당장 큰 차질은 없지만 가격 부담은 커졌다. 산업부의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국내 원유 수입물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증가한 반면 수입단가는 35.7% 상승했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금액은 38.4% 늘어난 80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양의 원유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셈이다. 다만 원유 수입단가 상승이 정유사의 영업이익 감소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석유제품 판매가격과 정제마진, 재고평가손익 등에 따라 실제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후티 반군 공격으로 침몰한 이터니티 C. [사진=후티 미디어]
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칼리드 공항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원료 조달처 다변화를 통해 직접적인 공급 차질을 줄이는 동시에 원료가격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앞선 중동 분쟁 과정에서 원료 조달처를 다변화한 만큼 현재 입항 지연이나 수급상의 어려움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원료가격 상승은 제품가격에도 반영되는 추세다.

LG화학 관계자는 "원료가격이 오르면서 제품가격도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도 상반기 중동 지역의 원료 수급 불안 이후 공급처 다변화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올 초와 비교하면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이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중동 지역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경로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며 "다만 중동산 원료 공급 감소가 다른 지역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에서도 가격과 물량의 움직임이 엇갈리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39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했지만 수출물량은 19.1% 감소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가격 상승이 금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수출액 증가만으로 개별 기업의 이익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료비와 운송비 등 생산·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 공격으로 침몰한 이터니티 C. [사진=후티 미디어]
1이집트 수에즈만에서 선박들이 홍해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해운업계에서는 실제 항로와 선박 종류에 따라 비용 부담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HMM 관계자는 컨테이너선과 원유 운반선은 운항 구조가 다른 만큼 중동 지역의 충돌이 미치는 영향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기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2023년 말부터 홍해 항로를 피해 운항해 왔으며 최근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 사이에서는 수에즈운하 항로 복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원유운반선은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 경로와 해상 안전 상황에 따라 운항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 충돌이 산유시설이나 주요 수송로로 확산하면 원유 조달과 운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

선박연료 가격도 해운업계의 비용 부담 요인이다. 국제 선박연료 가격정보업체인 쉽앤벙커에 따르면 싱가포르항의 저유황 선박연료유(VLSFO) 가격은 지난 9일 톤당 889.5달러에서 23일 963달러로 73.5달러(8.3%) 상승했다.

이는 국제 선박연료 시장의 가격 변화로 HMM의 실제 연료 구매단가나 추가 운항비가 같은 비율로 증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HMM 관계자는 "중동 지역의 전쟁위험보험료와 선박연료비 상승이 해운업계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운항 항로와 선박 종류에 따라 영향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후티 반군 공격으로 침몰한 이터니티 C. [사진=후티 미디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계류중인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에서는 고유가 부담이 항공유 가격과 유류할증료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11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10월보다 4단계 높은 27단계로 책정했다. 한국 출발 국제선 편도 기준 유류할증료는 최소 5만5600원에서 최대 40만8100원으로 10월의 4만9000~36만2600원보다 올랐다.

인천~뉴욕 등 미주 장거리 노선의 경우 편도 유류할증료가 36만2600원에서 40만8100원으로 4만5500원 인상된다. 다만 11월 유류할증료는 지난 9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의 항공유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으로 최근 후티 반군의 재경고가 직접 반영된 것은 아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금리, 유가 같은 대외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고유가가 오래가면 실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우디·후티 충돌 격화에도 국내 일부 정유·석유화학업체에서는 새로운 원료 수급 차질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원유와 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은 남아 있다.

기업들이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물량 확보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동 지역의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높아진 원가를 판매가격에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는지가 업종별 수익성을 가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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