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모든 담배는 해롭습니다."
지난 29일 정부가 담배 465개 제품의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공개하며 강조한 메시지다.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울 것이라는 기대에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흡연자들이 있지만, 이번 검사에서는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발암성 성분이 확인됐다. 정부는 일부 성분의 검출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건강 위험이 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같은 날 정부가 내놓은 첫 '담배 유해성 관리 기본계획'을 보면 의문이 남는다.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유사니코틴'은 관리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유사니코틴은 니코틴과 화학구조가 비슷한 별도 물질로, 6-메틸니코틴이 대표적이다. 담뱃잎에서 추출하지 않고 화학적으로 제조한 합성니코틴과도 다르다.
문제는 유사니코틴이 더 이상 일부 제품에서만 발견되는 낯선 물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9월20일까지 국내에 들어온 유사니코틴 용액은 약 15톤에 달한다.
니코틴과 비슷한 작용을 하지만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담배에 적용되는 규제망을 벗어나기 쉽다.
청소년 접근 가능성도 우려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무니코틴'을 표방한 액상형 흡입제품 105개를 분석한 결과 12개에서 6-메틸니코틴이 검출됐다.
정부가 판매차단을 요청한 뒤에도 일부 제품의 온라인 판매 정황이 확인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니코틴'이라는 표시만 보고 제품의 위해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셈이다.
정부도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번 브리핑에서 유사니코틴이 니코틴과 유사하게 작용하고 세포독성이 보고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포함하기 위한 담배사업법 개정 과정에서도 유사니코틴이 규제 밖에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첫 중장기 관리계획에서 돌아온 설명은 결국 '현행법상 담배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새롭게 발견된 사각지대라기보다 정부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직 메우지 못한 규제 공백에 가깝다.
식약처는 오는 12월까지 유사니코틴 독성 연구를 진행하고 결과를 토대로 범정부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위해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연구가 끝나는 12월이 규제가 시작되는 12월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관계부처가 협의하고 법령을 정비하는 사이에도 제품은 계속 유통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규제가 시장을 뒤쫓는 구조다. 합성니코틴을 규제 대상으로 넣자 유사니코틴이라는 새로운 사각지대가 부각됐다. 6-메틸니코틴을 관리 대상으로 추가한다고 해도 또 다른 물질이 등장한다면 같은 논의를 처음부터 반복해야 할 수 있다.
물질 하나가 등장할 때마다 위해성을 확인하고 규제 목록에 추가하는 방식만으로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떤 원료에서 만들어졌는지, 법률상 '담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만 따지기보다 소비자가 실제로 무엇을 흡입하고 있으며 그것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심으로 관리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말했듯 담배의 유해성은 제품의 이름이나 형태에 따라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규제 역시 제품에 붙은 이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법상 담배가 아니다'라는 설명이 이미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을 관리 밖에 두는 이유로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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