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같은 물가를 두고 정부와 중앙은행의 진단이 갈렸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8%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주요국 대비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높은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봤다. 시각차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품목이 가공식품이다. 재경부는 가격을 올린 업계를, 한은은 원가 부담의 전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물가를 '관리'의 문제로 보느냐 '추세'의 문제로 보느냐의 차이다.
국가데이터처가 3일 발표한 ‘2026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가공식품은 1년 전보다 2.9% 올랐다. 8월(1.5%)과 9월(2.1%)에 이어 상승 폭이 두 달째 커졌다. 즉석식품이 12.4%, 빵이 5.9% 올랐다.
재경부는 같은 날 물가관계차관회의 자료에서 가공식품이 "업계 가격인상 등으로" 올랐다고 적었다. 한은은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같은 2.9%를 "원·부자재 비용 상승 등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출고가가 올랐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갈리는 것은 인상의 성격이다. 재경부는 기업의 가격 결정을, 한은은 기업이 떠안은 비용을 봤다.
재경부의 진단은 대응책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유통구조 효율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할당관세와 할인 지원이 실제 소비자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는지 점검하고 업계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정부가 꺼낸 수단은 모두 가격을 직접 관리하는 쪽이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10월 물가 상승률을 0.8%p 낮췄다고 추정했다. 이 조치가 없었다면 10월 물가는 3.6% 올랐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김장철을 앞두고는 640억원을 들여 주요 김장재료를 최대 40~50% 할인한다.
권 차관은 "중동전쟁 불확실성과 고유가 속에서도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책노력에 힘입어 주요국 대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경부 자료에 수요 측 요인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한은은 물가 상승을 개별 기업이나 품목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이지호 부총재보는 근원물가가 "누적된 비용압력의 전이 등에 영향받아 여행 및 외식 서비스, 전자제품 등에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쌓인 원가 부담이 시차를 두고 여러 품목의 가격으로 번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헤드라인 둔화도 다르게 읽었다. 한은의 기여도 분석을 보면 9월 2.9%에서 10월 2.8%로 내려간 0.1%p는 사실상 전부 농축수산물(-0.11%p) 몫이다. 근원물가의 기여는 거의 없었다. 근원물가는 두 달째 2.8%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도 석 달째 2.7%로 물가안정목표(2%)를 웃돈다.
한은은 앞으로의 물가가 "비용충격의 전이, 수요측 압력 증대 등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가지고 점검해 나가겠다"고 했다. 11월 상승률도 “2%대 후반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원가 전이에 더해 수요가 물가를 밀어 올리는 압력까지 짚은 것이다.
두 시각의 차이는 처방의 차이로 이어진다. 물가 상승의 주범이 업계라면 담합 단속과 가격 점검, 할인 지원으로 대응할 수 있다. 원가 전이와 수요 압력이 원인이라면 가격 관리는 상승을 늦출 뿐 막지는 못한다. 최고가격제를 거두는 순간 0.8%p가 되돌아올 수 있다.
수요 측 압력은 정부의 가격 관리 수단이 닿지 않는 영역이다. 한은이 '수요'를 언급한 것은 물가 대응의 무게중심이 가격 관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판단 근거가 될 원가 지표는 엇갈린 신호를 보낸다. 한은 자료에서 10월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110.7달러로 1년 전(65.0달러)보다 70% 올랐다. 에너지·물류 비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336원으로 1년 전(1,425원)보다 6.2% 내렸다. 수입 원재료 비용을 낮추는 요인이다.
업계 원가 자료는 재경부와 한은 모두 내놓지 않았다. 가공식품값을 둘러싼 진단의 차이는 앞으로 물가 대응의 방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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