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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주 뒤엔 공사비 갈등⋯신고리·바라카 이어 체코까지 '악몽 재현'


원전 장기 공사 특성상 비용 변수 산적…위험 분담 수익성 좌우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에 시공사·협력사 피해보상 요구 확산
바라카 원전 현대건설·삼성물산도 한전과 추가 공사비 정산 마찰
체코 원전 대체 시공사 물색 난항…삼성물산·현대건설도 부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 신규 원전 주설비공사 계약 협상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원전 건설사업의 고질적인 공사비 정산과 위험 분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원전 사업은 설계와 시공, 안전성 검증 등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공기 연장이나 설계 변경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경우 발주처와 시공사 간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전 건설과 해외 원전 수출 과정에서도 공사비와 위험 분담을 둘러싼 갈등은 반복됐다. 정부 정책에 따른 공사 중단부터 설계 변경과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정산까지 분쟁 원인은 다양했지만 계약 당시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공통적인 쟁점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7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사태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라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공론화하기로 하고 약 3개월간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당시 종합 공정률은 28.8%였고, 사업비만 약 1조6000억원이 투입된 상태였다. 공사 재개 결정 이후 삼성물산·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한화건설(현 한화 건설부문) 등 주설비공사 시공사 3곳은 공사 중단에 따른 인건비와 장비비, 자재비 등 415억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피해보상 청구는 시공사뿐 아니라 협력업체 전반으로 확대됐다. 2017년 9월 말 기준 신고리 5·6호기 공사에 참여한 64개 협력사가 한수원에 청구한 피해보상액은 총 96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주설비공사 시공사 3곳의 청구액이 415억원이었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설비와 터빈발전기 분야에서도 각각 206억원과 57억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보조기기 업체와 설계용역 업체 등도 인건비와 기자재 유지관리비, 금융손실 등을 보상 항목으로 제시했다. 발주처의 직접적인 공사 중단 결정이 아니더라도 정부 정책에 따른 사업 중단이 대규모 비용 정산 문제로 번진 것이다.

해외 원전 사업에서도 비슷한 갈등은 반복됐다. 지난 2009년 한국전력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이 대표적이다. UAE 원자력공사(ENEC)가 발주한 이 사업은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한전이 주계약자로 사업을 총괄하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합작법인 HSJV를 구성해 주설비공사를 맡았다. 양측은 2010년 3월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지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추가 공사비와 공기 연장 등을 둘러싼 이견이 불거졌다.

갈등은 공사 후반부인 2016년 본격화됐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설계 변경과 추가 공사비, 공기 연장 등 총 29개 항목을 놓고 한전과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2016년 3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바라카 원전 공정률은 74%, 삼성물산은 75%였지만 미청구공사비는 각각 2658억원과 1284억원에 달했다.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음에도 추가 투입 비용을 발주처와 정산하지 못하면서 두 건설사의 재무적 부담도 커졌다.

우리나라가 수출한 UAE의 바라카원전 1호기. [사진=힌전]

협상이 결렬되자 양사는 합작법인 HSJV 명의로 2016년 12월 19일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한전을 제소했다. 청구액은 약 4억5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610억원)에 달했다.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의 체코 원전 계약 협상 결렬도 이 같은 위험 분담 문제에서 비롯됐다. 다만 과거 사례들이 공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을 놓고 발주처와 시공사가 갈등을 빚었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인 시공계약 체결 이전부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컨소시엄은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 물량 증가분을 실제 물량에 따라 정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한수원은 일정 물량을 기준으로 총액을 확정하는 계약 방식을 추진했다.

한수원은 실무협상과 이견조정위원회, 경영진 협상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달 29일 계약 협상을 종료했다.

특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대체 시공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 공사비와 추가 물량에 따른 위험 부담을 놓고 한수원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만큼 후속 시공사 역시 기존 계약 조건과 비용 부담 구조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두 회사는 과거 바라카 원전에서 추가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을 직접 경험한 만큼 계약 조건과 수익성 검토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설계 변경이나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을 시공사가 어느 수준까지 부담해야 하는지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시공사 확보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수원은 내년 7월까지 신규 시공사를 선정해 기존 사업 일정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원전 사업의 계약 구조와 위험 분담 체계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사례는 원전 수주에서 공사비와 수익성뿐 아니라 계약 조건에 담긴 위험 부담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수주 실적을 확보하는 데 급급해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면 설계 변경이나 공사 물량 증가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 단계부터 추가 비용의 정산 방식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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