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사실 진작 올렸어야 할 가격을 미루고 미루다 올린 것인데⋯."
![정부와 식품·유통업계가 먹거리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라면과 빵, 커피 등을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최대 50% 저렴하게 판매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유통업계 간담회를 열어 물가안정을 위한 여름 휴가철 가공식품 할인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일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에 가격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74bd92eb7ec17d.jpg)
물가 상승 주범으로 지목된 식품·외식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 정부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왔지만, 악화된 경제 여건 탓에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역시 고물가의 책임을 오롯이 기업에게만 돌리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물가가 오른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가격인상을 통한 이익 증대만을 강조하는 듯한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억울하다는 기류가 읽힌다. 지난달 김민석 국무총리가 후보자 시절 주최한 '밥상물가 안정을 위한 경청 간담회' 자리에에서도 식품·외식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물가 상승 주범으로 몰린 것이라는 토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목소리를 낸 건 최근 '물가 전쟁'을 선언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진 데 더해, 식품·외식 기업들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차가워진 탓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약 6개월간 식품·외식기업 60여 곳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정부 억제력이 약해진 틈을 탄 '그리드플레이션(greed+inflation·기업 탐욕에 의한 물가 상승)'으로 전체 물가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취임 초부터 가공식품의 대표 격인 라면값을 콕 집어 언급하며 물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먹거리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식품·유통 기업들이 이달부터 대대적 할인 행사에 돌입하도록 유도한 대책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는 국정 공백 속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된 건 원재료 가격 상승, 환율 폭등 등 경제 여건이 악화한 탓이라고 적극 소명하고 있다. 그동안 가격 상승 요인이 많았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외식업종의 경우 내수 침체와 인건비·배달 수수료 상승 등으로 여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요인이 겹치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국민 체감도가 높은 식품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가격 인상을) 미뤄왔다"며 "이미 타업종 대비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견딜 만큼 견디다 가격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역시 개별 기업들의 일탈이 물가 상승의 근본적 원인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기업 팔을 비틀어 가격 인상을 억제하거나, 단기 할인 이벤트를 펼치는 식으로는 물가 안정을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할인전 등 단기적인 기업의 자율적 조치에 기대는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낮고, 공급망 충격이나 원재료 가격 상승 같은 근본 요인에 대응하지 못한다"며 "물가는 단기 대응보다 신뢰 기반의 정책 일관성으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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