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건설 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제로에너지' 건축물 설계 의무화 등 규제가 새로 시행되면서 도시정비사업 공사비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의도와 압구정 등 서울 내 핵심 사업장에서는 평(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어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 전경. 2025.04.30 [사진=이수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7b8f9cff857b81.jpg)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10일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조합은 재건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49층 규모로 공동주택 912가구와 부대복리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조합이 제시한 평당 공사비는 1120만원이다. 지난해 여의도 한양아파트 수주전 당시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이 평당 공사비 824만원을 제시했고 2023년 시공사를 선정한 여의도 공작아파트는 대우건설이 1070만원에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공사비 상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시멘트와 레미콘 등 주요 기초 건자재는 물론 외장 등에 투입되는 전반적인 자재가격 상승과 인건비 상승 등이 작용한 결과다.
조합이 단지 고급화를 원하는 점도 공사비 상승 원인으로 꼽힌다. 스카이브릿지를 비롯한 고급 커뮤니티 시설 등이 단지 내에 조성되면서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교아파트 조합 또한 공사비에 대해 "조합이 압도적인 고급화를 통해 재건축 이후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교아파트 외에도 서울 곳곳에서 평당 1000만원이 넘어가는 현장이 줄을 잇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2구역 또한 평당 공사비 1150만원을 제시했다. 서초구 방배동 원효성빌라 재건축사업은 평당 공사비가 1550만원에 달한다. 용산구 청파1구역 재개발과 영등포구 유원제일2차 재건축 또한 예정 공사비가 각각 929만원, 950만원으로 1000만원에 육박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 전경. 2025.04.30 [사진=이수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6b177f8eea34d.jpg)
지난달 말부터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인증 의무화가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로 확대되면서 공사비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ZEB인증 5등급 인증을 의무화해 각 가구의 에너지 소요량을 줄이면 입주 후 관리비가 줄어들지만 건설 단계에서는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공동주택 공사 비용이 최대 8%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토교통부도 전용 84㎡형 기준 가구당 130만원 가량의 공사비가 인상될 것으로 추정한다. 학계에서는 5등급만 맞추더라도 20~30%의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하고 있다.
이렇게 공사비가 높아지고 있으나 건설사들의 수주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침체 속에 발주물량이 줄어 일감을 수주해야 하는 압박감이 작용하는 데다 지역 핵심 입지를 확보해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떄문이다.
입찰 공고가 나온 현장에서는 이미 각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교아파트에서는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이 경쟁 중이고 압구정2구역은 현대건설이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유원제일2차도 대우건설이 1차 입찰에 단독 응찰한 동시에 2차 입찰 현장설명회에 단독으로 참여하는 등 수주를 앞두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어려워도 사업성을 보장할 수 있는 현장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다"면서 "시공사 선정을 앞둔 현장마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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