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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전쟁] (2) '라면 사무관' 전철 밟아선 한계 분명


정부 서슬퍼런 기세에 업계 나서 라면 등 식료품 최대 '반값' 할인
"과거처럼 보여주기식 '군기 잡기' 나서면 민심도 기업도 악화돼"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수박 한 덩이가 3만원을 훌쩍 넘어요. 장 보는 데 마음이 가볍지 않네요."

마트 가기가 무서울 만큼 고공행진하는 먹거리 물가에 정부가 칼을 뽑았다. 식품·유통업계와 만나 물가 안정 동참을 독려하고, 대대적 할인 행사까지 주도하는 등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다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장기적 플랜이 확실해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 정부들과 다름없이 기업 '군기 잡기' 수준에 그칠 경우 민심을 얻기도 어렵고, 기업은 압박감만 크게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유통업계 간담회를 열어 물가안정을 위한 여름 휴가철 가공식품 할인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유통업계 간담회를 열어 물가안정을 위한 여름 휴가철 가공식품 할인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등 주요 식품 기업들과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 기업들은 이달부터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4일 열린 정부, 식품·유통업계 간담회에서 도출해 낸 결과물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업계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7~8월에 중점적으로 할인행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를 늦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6% 올라 2023년 11월(5.1%)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라면, 빵, 김치 등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공식품 품목 73개 중 62개의 가격이 올랐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최우선 민생 과제로 물가 안정을 내세우며 챙기고 있다. 지난달 9일 갓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 데 진짜냐"며 물가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대표 격 가공식품인 라면값을 언급한 건, 업계 전반에 우회적으로 전하는 경고성 메시지란 해석도 나왔다. 이 대통령 발언 나흘 후 김민석 국무총리는 당시 후보자 신분임에도 이례적으로 식품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밥상 물가 간담회를 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물가 대책이 아직까진 이전 정부와 비슷한 '군기 잡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을 압박해 가격 상승을 억누르거나, 할인 행사를 추진하게 하는 등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탓이다. 원재룟값, 환율 상승 등 근본적 인상 요인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라 언제든 억눌렸던 가격이 한꺼번에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인위적 가격 통제를 중심으로 한 물가 정책을 내세웠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생활에 밀접한 52개 품목에 담당 공무원을 붙여 가격을 통제하는 이른바 'MB 물가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일시적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듯했지만, 시행 3년 뒤 해당 품목들의 물가지수는 20.42%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12%)을 앞질렀다.

윤석열 정부 역시 2023년 11월 가공식품 9개 품목의 물가 관리 담당자를 공식 지정했다. MB식 '라면 사무관', '빵 서기관' 등이 11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식품·외식 기업들을 가격 인상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정부의 압박에 밀려 당시 일부 기업은 가격 인하를 단행하거나 인상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정 동력이 사라지자 60여 곳에 달하는 식품·외식 기업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체감 물가가 급격히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미봉책을 내놓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본적 대책 마련 없이 강압적 방식으로 일관할 경우 기업 살리기라는 명분을 잃을 수 있고, 지나치게 방임할 경우 국민적 정서를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할인 행사 등을 통해 물가가 잠시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해결책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잘못했다간 오히려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며 "현재 물가 문제는 수요 측면이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기에 단기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등 가격문제를 경제분야 핵심 정책으로 인식하고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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