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오는 8월 1일부터 3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EU 내부에서는 대응 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나 기자회견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e9c2d6eb969d7.jpg)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EU는 언제나 협상을 통한 해법을 선호해 왔다"며 "남은 시간을 활용해 미국과의 합의점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U는 당초 14일 0시부터 약 210억유로(약 33조9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8월 초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EU 내부에서는 대응 기조를 놓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관세 조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EU 집행위는 유럽의 단결된 입장을 바탕으로 유럽의 이익을 단호하게 수호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미국과 선의의 기반 위에서 수주간 집중 협상을 진행한 직후 이러한 조치가 발표됐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가 강제조치법(Anti-Coercion Instrument)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효성 있는 맞대응 조치를 신속히 준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해당 법은 외국 정부의 경제적 압박에 대응해 시장 접근 제한, 투자·금융 제재 등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이에 대해 "아직은 해당 수단을 발동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월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나 기자회견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01d19e5c3b00a6.jpg)
독일 역시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맞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여전히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과 이 문제를 주말 내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면서 "내달 1일까지 남은 2주 반 동안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세가 실행되면 독일 경제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맞대응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EU는 미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거래를 이루기 위해 단결하고 단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부총리는 "이번 조치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략"이라며 관세 인상이 압박 수단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공정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희망하면서, "모두에게 해가 되는 무역 전쟁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나 기자회견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9364d0e0bc146.jpg)
한편, EU는 현재 미국산 제품 약 930억유로(약 150조900억원) 규모를 겨냥한 두 가지 보복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1차 보복안은 210억유로 규모로, 이미 한 차례 유예된 조치이며 이번에 다시 8월 초로 연장됐다. 2차 보복안은 720억유로(약 116조1360억원) 규모로 준비되고 있지만, 적용 품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대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교역 다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EU와 인도네시아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히며,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한 무역 리스크 분산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월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나 기자회견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9f6ce531d4f29c.jpg)
앞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EU와 멕시코산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30%의 관세를 예고하며, 교역국들에게 추가 양보를 요구했다. 그는 EU 집행위에 보낸 서한에서 "EU의 비관세 장벽과 불공정한 무역 정책으로 인해 미국은 오랜 시간 무역적자를 감수해왔다"며 "이제는 이 구조를 끝내야 할 때"라고 단언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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