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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 칼럼] 캄보디아의 비극, 대한민국 청년들의 절망


"자살률 1위·출생률 꼴찌… 대한민국 경고등 커져"
"잘잘못 따질게 아니라 '누가 몰아넣었느냐' 물어야"
"'절망 끝 탈출'이라면 개인일탈 아니라 구조적 비극"
"청년이 꿈꾸고 '삶의 기본' 보장되는 나라로 대전환 절실"

최근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한국인 납치·감금·고문·사망 사건은 참혹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중심에 청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일부 청년들이 '고수익 보장'이라는 유혹에 이끌려 캄보디아로 향했다는 보도를 보며, 우리 사회가 처한 청년 문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캄보디아에 간 청년들을 향해 "왜 그런 미끼에 속았느냐", "스스로 선택한 범죄자들일 뿐"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지만, 정작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누가 잘못했느냐"를 넘어 "누가 그들을 그 지점까지 몰아넣었느냐"는 것이다.

혹시 그들이 절망 끝에서 탈출을 꿈꾸다 잘못된 길로 들어선 우리 사회의 희생자라면, 이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비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 청년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빚의 덫에 걸리고, 미래를 그릴 여유조차 없다. 그런 절망 속에서 누군가는 '고수익 해외 일자리', 누군가는 '빚 탕감'의 말에 속아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그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묻는 것이 사회의 책임이다.

절망의 사다리 끝에서 청년들은 '불법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게 낫다'는 왜곡된 계산을 했을지 모른다. 그 계산의 끝이 이번 참극이었다.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공정에 대한 믿음을 잃은 청년들이 발버둥치며 위험을 선택했다면, 우리 사회와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현실은 이미 경고를 보내고 있다. 10대에서 40대까지 모든 연령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K-컬처가 세계를 뒤흔들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절망이 드리워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이다. 우리는 자살률 세계 1위, 출생률 세계 꼴찌라는 불명예를 동시에 안고 있다.

삶을 포기하는 사람은 늘고, 태어나는 아이는 줄어든다. 이보다 더 분명한 경고등이 또 있을까. 그 위기의 한가운데 청년이 서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0.72명에 불과했다. 이건 단순한 사회문제가 아니라 국가 존립의 위기다.

청년들은 집을 살 수도,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도, 결혼해 아이를 키우기도 어려운 '절망의 삼중고'에 갇혀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여전히 '시장 조정'에 머물러 있다. 대출 완화나 세금 감면 등 단기적 대책으로는 청년의 무너진 미래를 지탱할 수 없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는 청년이 감당할 수 있는 월세, 신혼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주거, 그리고 공동체가 살아 있는 지역사회이어야 한다.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그런 절망의 고리를 끊는 것이 진짜 대책이다.

삶의 기반이 무너진 사회에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일이다. 복지나 지원금의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희망의 구조'를 복원하는 것이다. 일자리·주거·교육·돌봄·노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 생태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정치가 국민의 절망을 통계로만 읽고, 경제지표의 회복만을 성과로 자랑한다면 '행복한 사회는 결코 오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람 중심의 정치, 생명 중심의 국가 비전이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디지털 자산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삶이 무너진다면 그 문명은 공허하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위기는 경제의 위기가 아니라 삶의 위기다. 서울 강남 청담동의 50평 아파트가 100억 원을 넘나드는 현실에서 서민과 청년의 절망은 끝이 없다. 그 절망이 ‘한탕주의’와 ‘자극의 유혹’으로 번지는 순간, 사회는 스스로 무너진다.

희망을 잃은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고등은 붉게 깜박이고 있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

청년이 다시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나라, 삶의 기본이 보장되는 나라, 그런 나라로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우리 사회의 절망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정치꾼'이 아니라, 청년들의 삶을 살릴 진정한 정치인을 국민이 만들어 내야 한다.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기 광명시장 [사진=양기대 전 의원] [사진=양기대 전 의원 제공]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기 광명시장 [사진=양기대 전 의원] [사진=양기대 전 의원 제공]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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