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검찰이 혐의 선상에 오른 '관봉권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해 결국 상설특검을 발동했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 출범 넉달 반만에 개별 특검 3개와 상설특검 1개 등 총 4개의 특검을 가동하게 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static.inews24.com/v1/56201cd5bf8494.jpg)
법무부는 24일 "법무부장관은 오늘 '관봉권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상설특검법)에 따라 독립적 지위를 가지는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검찰이 그동안 이 의혹들에 대해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충실히 경위를 파악하고자 했으나, 국민들께서 바라보시기에 여전히 대부분의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고 논란이 지속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법무부장관은 이 의혹들에 대해 독립적인 제3의 기관이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 진상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상설특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상설특검의 수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향후 법에 따라 국회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법무부는 특별검사에 적극 협조해 이 사건 실체가 명명백백히 규명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상설특검법은 2014년 6월 19일부터 시행됐다. 국가적 의혹이 있을 때마다 개별 특검을 출범시키다 보니 시간과 예산, 절차적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는 고려였다. 주로 야당의 주도로 특검이 가동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정치적 편향성의 문제도 항시 제기됐다. 시행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실제 상설특검이 가동된 사례는 2020년 '세월호 참사 증거조작 수사특검'이 유일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static.inews24.com/v1/be45732e8eef2b.jpg)
상설특검은 국회 또는 법무부장관이 가동한다.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이나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이 대상이다. 법무부장관이 가동할 경우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상설특검 가동이 결정되면 대통령이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 즉 거부권이 없다. 추천위는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관,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 추천인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가 후보를 선정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임명한다. 수사기간은 최장 90일이다. 기본 60일에 대통령 승인을 받아 한 차례만 30일 연장할 수 있다. 인력도 파견검사가 5명 이하로 제한된다. 파견 공무원도 30명 이내다.
두 사건 모두 현직 검사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 관할상으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다. 그러나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 등 3대 특검에 공수처 검사들과 수사관들을 파견한 상황으로 새 사건을 맡기에는 부담이다. 오동운 처장과 이승재 차장은 채상병 특검에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입건돼 있다.
이 때문에 정청래 당 대표 등 민주당에서는 이 사건을 김건희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김건희 특검 역시 김건희 특검법에 적시된 수사 대상을 다 소화 못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static.inews24.com/v1/0c297ac2eeb07e.jpg)
정 장관의 이날 결정은 이같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직 검사들의 비위가 발생한 경우 과거 대검찰청 훈령으로 운영되는 '특임검사'가 가동돼 주목할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검찰 역시 특임검사를 운영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말쯤 추천위에 특별검사 추천을 요청할 전망이다. 이른바 '관봉권 폐기 의혹'은 서울남부지검이 2024년 12월 건진법사 전성배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5000만원 상당의 관봉권 띠지가 분실된 사건이다.
관봉권 띠지에는 '2022년 5월 13일 오후 2시 5분 59초' 발권 정보가 기재되어 있어 자금 출처 추적의 핵심 증거였으나, 압수 후 한 달도 안 돼 띠지와 스티커가 모두 사라졌다.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 사건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이다.
당초 이 사건은 검찰 내부 진정사건이었으나 사건 수사 주무부장이었던 문지석 부장검사가 지난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의 대상 국정감사에 출석해 눈물로 폭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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