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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더 따뜻, 더 시원 여름…열조절 소재 나왔다 [지금은 과학]


KAIST-서울대 연구팀, 스스로 온도 조절 자율형 하이드로겔 열조절 소재 개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팀이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자율형 하이드로겔 열조절 소재를 개발했다. 포플러 나무의 잎처럼 스스로 온도를 조절한다. 여름엔 최대 3.7°C 더 시원하고, 겨울엔 3.5°C 더 따뜻했다.

포플러(Populus alba)는 덥고 건조할 때 잎을 말아 뒷면을 드러내 태양빛을 반사한다. 밤에는 잎 표면에 맺힌 수분이 방출하는 열(잠열)로 냉해를 막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갖고 있다.

자연은 낮·밤과 온·습도 변화에 따라 스스로 열을 조절해 적응해 왔다. 이러한 정교한 열관리 시스템을 인공소재로 구현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포플러 잎의 열관리 전략을 그대로 본떠 인공소재를 개발했다.

포플러 나뭇잎의 열관리 전략을 본뜬 하이드로겔 기반 자율 온도조절기의 작동 개념도. 온도 변화에 따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사진=KAIST]
포플러 나뭇잎의 열관리 전략을 본뜬 하이드로겔 기반 자율 온도조절기의 작동 개념도. 온도 변화에 따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사진=KAIST]

건축 외벽·지붕·임시 보호소 등에서 전력 없이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열관리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전기및전자공학부 송영민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 김대형 교수팀과 공동으로 포플러의 자연 열조절 방식을 본떠 ‘유연 하이드로겔 기반 열조절기(LRT, Latent-Radiative Thermostat)’를 개발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LRT는 자연을 흉내 내 스스로 냉·난방 전환하는 열조절 장치다. 이 기술은 수분의 증발·응축에 따른 잠열 조절과 빛 반사·투과를 이용한 복사열 조절을 하나의 장치에서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열관리 기술이다.

핵심 소재는 리튬 이온(Li⁺)과 하이드록시프로필 셀룰로오스(HPC)를 PAAm 하이드로겔에 결합한 구조다. Li⁺는 주변의 수분을 흡수·응축해 잠열을 조절함으로써 따뜻함을 유지한다. HPC는 온도 변화에 따라 투명·불투명하게 변하며 태양빛의 반사·흡수를 조절해 냉각과 난방 모드를 전환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HPC 분자들이 뭉치면서 하이드로겔이 불투명해지고 태양광이 반사돼 자연 냉각 효과가 강화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LRT는 주변 온도·습도·조도에 따라 자동으로 네 가지 열조절 모드로 전환된다.

첫째, 이슬점 이하의 밤·한랭 환경에서는 공기 중 수분을 흡수·응축하며 열을 방출해 따뜻함을 유지한다. 둘째, 약한 태양광이 비치는 추운 낮에는 태양빛을 투과시키고 흡습된 수분이 근적외선을 흡수해 난방 효과를 낸다.

셋째, 고온·건조한 환경에서는 내부 수분이 증발하며 강력한 증발 냉각이 일어난다. 넷째, 강한 태양과 고온 조건에서는 HPC가 불투명해져 태양빛을 반사하고, 동시에 증발 냉각이 작동해 온도를 낮춘다.

자연을 본뜬 이 같은 시스템은 전력 없이도 주변 환경에 맞춰 스스로 냉·난방 모드를 전환하는 자연 모사형 열관리 장치다.

이번 연구를 통해 LRT는 여름에는 더 시원하게, 겨울에는 더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Li⁺와 HPC의 농도를 조절해 다양한 기후 조건에 맞게 열조절 특성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TiO₂ 나노입자를 추가해 소재의 내구성과 기계적 강도도 크게 높였다.

실외 실험 결과, LRT는 기존 냉각 소재보다 여름에는 최대 3.7°C 더 낮고, 겨울에는 최대 3.5°C 더 높은 온도를 유지했다. 7개 기후대(ASHRAE 기준)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에서는 기존 지붕 코팅보다 연간 최대 153 MJ/m²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 외벽·지붕, 재난 임시시설, 야외 저장소 등 전력 기반 냉난방이 어려운 환경에서 활용될 차세대 열관리 플랫폼으로 기대된다.

송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의 지능형 열조절 전략을 공학적으로 재현한 기술로 계절과 기후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는 열관리 장치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한 지능형 열관리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김형래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 송영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논문명 : Hydrogel Thermostat Inspired by Photoprotective Foliage Using Latent and Radiative Heat Control)는 재료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11월 4일자 온라인으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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