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러시아 볼가강 하류 도시 '아스트라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블라디캅카스'(러시아 최남단 도시)로 내려간다. 오늘은 남쪽으로 590㎞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흑해와 카스피해의 중간에 있는 내륙도로를 통해서 남쪽으로 내려갈 것이다.
과거 모스크바 시내 지하철과 공연장 등에서 무자비한 폭탄테러로 악명이 높은 '체첸자치공화국'의 중심부를 관통해서 가야 한다. 우리는 평화로운 스텝지역 초원을 지나서 남으로 내려가고 있다. 8월 중순임에도 이 지역 초원은 고위도 지역이라 초가을 풍경이다.
![체첸 지역 작은 구멍가게에 체첸인 주인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69ba297f7324a0.jpg)
우리들 차는 얼마 후 체첸 지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체첸인 종교는 이슬람교이고, 러시아인은 그리스 정교를 믿는다. 언어도 체첸족은 체첸어를 사용한다. 체첸인들은 러시아에 대해 역사적으로 한을 많이 품고 있다. 1942년 2차 세계대전 때 스탈린은 체첸인이 독일 편을 들 것을 두려워해서 고려인처럼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전쟁이 끝난 후 1956년 다시 체첸의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였다. 1990년대 러시아와 체첸의 오랜 내전으로 많은 체첸인들이 죽고, 수도(그로즈니)는 완전 폐허가 되었다. 체첸은 인구 150만 명의 작은 공화국인데, 고려인 후손이 400명 체첸에 산다고 한다. 체첸인이 중앙아시아로 유배해 왔을 때 미리 와 살던 고려인이 농사짓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
1956년 체첸인이 고향 체첸으로 돌아갈 때 일부 사람이 농사지으러 따라온 것이 고려인 이주의 시작이라고 한다. 체첸 지역 작은 가게에 음료수를 사러 잠시 들렸다. 체첸인 주인은 음료수를 사러 들어온 이방인인 우리를 무척 경계한다. 한국에서 왔고, 현재 자동차 여행 중이라고 말하니 경계심을 풀고 친절하게 대한다.
청포도 세 봉지와 아이스크림 8개를 샀다. 365루불(약 5000원)로 물가가 매우 싸다. 체첸인 가게 주인은 우리에게 체첸 지역을 이동할 때 '안전을 위해 반바지 대신 긴 바지'를 입으라고 충고한다. 이 말을 들으니 갑자기 겁이 난다. 체첸 지역을 이동하면서 주민들 복장을 보니 모두가 긴바지를 입고 있다. 아마도 종교적인 이유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의 목적지 '블라디캅카스'로 가는 길은 체첸 지역의 중앙을 관통하는 길 하나뿐이라 조심해야 하겠다. 국도에 다니는 차량은 많지 아니하고, 검문소마다 경찰과 군인들이 많이 서 있다. 한 시간 반 만에 체첸 지역을 벗어나니 긴장이 풀린다. 체첸 지역을 통과하여 '북오세티아나 공화국' 수도인 '블라디캅카스' 입구에서 러시아 경찰의 검문에 걸렸다.
![체첸 지역 작은 구멍가게에 체첸인 주인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2626205a8794f0.jpg)
우리가 불법적으로 입국했다며 길에서 못 가게 시간을 끈다. 자동차 서류와 여권을 보여주어도 붙잡아 놓고 못 가게 한다. 우리를 경찰서로 가자고 막무가내 주장하면서, 차 한 대당 벌금 7000루불을 내야 한다고 협박한다. 뇌물을 달라는 속셈이 뻔히 보인다. 한 시간을 길에서 씨름하다가 윤 군을 통해서 100달러를 줬더니 친절하게 여행 잘하라고 인사를 하며 보내준다. 문제는 다른 러시아 경찰에 한국에서 온 우리 차의 상황을 알려서 또다시 돈을 뜯어 가는 것이다.
러시아를 다녀온 여행객에게서 러시아 경찰의 악명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는데 당하고 보니 맞는 말이다. 어쨌든 테러로 유명한 체첸 지역을 무사히 통과하고, 약 600킬로를 달려서 러시아 최남단 도시 '블라디캅카스' 숙소에 안전하게 오후 늦게 도착했다. 우리가 러시아 최동쪽 태평양의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출발했는데 지명이 비슷한 러시아 서남쪽 '블라디캅카스'에 도착한 것이다.
시내에서 코카서스산맥이 가까이 보인다. '북오세티야나 자치주'는 소수 종족인 '오세트족'이 사는 지역이다. 이 지역도 종교는 이슬람교이고, 언어는 오세트어를 쓴다. 우리는 블라디캅카스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검색하여 우아한 저녁 식사를 즐겼다. 내일 입국할 조지아 레드와인 두 병을 반주로 주문해서 여유로운 담소를 즐긴다. 비싼 레스토랑은 러시아 손님이 가득하고, 흥겨운 저녁 식사 분위기이다.
블라디캅카스는 러시아연방 '북오세아티아' 공화국의 수도이다. 건물 색상이 붉은색 벽돌 건물로 매우 우중충한 느낌의 도시이다. 다만 도로 곳곳에 심은 '마로니에' 가로수가 인상적이다. 시내에서 유럽 대륙 최고봉 '예브루스산'(5642m)의 눈 덮인 하얀 산봉우리가 멀리서 보인다.
![체첸 지역 작은 구멍가게에 체첸인 주인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7ee6958b195f80.jpg)
나는 유럽의 최고봉이 알프스산맥에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실제는 남러시아 코카서스산맥의 '예브루스산'(5642m) 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오세티야 족'은 소련연방 해체 후 코카서스산맥 북부 땅은 러시아 영토로 편입되고, 코카서스산맥의 남쪽은 조지아 영토로 나뉘었다. 우리처럼 하나의 민족이 갑자기 나라가 분리됨에 따라 왕래가 어렵다. 남북으로 분단된 오세티야 족의 통일 분위기 높다.
조지아 영토에 속하는 남쪽 오세티야는 독립을 선포하여 민족 갈등, 종교갈등으로 테러 발생 등 언론에 가끔 나오는 분쟁지역의 하나이다. 러시아군이 주둔하여 실질상 반독립 상태이다. 아침 일찍 조지아로 입국하기 위해 호텔을 나와서 블라디캅카스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반대편 차선에 있던 러시아 경찰차가 우리 차를 보고 세우라는 신호를 보낸다.
어제처럼 뇌물을 받으려는 수작임을 눈치채고, 못 본척하고 앞으로 도망쳤다. 아침 출근 시간이라 차가 많고, 경찰차가 반대편 차선에 있어서 쫓아 오지 아니함에 안도했다. 시내를 빠져나와 20여 분 이동하니 코카서스산맥 속에 있는 러시아 국경에 많은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체첸 지역 작은 구멍가게에 체첸인 주인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35273caa002a9e.jpg)
러시아 국경에 아침 9시 도착해 오후 3시에 조지아 입국 절차가 끝났다. 러시아 국경 통과에 6시간을 길에서 서서 기다렸다. 이유는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 입국할 때 자동차 서류에 행선지를 잘못 기재했다고 한다. 러시아 세관에서 카자흐 세관으로 연락 등 행정 절차 때문에 코카서스산맥에서 점심도 못 먹고 6시간을 무한정 기다렸다. 길옆에서 6시간을 서 있으면 지루하고 몸과 다리가 아프다.
자동차 여행의 국경 통과 절차가 참으로 힘들고 지긋지긋하다. 러시아 국경에서 기다리는 중에 튀르키예 출신 오토바이 여행자를 또 만났다. 며칠 전 우즈베키스탄 국경에서 만난 구면의 사람이다. 오토바이 여행자는 50살의 고등학교 지리 선생이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여름방학 3개월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혼자서 여행 중이다.
오토바이로 5월 하순 이스탄불을 출발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북부 인도, 네팔을 다녀왔다. 귀국은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남러시아, 조지아를 통과해 이스탄불로 귀국 중이다. 오토바이로 3개월 동안 여행비용이 얼마를 썼는지 물어봤다. 돈은 얼마 안 들었다고 말한다.
![체첸 지역 작은 구멍가게에 체첸인 주인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4bcf4d58371d7d.jpg)
숙소는 그동안 값싼 유스호스텔 50일 숙박, 텐트 20일 숙박, 민가에서 공짜로 10일 숙박했다고 한다. 식사는 얻어먹기도, 라면을 끓여 먹기도, 길거리에서 값싼 음식을 사 먹었다. 오토바이를 살펴보니 조그마한 중고 오토바이이다. 여행객은 체구도 조그마하고, 햇볕에 검게 탄 얼굴은 구릿빛이다. 대단한 모험가라고 칭찬해 주었다.
자기 딸이 한국을 좋아해서 지난해 두 달 동안 한국에서 언어연수를 다녀왔다고 말한다. 여행 중 어디가 가장 좋았는지 물어보니 '파미르고원'이고, 가장 힘든 곳은 '북인도'라고 말한다. 여행담을 재밌게 나누다가 튀르키예 오토바이 여행자는 통관절차가 빨리 끝나서 먼저 떠났다. 오후 3시쯤 조지아로 입국하여 조지아 현지 가이드 '데이비스'를 만났다. 데이비스는 35세의 조지아 남성이다. 사전에 연락받고 조지아 국경에 우리를 마중 나온 것이다. 우리가 너무 늦게 나와서 무슨 사고가 있었는지 크게 걱정했다고 말한다.
데이비스는 국경 근처 '카즈벡' 마을의 가정집에 점심을 예약해 놨다. 오후 4시경 점심을 먹었다. 양송이 버섯찜, 가지나물 등 코카서스 산골의 재료로 만든 토속 음식이 인상적이다. 음식은 맛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급하게 먹다 보니 정작 늦게 나온 메인 음식은 많이 남겼다.
![체첸 지역 작은 구멍가게에 체첸인 주인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0023e6a36feaaf.jpg)
민가에서 가정집 점심을 먹고 근처 해발 2200m 산 정상에 있는 '성 3위 일체 교회'로 자동차를 타고 올라갔다. 약소국 조지아는 수 천 년 동안 로마제국, 페르시아(이란), 몽골제국, 티무르 제국, 오스만 튀르크, 러시아 등 수많은 강대국의 침략과 지배를 받았다. 2200m 산꼭대기에 있는 이 교회는 전란의 피해를 적게 입어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고 한다.
이 사원은 처음은 조로아스터교 사원으로 지었는데 14세기부터 교회로 사용, 600년 역사가 있는 조지아 정교회 교회이다. 주위 코카서스산맥의 풍경이 아름다워서 조지아를 소개하는 관광 사진의 랜드마크 성당이다.
조시아는 동방 정교의 일파인 '조지아 정교회'를 믿는다. 산 정상의 삼위일체 교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사제가 산 아래 카즈벡 마을에서 올라와서 미사를 집전한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은 예배가 중단된다고 한다. 자동차 길과 주차장이 교회 입구까지 있어서 관광객이 매우 많다.
2200m 정상의 '성 3위 일체 성당'에서 내려다보이는 코카서스산맥의 경치는 매우 멋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트래킹코스가 코카서스산맥 중턱 옆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교회 담장 옆에 수도원이 있다. '봉쇄 수도원'이라고 한다. 수도사가 한번 들어가면 평생 못 나오는 수도원이라고 한다. 현재 5명의 수사가 수도하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의 소음 때문에 수사들의 기도와 묵상이 지장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지기 전 코카서스산맥을 빨리 넘어야 한다. 지그재그의 급경사 1차선 길을 해발 2400m 정상까지 올랐다가 조지아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체첸 지역 작은 구멍가게에 체첸인 주인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4e828e70e532e1.jpg)
화물차들이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에 중앙선을 넘어서 화물차를 추월할 때마다 아찔하다. 이곳은 겨울은 스키장이고, 여름은 피서 휴양지로서 계곡마다 리조트, 호텔이 많다. 유럽인들이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니 코카서스산맥으로 많이 놀러 온다고 한다. 코카서스산맥은 아기자기한 예쁜 바위산이다. 지금까지 사막과 초원을 보다가 수목이 자라는 산을 보니 우리나라 설악산에 온 것처럼 반갑다.
'세계 최고봉 히말라야산맥을 정복한 사람은 나머지 산은 조금 시시하다'라는 산악인들 말이 생각난다. 2주일 전에 지나온 파미르고원과 천산산맥의 웅장하고 장엄한 스케일과 비교해 보면 코카서스산맥은 상대적으로 나지막한 동네 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매우 급경사의 가파른 길을 달려서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다.
밤 10시에 데이비스가 예약한 조지아 식당으로 저녁 식사하러 갔다. 조지아는 농업국가로서 산악지대, 스텝지대, 평야 지대를 끼고 있어서 우리처럼 다양한 식자재가 생산된다. 조지아에서 3일 머무는 동안 조지아 식사에 매우 만족했다.
![체첸 지역 작은 구멍가게에 체첸인 주인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9214052e0a4af4.jpg)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법무법인 광장 고문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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