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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HBM4 2월부터 출하"... SK "이미 양산 중"


29일 한날 진행된 컨퍼런스콜서 HBM 신경전
삼성, 1c 나노 D램과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 강조
SK, 검증된 1b 나노 D램과 양산 안정성 내세워
HBM4 경쟁의 최종 변수는 다시 또 美엔비디아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9일 한 시간 차이로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새 전쟁터로 부상한 HBM4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두 회사는 모두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HBM 성장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양산·출하 시점, 기술 선택, 시설투자 전략에서는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HBM4 초기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일정과 기술, 투자 방식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6세대 제폼인 HBM4.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 “2월부터 출하” SK하이닉스 “이미 양산 중”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9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2월부터 최상위 속도 11.7Gbps 제품을 포함한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출하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개발 초기부터 성능 목표를 높게 설정했고, 재설계 없이 샘플을 공급해 현재 퀄리피케이션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미 정상적으로 양산에 투입돼 생산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양산 중’이라는 표현으로 맞섰다. HBM 세일즈·마케팅을 담당하는 김기태 담당은 “HBM4는 고객과 협의한 일정에 맞춰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고객 요청 물량을 현재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종 사장(Corporate Center)도 “HBM4는 고객들이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제품”이라며 시장 선호도를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대전에 전시한 HBM4와 HBM3E. [사진=박지은 기자]

이 같은 신경전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플랫폼 ‘루빈(Rubin)’과 맞물려 있다.

업계에서는 루빈의 본격 적용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보고 있다. 상반기까지 HBM4의 양산 안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한 업체가 초기 물량과 비중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2월 출하’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상반기 검증, 하반기 공급이라는 고객 일정에 맞추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미 양산”을 반복하며 기존 HBM3E에서 확보한 우위를 HBM4 초기에도 이어가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기술 측면에서도 차별화 포인트 강조

기술 전략에서도 양사의 접근은 다소 갈렸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뒤 미세한 연결 구멍(TSV)을 뚫고 압착하는 고난도 기술의 집약체다. 이 과정에서 개별 D램의 성능과 균일도가 전체 품질을 좌우한다. 업계에서 “좋은 벽돌을 써야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말로 설명한다.

삼성전자는 HBM4의 핵심 기술로 1c 나노 D램 생산 능력과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 기술을 제시했다. HBM4부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1c 나노 D램을 적용해 집적도를 높이고, 고속·대용량 데이터 전송 환경에서 전력 효율과 발열 특성을 동시에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이 되는 D램 성능을 끌어올려 HBM4 전반의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또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 기술을 HBM4 단계부터 일부 적용해 신호 손실을 줄이고 연결 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 적층 방식 대비 고속·저전력 구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적층 수 경쟁에는 선을 그었다. 김 부사장은 “16단 적층에 대한 고객 수요는 제한적”이라며, 동일 용량 기준으로는 HBM4E 12단 제품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검증된 1b 나노 D램과 양산 안정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는 “HBM4는 기존 1b 나노 공정 기반으로도 고객 요구 성능을 구현했다”며, 독자 패키징 기술인 Advanced MR-MUF를 적용해 HBM3E 12단과 유사한 수준의 수율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정 미세화보다는 초기 물량과 품질 신뢰를 지키는 데 방점을 찍은 전략이다.

하이브리드 본딩 역시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해 기술 협의를 시작했으며, HBM4E와 커스텀 HBM 단계에서 적용과 사업화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HBM4 기술 경쟁은 더 앞선 공정과 접합 기술로 중장기 우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와, 검증된 공정과 수율로 당장의 주도권을 지키려는 SK하이닉스의 선택 차이로 압축된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은 “SK하이닉스가 공정·패키징 완성도를 바탕으로 HBM4에서도 HBM3E와 유사한 점유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삼성전자가 1c 공정 기반 HBM4와 하이브리드 본딩을 앞세워 초기 비중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요 대비 공급 부족…시설투자는 어디까지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HBM을 포함한 메모리 전반에서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시설투자(Capex) 전략에서는 온도 차가 있다.

삼성전자는 선제적 인프라 확보 후 단계적으로 설비를 투입하는 전략을 강조했다.

삼성은 “AI 연계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 시설투자는 전년 대비 상당 수준 증가할 것”이라며 “이미 신규 팹과 클린룸을 선행 확보했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설비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 증설뿐 아니라 시장 변동성 대응 여력 확보가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도 투자 확대 기조는 분명히 했다. 다만 “수요 가시성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매출 대비 시설투자 비중을 30% 중반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며 시설투자 규율을 재차 강조했다. 과도한 선제 증설보다는 확정 수요 기반 투자를 우선하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시설투자 규모는 약 37조5000억원, 삼성전자는 60조원 이상이다. 공급 부족 국면에서 단순한 투자 규모보다 집행 속도와 효율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CES 2026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은 기자]

HBM4의 최종 변수는 또 엔비디아

HBM4 경쟁의 종착지는 결국 엔비디아다.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 차세대 GPU에 누가, 언제, 어느 비중으로 공급하느냐가 HBM4 초기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현재 HBM4 기준 양사 공급 비중을 SK하이닉스 약 65%, 삼성전자 약 35%로 예상한다. HBM3E 세대에서 SK하이닉스가 초반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던 구도에서 삼성전자가 일정 비중을 확보할 것으로 보는 셈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 격차를 시간이 갈수록 더 좁힐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개발 초기부터 성능 목표를 높게 설정했고, 재설계 없이 고객 평가를 통과해 양산 단계에 진입한 만큼 HBM4에서는 초반부터 의미 있는 물량을 확보했고, 이후 세대(HBM4E·커스텀 HBM)로 갈수록 비중 확대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의 구도가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M3E에서 축적한 양산 경험과 품질 신뢰, 패키징 수율을 바탕으로 HBM4에서도 주력 공급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생산을 극대화해도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구조 자체가 진입 장벽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HBM4 세대에서는 단일 공급사 의존도를 더 낮추는 방향으로 물량을 배분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공급 부족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특정 업체 편중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결국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의 본격 양산 국면에서 누가 더 안정적인 품질과 물량, 그리고 증산 여력을 입증하느냐에 따라 HBM4 경쟁 구도는 다시 한번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적어도 올해 6월까지는 양사의 치열한 경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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