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정부가 지난해 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대산, 여수, 울산) 사업 재편안을 접수 받은 이후 대산산단 구조 고도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이르면 이달 말에서 늦어도 다음달에는 발표할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산이 3대 석화 단지 가운데 가장 먼저 사업 재편 절차를 밟으면서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롯데케미칼은 대산 공장을 물적 분할하고 해당 분할 회사가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사업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합병 법인의 지분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50:50으로 나눠가지게 된다. 최종적으로 에틸렌 110만t을 줄이는 게 목표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는 현재 기업들과 대산산단 정책 지원 방안에 대해 막바지 조율 중이다. 금융·세제 지원과 함께 연구개발(R&D), 인허가 간소화, 인프라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포함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단순한 유동성 지원이 아닌 체질 개선에 초점을 둔 조건부 지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설비 통합과 고부가 제품 전환, 친환경 공정 도입 등이 핵심 골자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석화업계 사업재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올 1월 말쯤이면 관련 지원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약 1개월이 순연된 만큼 늦어도 다음달 께에는 대산산단에 맞는 구체적인 정부 지원안이 나올 것이 유력하다. 일정대로라면 대산산단이 전국 석화 단지 재편의 첫 사례가 된다.
대산산단 지원안이 확정되면 파급 효과는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는 대산을 시범 모델로 삼아 성과와 한계를 검증한 뒤 유사한 틀을 다른 단지에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석화업계 전반의 구조 개편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종 사업재편안을 이미 정부에 제출한 대산과 달리 울산, 여수는 기업 간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해관계 조율이 지연되면서 최종안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업계의 사업재편안 제출이 일단락됐을 당시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산이 최종안을 제출한 반면, 여수와 울산은 방향성만 담은 초안 수준의 계획서를 제출하는 데 그쳤다.
이후 약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두 지역 모두 최종 사업재편안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기업별로 처한 재무 여건과 전략이 제각각인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수의 경우 여천NCC의 설비 감축 규모를 둘러싸고 두 모회사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감산 폭과 시기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의가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롯데케미칼 역시 대산 내 NCC 설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추가 가동 중단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어, 지역 내 공급 조정 방안을 둘러싼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울산은 상황이 더욱 어렵다. 에쓰오일이 올해 하반기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의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어 에틸렌 감축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설비 가동을 앞둔 시점에서 생산 축소에 대거 동참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구조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3년 착공된 만큼, 회사 내부에서는 선제 투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불만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배경이 감축 합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울산에서 구조개편을 추진 중인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등 주요 기업들은 NCC 설비 감축 규모에 대한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채, 스페셜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이라는 큰 방향성에 대해서만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제출된 울산산단 사업재편안에도 에틸렌 감축 수치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를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재편 일정과 관련해서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내부 분위기가 훨씬 더 복잡하다"며 "기업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보니 단기간에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