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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 칼럼] 남북관계의 새 열쇠,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 접근'


북한, 고립 벗어나 중·러와 '전통적 동맹 복원'
미국도 '협상 신호'…남한에 아쉬울 것 없어
김정은, '과학기술·모빌리티 혁신' 강한 의지
단순 '대화 재개'로는 안 돼…실용적 협력이 필수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 전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튀르키예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북한과의 모든 연결선이 끊겼다"며 최근의 꽉 막힌 남북관계 현황을 무겁게 토로했다. 남북이 대화로 난제를 풀어야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아졌고 정세는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는 절박한 진단이었다.

지금 북한은 고립국이 아닌 과거와 다른 국제 환경 속에 있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 '전통적 동맹 복원'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북·중·러 3자 협력이 과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며 '파병 대가·무기 판매 대금' 등으로 상당한 외화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협상 신호를 보내는 등 예전과 같은 적대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 북한은 남한에 아쉬울 게 별로 없어 급히 기댈 이유가 없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발전, 과학기술, 모빌리티 혁신, 인민 생활 향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이 지점이 바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남북관계 해법은 단순한 '대화 재개'가 아니라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한 현실적·실용적·비정치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매우 취약한 전력·에너지 분야 협력 등 북한 경제의 '급소'를 건드리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전력난으로 인해 산업 정상 가동이 어렵고, 신재생 전력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철도와 전력·에너지 분야는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 사업이며 남북협력의 핵심 의제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DMZ·민통선 지역을 활용한 'DMZ 평화 에너지벨트'를 구축한다면 탄소중립 시대에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이를 위해 △대규모 태양광·풍력 단지 조성과 △남북 공동 전력 생산 △지역소득 증대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경제·환경·안보가 동시에 개선되는 '3중 효과'를 낼 수 있다.

지금 꽉막힌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선 민간 중심 협력의 문을 넓히고, 정부는 이를 묵묵히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

세계전기차협의회(회장 김대환)가 추진중인 '평양국제전기차엑스포'는 대표적 사례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50여개국이 참여한 협의회는 2018~2019년 북한과 실무협의를 진행했으나 코로나19와 북미 '하노이 노딜'로 중단된 상태다. 협의회는 북한과의 접촉 재개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중인데, 북한의 모빌리티 혁신 의지를 감안하면 이 사업은 충분히 재시도할 만하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직 정부기관 관계자는 "북한도 인공지능과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특히 평양과학기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AI·첨단기술 교육협력은 북한도 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를 정치 사안이 아닌 기술·산업협력으로 지원한다면 효과는 더 크다.

민간 차원의 청소년 및 스포츠 교류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청소년·스포츠 교류는 정치 부담이 적고 남북이 신뢰를 쌓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체육교류협회가 추진하는 '2026 원산 남북유소년축구대회'는 2018년 춘천대회에서 북한 4·25체육단과 합의했으나 코로나19로 중단된 사업의 연장선이다. 현재 중국 등에서 남북간 민간 실무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성과에 따라 원산대회 개최 가능성도 열려있다.

남북관계는 작은 신뢰의 씨앗이 모여야 비로소 큰 결실이 열린다. 이 대통령이 말한 남북 대화·관계 정상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보고, 실질적이고 비정치적인 협력부터 시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남북관계에서 필요한 '솔로몬의 지혜'다.

에너지, 모빌리티, 청소년, 기술협력 같은 분야에서 작은 다리를 놓다 보면 언젠가 한반도에도 다시 대화의 시간이 올 것이다. 이 대통령이 말했듯이 지금 필요한 것은 인내 속의 실천이며, 작은 씨앗을 심는 데서 출발하는 용기다.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기 광명시장 [사진=양기대 전 의원] [사진=양기대 전 의원 제공]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기 광명시장 [사진=양기대 전 의원] [사진=양기대 전 의원 제공]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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