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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협박'에 산업계 '작년 4월 악몽' 되살아나


車·상호관세 25% 복원 엄포…산업부 장관, 곧장 방미
자동차·배터리 직격 우려…반도체·가전·석화도 촉각

[아이뉴스24 박지은·권서아·설재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산 자동차와 상호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히자 국내 산업계가 '지난해 4월 악몽'을 떠올리며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적용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회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기간 중, 의회관(Congress Hall)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 옆을 지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양국은 미국의 대한(對韓) 관세 상한을 15%로 설정하는 대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향후 10여 년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발의돼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아직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번에 이를 문제 삼았다.

자동차업계 “또다시 패닉…작년 4월 악몽 재현 우려”

자동차 업계는 즉각적으로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25%로 인상한 이후 2분기와 3분기에만 총 4조6000억원 안팎의 비용을 부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할 경우 당시와 유사한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이후 관세 부과 기간 동안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고, 지난해 연간 대미 자동차 수출액도 관세 여파로 13.2% 줄어든 301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전기차의 경우 구매 보조금 폐지까지 겹치며 월별 수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한미 관세 협상 세부 합의로 11월부터 관세가 15%로 낮아졌지만, 현대차·기아는 관세 여파로 연간 기준 5조원 안팎의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이를 전제로 올해 경영계획을 재정비해 왔다.

업계에서는 관세 인상 자체보다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더 큰 리스크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HMGMA에서 생산된 아이오닉 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대미 투자 3500억달러 이행을 위한 국회 비준은 부결이 아니라 계류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는 것은 신뢰보다는 압박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그룹 매출의 약 40%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관세 변수가 반복될수록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구조를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가 분명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대차는 수익성 조정이나 수출 지역 다변화로 일정 부분 대응이 가능할 수 있지만, 대미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GM은 훨씬 취약하다”며 “관세 인상 시 가격과 판매량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현지 생산은 방어…투자·수요 위축이 변수”

배터리 업계는 관세 인상 자체보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 위축 가능성을 더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자동차 품목관세에 친환경차가 포함될 경우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는 배터리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매출 비중이 높은 전기차 산업이 더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점이 가장 걱정된다”며 “미국 현지 생산을 더 빠르게 가속화하거나, 미국 배터리 공장의 생산 물량을 전기차용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하는 전략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은 업계를 막론하고 결코 호재는 아니다”라며 “다만 영향의 크기는 기업별로 다를 수밖에 없고,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과 공급망을 갖춘 곳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높아질수록 현지 생산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관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사뿐 아니라 소재 기업들까지 미국 중심의 생산·투자 전략을 서두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관세 상향 여부와 적용 범위가 확정돼야 보다 정확한 영향 진단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 [사진=연합뉴스]

반도체·가전·화학·조선·방산도 ‘긴장’ 속 예의주시

이번 발언이 자동차·의약품·목재를 명목적으로 직접 겨냥했지만, 트럼프 발언에 '기타 모든 상호관세(all other Reciprocal TARIFFS)'란 말도 들어 있는 만큼 다른 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발언이 품목관세와 직접 연결된 내용은 아니라며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도체는 현재 무관세 상태이고, 이번 메시지에서도 별도의 언급은 없었던 만큼 기존 통상 협의 흐름에 변화는 없다는 판단이다.

가전 업계 역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위기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최적의 생산지 운영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해 나간다는 기존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과 태양광 업계도 대미 수출 비중이 크지 않거나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관세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공급망과 투자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후속 조치를 주시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조선업과 방위산업은 타 업종보다 피해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산업 모두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기자재의 경우 거의 국산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도 “미국에 수출된 사례가 한국에서 거의 없기 때문에 방산 관련 품목에 관세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도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2026.1.26 [사진=연합뉴스]

정부 “상황 파악 중…장관 방미해 협의”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캐나다에 머물고 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조만간 미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부는 “미국 발표 내용에 대해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신속히 논의하는 한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동시에, 국회 입법 절차와 대미 투자 이행 상황을 설명하며 파장 최소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도 이날 오전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대책 회의를 열고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책 회의에 산업부에서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하고, 김 장관도 화상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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