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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ACR 출격"⋯한미약품 'R&D 명가' 입증 나섰다


학회 참가기업 중 최다 파이프라인 연구 발표⋯HM97662 '눈길'
셀트리온제약·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 '두각'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미국암연구학회(AACR)에 대거 참가한다. 전임상이나 임상 초기 단계에 있는 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성과를 공개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선보이는 한미약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연구원들이 R&D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그룹 연구원들이 R&D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미약품 제공]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AACR이 오는 25일(현지 시간)부터 엿새 동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다. AACR은 1907년 설립된 암 연구 학회로, 회원 수는 5만명 이상이다. 의료 전문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지난해에는 약 2만7000명이 AACR에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7100여 편의 연구 초록을 발표했다.

AACR은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평가된다. 주로 전임상이나 임상 초기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 데이터가 발표되는데, 기업들은 이 자리에서 후보물질의 가치를 입증하고 기술이전, 공동개발 협력 등을 추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미약품과 셀트리온제약, 리가켐바이오 등이 참여한다. 이중 가장 많은 후보물질을 공개하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주요 후보물질 'HM97662'를 포함한 파이프라인 7개에 대한 비임상 연구 성과를 공개한다. 발표연구 데이터는 11건이다. HM97662는 차세대 표적항암제로, EZH1과 EZH2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EZH1은 세포가 주변 세포나 조직에 부착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이다. 정상 세포에서는 조직 구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암세포는 이를 이용해 다른 부위로 전이된다. EZH2는 세포 이동을 담당하는 단백질로, 암세포가 원래 자리를 떠나 다른 부위로 퍼지는 데 관여한다. 이 과정은 암의 침습성과 전이성을 높이는 주요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두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는 전략은 전이성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기존 치료제들이 하나의 경로만을 차단하는 데 그쳤다면, HM97662는 두 경로를 동시에 차단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미약품은 현재 국내와 호주에서 진행성·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HM97662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HM97662의 암 치료 반응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기능이 상실된 'SWI/SNF 복합체'를 바이오마커로 활용했지만, 예측 정확도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한미약품은 암세포 공공 데이터베이스인 DepMap을 활용해 HM97662의 반응성을 분석했고, 폐암, 난소암, 식도암 등 종양 모델에서 항암 효과를 성공적으로 예측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HM97662는 기존 항암제 접근법을 넘어,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뿐만 아니라 특정 유전자 발현 패턴을 보이는 환자군까지 정밀하게 타깃할 수 있다"며 "HM97662 개발 과정에서 적합 환자 선별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한미약품은 △HER2 저해제 'HM100714' △MAT2A 저해제 'HM100760' △SOS1 저해제 'HM101207' △STING mRNA(메신저리보핵산) 항암 후보물질 △p53 mRNA 항암 후보물질 △이중항체 플랫폼 '펜탐바디' 기반으로 개발 중인 'BH3120'의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그룹 연구원들이 R&D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미약품 제공]
암세포를 겨냥으로 삼는 이미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제약사들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을 보유한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이자는 2023년 ADC 개발 기업 씨젠을 약 56조원에 인수한 바 있다. 머크(MSD)와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도 ADC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항암제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만을 정확히 표적으로 삼는 기술로, 마치 유도미사일과 흡사하다.

ADC 파이프라인으로는 셀트리온제약과 리가켐바이오가 주목받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서로 다른 작용 방식을 가진 두 가지 항암제를 결합한 신약 후보물질 'CTPH-02'를 처음 공개한다. CTPH-02는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억제하는 독성 물질 'MMAE'를 저용량으로 적용해,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치료 효과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기술이전을 통해 도출된 후보물질 'SOT106'과 'IKS04'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이번 학회에서는 면역항암제 'LCB39'와 ADC 후보물질을 병용 투여해 항암 효과를 높인 연구 데이터도 발표될 예정이다.

리가켐바이오는 국내 바이오기업 중 기술이전 실적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3년 동안 체결한 계약이 모두 존슨앤존슨(J&J), 오노약품공업, 암젠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거래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오리온이 지난해 초 5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리가켐바이오 인수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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