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지난해 3월 29일, 여행객들의 돌아오는 여행 가방 한구석을 당당히 차지하던 '귀하신 몸' 어메니티를 만날 수 없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일회용 무상제공 금지안인 '자원재활용법'의 시행이었다.
특급 호텔을 '격이 다른 호텔'로 탈바꿈했던 효자이자, 여행객들에겐 '소확행 럭셔리'의 대명사인 어메니티의 무상제공 금지는 호텔 업계에선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무상으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돈을 지불하고 유로로 구매하라는 건 우리나라에선 도전적이고 낯선 일이다. 특급 호텔의 품격을 흔드는 일이었다.
'격이 다른 호텔'이라면, 어메니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다회용 디스펜서로 전환은 불가피했지만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일회용 배스 어메니티가 주는 럭셔리 욕실 문화는 깨끗함이 전제돼야 했다. 여러 사람이 거치는 다회용으로 변경한다는 건, 깨끗하고 청결한 이미지도 손상될 수 있는 일이었다. 단순 숙박업소인 '모텔'과 모든 방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호텔'의 차이는 일회용 어메니티에서 오는 청결함도 있다.

당시 호텔에 어메니티를 제공하던 HVS김만재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메니티는 호텔의 가치,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에 맞는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격이 다른 호텔'을 유지하기 위해 호텔들이 주목한 건 소비자들의 움직임이었다. 지속 가능한 똑똑한 소비, 바로 '친환경'이었다. 다회용 어메니티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디스펜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도 합리적인 마케팅이었다.
이를 위해 마리인터내셔널은 국내 최초로 친환경 디스펜서를 개발해 어메니티의 판도를 바꿨다.
조정윤 마리인터내셔널 대표는 "디스펜서 펌프에 들어가는 스프링부터 용기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PCR)로 제작했다"면서 "디스펜서를 고정하는 브라켓의 디자인까지 정교하게 제작해 다회용에 대한 거부감과 위생에 대한 우려를 낮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격이 다른 호텔'을 유지하려면 친환경 만으로는 부족했다. 바로 욕실에 들어서며 감각으로 느끼는 품격, 향이었다. 어메니티가 여행 가방 한구석을 당당히 차지하던 것도 특별한 향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공기가 유입되면 아무리 값비싼 브랜드여도 향이 증발해 버렸다. 이런 이유로 마리인터내셜은 리필형이 아닌 잠금형으로 제작했다.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 공기가 유입되지 않아 욕실에 들어서자 마자 향에 사로잡힌다. 다회용에 대한 위생과 우려를 한 번에 불식시켰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 호텔들은 벌크형 디스펜서로 어메니티 시대 시즌2를 열었다. 벌크형은 미니어처보다 30%이상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를 기회로 '격이 다른 호텔'이 되기 위해 같은 불가리 제품이라도, 벌크형 어메니티 제품은 시판 상품보다 두 배 이상의 향을 담아냈다. 소노 호텔에선 해외서도 귀하다는 오만 왕실의 '아모아쥬'까지 들이며 경쟁의 온도를 높였다.
호텔 어메니티는 진화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벌크형 어메니티 도입 초기에는 우려가 있었지만, 친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호텔 이미지 개선에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다"면서 "벌크형 디스펜서 전환을 기회로 특별한 어메니티 브랜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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