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해운사의 해상운임 담합 등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운법 29조를 근거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상운임 담합 제재에 대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고려해운, HMM, 흥아해운, 팬오션 등이 패소하면서 과징금 부과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2024두35446)는 지난 24일 대만 국적 에버그린마린 코퍼레이션엘티디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 대한 판결에서 "해운법 제29조에 따라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고 보아 피고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한다"고 선고했다.
해운법 제29조는 외항화물운송사업자가 다른 외항화물운송사업자와 운임·선박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 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외 해운사들은 이를 근거로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541차례의 회합 등을 통해 한-동남아 수출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의 운임을 합의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2년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SM상선, HMM, 장금상선, 팬오션, 흥하해운 등 12개 국적 선사와 에버그린, CNC, COSCO, GSL 등 외국적 11개사 등 총 23개 선사에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운임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 직후 에버그린, 씨랜드 머스크를 포함해 고려해운, 동진상선, 범주해운, 천경해운, 태영상선, 남성해운, 동영해운, 장금상선, 흥아라인, 흥아해운, 팬오션, 한국근해수송협의회 등이 일제히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외 선사들은 해운법 29조에 공동행위가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어 공정거래법 제58조 적용이 원천적으로 배제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제재 권한이 해수부장관에 있어 공정위의 제재 권한을 부정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고법 일부 재판부는 "해운법 29조에 따라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해수부 장관만이 규제 권한을 가진다"며 "공정위는 이를 제재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공정위를 대리한 김설이 변호사는 "잔존 경쟁은 보호되는 한에서 담합이 이뤄져야 한다. 화주협회와의 협의나 그 협의를 사전에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신고된 내용이 이행되는지가 해수부에 의해 감시돼야 보호될 수 있기에 그런 절차들이 경쟁 보호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지 않아야 해운법 29조의 취지가 성립한다는 논리였다.
대법원도 "해운법은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동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해운법이 부당한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한 규제 권한의 소재와 구체적인 규제 방법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아 경쟁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같은 사건으로 고려해운·동진상선·범주해운·천경해운·태영상선이 제기한 소송을 비롯해 씨랜드 머스크 아시아, 남성해운·동영해운·장금상선·흥아라인·흥아해운·팬오션·한국근해수송협의회 등 20곳이 제기한 소송이 고법에 계류돼 있다. 고법 재판부는 변론을 중단하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왔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