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b14698c7715ce9.jpg)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2025도4697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상고심 결론을 두고 여의도와 서초동은 수개월 동안 초긴장 상태가 지속됐다. 1, 2심 판단이 완전히 반대인 데다가 12·3 비상계엄·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대선이 맞물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세기의 판결'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거대 야당에서 90% 가까운 압도적 지지를 얻어 대선에 출마한 이 후보가 있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데 이어 합의를 고속으로 진행하면서 긴장감은 더 팽팽하게 고조됐다. 그럴수록 각 진영의 전망은 기대를 지나 주장으로, 대법원을 향한 요구로 양극화 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상고기각'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은 '파기환송'을 각각 확신했다.
이런 분위기는 대선 국면을 타고 시민들 사이로 확산됐다. 사석에서라도 정치색을 뺀 나름대로의 분석으로 자기 의견을 개진하면, 각각의 진영에 동조하는 사람들로부터 힐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가깝지만 성향이 다소 다른 동료나 친구, 심지어는 가족들 앞에서도 말을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딱한 것은 곧 선고될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전망의 근거가 '시기'에 매몰됐다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 조금 앞 둔 상황인 만큼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회부와 선고기일 지정을 대선과 진영논리로만 연결하니 당연히 그 판단의 결과도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서초동 주변을 기웃대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적어도 법관들은 자신과 사법부에 대한 외부 개입이 강해질수록 원칙대로 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성질이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한 것도, 회부한 지 9일만에 선고를 한 것도, 따지고 보면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전부터 강조해온 것이 '재판지연 문제'의 해결이고, 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에 대한 '6·3·3' 원칙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대법관 10명의 의견에 반대한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의 '상고기각 무죄' 의견이 판결문에 그대로 적시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두 대법관은 원심 판결뒤 논란이 됐던 '사진 조작' 부분에 대해 "다수의견은 골프 발언의 선거인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의 파악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은 제외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실을 적극 반영하는 등 균형을 놓치고 있다"면서 "특히 이 사건 골프 발언이 이루어진 가장 큰 원인과 동기는 며칠 전에 있었던 골프 동반 의혹 제기에 있고, 이때 증거로 제시된 사진이 원본이 아닌 일부를 오린 것이어서 '조작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파기환송 결과가 나올 경우 대법원이 '재판 정지', 즉 헌법 제84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대한 입장을 판결문에 적시할 거란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는 장래의 가정적 사실에 대한 판단을 자제한 것이다. 이 또한 벌어진 사실과 법리만 놓고 판단한다는 사법부의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5년 전 '김명수 대법원' 역시 이 후보가 일명 '친형 강제 입원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가 한달여 만에 선고했다. 대법원은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은 무죄였다. '사법 쿠데타·내란행위'니 '대법원장 탄핵'이니 하는 말은 도를 넘은 비난이다. 대선판 눈치 보면서 사법부가 할 일을 안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사법의 정치' 아닐까.
물론, 대선 정국은 유례 없는 격랑속으로 던져졌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 예견됐던 일이다. 정치권이 이번 대법원 판결문을 붙잡고 한달을 보내다면 대선은 그야말로 엉망이 될 것이다. 사법부는 사법부의 일을 했으니 정치권은 원칙대로 대선을 치르면 될 일이다. 냉정을 찾고 국민이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책과 명분으로 설득해야 한다. 이 후보도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라고 불편해 했지만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인 것이고, 결국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국민의힘도 비상계엄과 조기대선의 책임을 자각하고 자중해야 한다. '오죽 후보가 없으면 파면된 윤석열 정부 출신 용병을 투입하느냐'라는 국민이 많다.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조속히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말은 국민의힘이 할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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