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2개월 만에 재판 출석⋯배재현, 혐의 부인

[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에 관한 재판에 건강 문제로 불출석했던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는 김 센터장이 출석해 재판에 임했다. 이날 공판 시작 약 20분 전 법정에 도착한 김 센터장은 별다른 발언 없이 입정했다.

김 센터장은 재판부의 출석 여부 확인에 짧게 목례하고 공판이 시작된 후에는 자료를 살펴보는 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센터장은 건강상 문제로 지난 2월 28일, 3월 14일, 4월 11일 열린 공판에 불출석한 바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와 한 번 만난 후에는 교류 없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배 전 대표는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오래전부터 SM 인수를 계획해 온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 했고 배 전 대표 등이 2023년 2월 16~17일과 27~28일에 수천억원 상당의 자금을 동원해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해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의 SM 공개매수가 시작된 날인 2023년 2월 10일 오후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이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와의 통화를 연결해 줬지만 배 전 대표는 "그와 교류는 없었다"고 했다.

배 전 대표는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과거 카카오VX(카카오 손자회사) 관련 거래로 만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한 번 먹은 적은 있지만 그 이후에 교류는 없었다"고 했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SM 지분 매입과 관련한 검찰 측 질의에 배 전 대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배 전 대표는 "이 전 부문장과 통화하다가 전화를 바꿔줘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와) 잘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그는 "당시 투자 업계에서는 SM을 둔 하이브와 카카오의 경쟁 구도가 화두였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SM은 어떻게 하는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당일 통화만 40~50통 정도 해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당시 카카오에서 (SM과 관련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정해진 것이 없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었고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와의 대화도 그런 맥락에서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 '평화적' 언급은 기억⋯협상 등 평화적으로 하라는 뜻으로 해석"

배 전 대표가 사모펀드 운용사에 1000억원 정도 SM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했다는 등을 골자로 하는 이 전 부문장의 증언과 관련해 배 전 대표는 "허위 진술이라고 생각한다"며 "펀드나 기업 간 계약의 특성을 봤을 때 그런 제안을 할 수 없고 설령 그런 제안이 있었다고 해도 정식으로 상대 측 연락처를 받고 변호인을 대동해서 협상을 하는 등 절차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 운용사와는) 과거 거래 사례가 있는데 그에 반해 우연히 바꿔준 전화에서 그렇게(그런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전화를 바꿔준 그날 이 전 부문장과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가 같이 식사를 했다는 것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2023년 2월 15일 투자심의위원회 회의 이후 배 전 대표가 강호중 CA협의체 사업전략팀장(전 투자전략실장)과의 통화에서 '평화적으로 가져오라, 이게 무슨 소리야, 골치 아프다' 등을 이야기했던 것을 두고 배 전 대표는 "그날 오전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대항공개매수나 장내매수를 추진하는 방안 등이 모두 부결됐다"며 "김 센터장은 몇 가지 안을 제시하면 또 다른 (평화적인) 안은 없는지도 질문해 강 전 실장과의 통화에서는 그런 반응을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했다.

김 센터장이 '평화적으로 가져오라'는 말을 한 것을 들은 사실이 있는지 묻는 검찰 질의에는 "당시 '평화적으로'라는 단어가 언급됐던 건 기억이 나지만 '가져오라'고 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더욱이 당시 SM 인수에 대한 결정이 안 됐기 때문에 '가져오라'는 것도 인수하라는 뜻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2월 28일 당시 '(SM 주가를) 12만300원까지는 빨리' 등이 언급된 통화 녹취록을 토대로 "(투자전략실 실무진에게 시켜) 종전가보다 600원 높은 호가를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는 검찰의 추궁에 배 전 대표는 "전혀 아니다"며 "빨리 살 수 있게 품의서 등 내부 결재 절차를 시작하라는 의미"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가령 12만원에서 1%가 오르면 1200원이 오르는 건데 (주가가) 600원 오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맞섰다.

다음 공판은 오는 16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