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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도전기] <35> 지구의 지붕 '파미르고원'으로 향하다


카슈가르는 인구수가 50만 명이고, 위구르족이 전체 인구의 90% 점하는 위구르족 정신적 성지이다. 오늘은 8월 4일 일요일이다. 북경에서 멀어질수록 '신장 타임' 효과가 크게 나타나므로 카슈가르는 아침 8시 늦게 해가 뜨고 밤 10시 해가 진다. '변방여행허가서'를 받아야 하므로 아침 9시에 어제 들렸던 중국관청에 들린다. 주차장에 몇 대의 차들이 미리 와서 변방여행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 시간을 건물 밖에서 기다리니 그때야 직원이 나와서 현관문을 열어준다. 한참 기다린 다음 간신히 '카슈가르' 변방여행 허가를 받았다. 변방여행 허가는 외지 관광객이 위구르인들과 만남을 통제하기 위한 정책이다. 우리는 카슈가르에서 중국어와 위구르어를 할 줄 아는 위구르족 한 명을 가이드로 고용했다. 위구르족은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위구르어와 중국어 두 개 언어를 구사하는 현지인이 필요하다.

카슈가르 시내는 오아시스의 다른 도시들처럼 가로수 숲이 울창하고, 고층 아파트, 넓은 공원과 호수 등이 설치되어 있다. 하루 종일 자동차를 타고서 황량한 사막만 쳐다보다가 가로수가 울창한 시내에 들어오면 별천지처럼 느껴지는 게 오아시스 도시의 공통점이다.

파미르고원 지도. [사진=윤영선]
파미르고원 지도. [사진=윤영선]

천수백 년 전 10여 일 사막을 걸어온 상인들이 오아시스를 만났을 때도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카슈가르는 '서역남로'와 '서역북로'가 만나는 실크로드 교통의 중심지이고, 기원전부터 동, 서양 교역의 요충지이다. 장안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먼 곳에 당나라는 안서도호부를 설치했던 지역이다. 오전 11시경 늦게 여행 허가를 받았다.

오늘 우리는 왕복 500킬로 걸리는 파미르고원 전망대를 다녀올 예정이다. 늦게 여행 허가를 받았으므로 500킬로를 다녀오는 여정은 빡빡하다. 파미르고원은 '세계의 지붕'이라고 부른다. 학창 시절 배웠던 '세계의 지붕'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구법승들이 남긴 여행기에서 파미르고원을 넘어오는 어려움을 잘 기록하고 있다. 여행기 5세기 초반 '불국기'를 쓴 법현스님, 7세기 초반 '대당서역기'를 쓴 현장법사, '왕오천축국전'을 쓴 1300년 전 혜초스님, '동방견문록'을 쓴 700년 전 베네치아의 마르코 폴로가 험난한 파미르고원을 넘고 상세한 여행기를 남겼다.

이곳을 지나던 승려나 상인들은 파미르고원에서 눈사태, 눈 폭풍을 만나면 마음씨 나쁜 '독룡'(毒龍)이 조화와 변고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파미르고원은 히말라야산맥, 힌두쿠시산맥, 곤륜산맥, 천산산맥 등 아시아대륙의 거대한 산맥들이 모이는 광대한 면적의 산괴(山塊)이다.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서쪽의 파미르는 '대(大)파미르'로 부르고, 중국 쪽 파미르는 '소(小)파미르'로 부른다.

파미르고원의 고산지대를 관통하는 도로 이름은 '카라코람 하이웨이'이다. 통상 '하이웨이'는 차가 빨리 갈 수 있는 '고속도로'를 뜻한다. 그러나,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높은(High ) 지대' 즉, 고(高)지대에 있는 도로라는 뜻이다.

마침 어제 비가 많이 내려서 날씨가 매우 쾌청하다. 파미르고원으로 향하는 국도는 1차선 도로인데,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타성의 중국 관광객, 위구르인들 차량이 많아서 교통체증이 심하다. 카슈가르는 해발 1400미터 고지대 도시인데,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해발고도가 높아져서 해발 4천미터 이상까지 달려야 한다.

파미르고원 초입부터 아찔한 급 커브길, 적갈색, 암갈색 바위, 수백 미터 깎아 지른 절벽,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빙하로 덮고 있는 산악 등 태고의 장엄한 모습에 압도당한다. 깊은 협곡은 다리를 설치해서 계곡을 통과한다. 어제 비가 내려서 날씨는 쾌청하다. 가끔 산사태로 무너진 자갈 더미가 못 치워서 쌓여 있다. 임시로 돌아서 가야 한다.

파미르고원 지도. [사진=윤영선]
해발 4000미터 파미르고원 카라코람 하이웨이. [사진=윤영선]

파미르고원을 넘어가는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현재도 눈이 오기 시작하는 11월부터 통행이 금지된다. 따라서 여름철이 중요한 관광 시즌이다. 처음 가보는 파미르고원 고지대의 날씨를 예측할 수 없어서 서울에서 출발할 때 겨울 패딩, 긴팔 셔츠, 털모자, 장갑, 목도리 등 추위 대비 복장을 충분히 준비해 왔다. 4천미터 이상 고지대는 날씨가 급변하고, 강풍이 불거나 눈비가 내릴 수 있어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많은 겨울옷을 준비한 것이다.

고산병 발병으로 호흡이 곤란할 때 대비한 산소호흡 장비도 준비해 왔다. 다행히 날씨는 바람도 없는 최상의 온화한 날씨라서 겨울옷이 필요하지 아니함에 안도한다. '변방여행허가서' 발급 지연으로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중간 휴게소에서 간단한 난 빵으로 간단한 점심을 했다.

해발 2천미터의 '수목한계선'을 지나면 나무는 한그루 없고, 날카롭게 각진 절벽 바위로 이루어진 유년기 지형이 줄지어 있다. 해발 3천미터 이상 올라가니 주변 6천, 7천 미터 고봉마다 빙하와 만년설이 햇빛에 반사되어 산세가 화려하고 웅장하다.

억겁(億劫)의 풍상에 깎여서 생긴 가파른 수직 절벽 위에 하얀 구름이 지나가는 풍경은 태고(太古)미, 야성미 자체이다.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자동차도 산소가 부족하여 연소가 잘 안되므로 힘들어 한다.

우리는 원시적인 웅장한 산에 취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은 '쿨마 고개'로 향하는 길이다. 계속 가면 중국 국경을 넘어서 타지키스탄으로 가게 된다. '쿨마 고개'로 가는 해발 4천미터 지점에 '무스타그아타설산' 전망대가 나온다. '카라쿨리 호수'와 해발 7500미터 '무스타그아타설산'이 눈앞에 있다. 카라쿨리 호수는 입장권을 사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시간이 없어서 포기한다.

오늘 파미르고원 산신령에게 술 한잔 올리려고 블라디보스토크행 여객선 면세점에서 한 달 전 위스키 한 병을 사 왔다. 4천미터 전망대는 마침 바람 한 점 없이 화사한 날씨이다.

파미르고원 지도. [사진=윤영선]
파미르고원 4천미터 전망대 앞. [사진=윤영선]

전망대 앞의 웅장한 7500미터 '무스타그아타설산' 산신령께 술 한잔 올리고, 좋은 날씨를 주신 점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고산지대의 날씨는 수시로 변한다. 10여 년 전 8월 2700미터 백두산 천지에서 강풍과 짙은 구름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망대에서 마시는 위스키 한잔이 목으로 넘어가는 기분은 최고다. 빙하 근처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빙하수를 못 먹는 게 아쉬움이다. 따스한 햇볕이 멀리 한국에서 온 우리를 환영하고 있다. 4천 미터의 높은 고지대에서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히말라야 산신령의 도움이다. '고산병'을 염려해서 전망대에서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

과거 운남성 차마고도 트래킹, 페루 쿠스코에서 고산병으로 크게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은 고산병이 무사해서 다행이다. '파미르'의 위구르어 뜻은 '평평한 곳'이라고 하는데 해발 4천 미터 정상에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다. 고산지대에 사는 야크들이 짧은 여름의 풀을 뜯는 모습이 가끔 보인다.

고원의 곳곳에 빙하수가 만든 하늘색 호수가 있고, 파란 하늘이 내비치는 호숫물이 아름답다. 파미르고원은 지구 표면의 "인도판"과 "아시아판"이 서로 충돌하여 융기한 지형이다. 두 지각판의 충돌로 지금도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미세하게 산들이 솟아오르는 유년기 지형이다. 이 험난한 고산 지역을 '샌들 가죽신'을 신고, 걸어서 넘어갔던 구법승의 고행길을 상상해 본다.

카라쿨 호수의 파란 물을 보면서 파미르고원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오늘 왕복으로 약 500킬로를 이동해야 하므로 파미르고원에 오랫동안 머물 수 없다. 언제 기회가 되면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파미르고원 이곳저곳을 다녀보고 싶다.

구법승들이 파미르고원을 통과하는 길은 두 개다. 오늘 우리가 다녀온 쿨마 고개를 지나서 타지키스탄으로 향하는 길. 이 길은 700년 전 17살 마르코 폴로가 아버지와 함께 통과한 길이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 '파미르고원 통과에 12일 걸렸고, 카슈가르 도착까지 40일 걸렸다'고 적고 있다.

다른 길은 '현장스님, 혜초스님'이 넘어온 길이다. 혜초스님은 서기 726년경 아프가니스탄 '와칸 계곡'에서 출발하여 '카슈가르'로 넘어왔다. 혜초는 혈혈단신 여행객이다. 아프가니스탄 '와칸 계곡'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실크로드 상인을 만날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상인들을 만나서 함께 넘어왔다.

오늘 파미르고원 산신령에게 술 한잔 올리려고 블라디보스토크행 여객선 면세점에서 한 달 전 위스키 한 병을 사 왔다. 4천미터 전망대는 마침 바람 한 점 없이 화사한 날씨이다.

전망대 앞의 웅장한 7500미터 '무스타그아타설산' 산신령께 술 한잔 올리고, 좋은 날씨를 주신 점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고산지대의 날씨는 수시로 변한다. 10여 년 전 8월 2700미터 백두산 천지에서 강풍과 짙은 구름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파미르고원 지도. [사진=윤영선]
파미르고원 빙하 호수 [사진=윤영선]

전망대에서 마시는 위스키 한잔이 목으로 넘어가는 기분은 최고다. 빙하 근처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빙하수를 못 먹는 게 아쉬움이다. 따스한 햇볕이 멀리 한국에서 온 우리를 환영하고 있다. 4천 미터의 높은 고지대에서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히말라야 산신령의 도움이다. '고산병'을 염려해서 전망대에서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

과거 운남성 차마고도 트래킹, 페루 쿠스코에서 고산병으로 크게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은 고산병이 무사해서 다행이다. '파미르'의 위구르어 뜻은 '평평한 곳'이라고 하는데 해발 4천 미터 정상에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다. 고산지대에 사는 야크들이 짧은 여름의 풀을 뜯는 모습이 가끔 보인다.

고원의 곳곳에 빙하수가 만든 하늘색 호수가 있고, 파란 하늘이 내비치는 호숫물이 아름답다. 파미르고원은 지구 표면의 "인도판"과 "아시아판"이 서로 충돌하여 융기한 지형이다. 두 지각판의 충돌로 지금도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미세하게 산들이 솟아오르는 유년기 지형이다. 이 험난한 고산 지역을 '샌들 가죽신'을 신고, 걸어서 넘어갔던 구법승의 고행길을 상상해 본다.

카라쿨 호수의 파란 물을 보면서 파미르고원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오늘 왕복으로 약 500킬로를 이동해야 하므로 파미르고원에 오랫동안 머물 수 없다. 언제 기회가 되면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파미르고원 이곳저곳을 다녀보고 싶다.

구법승들이 파미르고원을 통과하는 길은 두 개다. 오늘 우리가 다녀온 쿨마 고개를 지나서 타지키스탄으로 향하는 길. 이 길은 700년 전 17살 마르코 폴로가 아버지와 함께 통과한 길이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 '파미르고원 통과에 12일 걸렸고, 카슈가르 도착까지 40일 걸렸다'고 적고 있다.

다른 길은 '현장스님, 혜초스님'이 넘어온 길이다. 혜초스님은 서기 726년경 아프가니스탄 '와칸 계곡'에서 출발하여 '카슈가르'로 넘어왔다. 혜초는 혈혈단신 여행객이다. 아프가니스탄 '와칸 계곡'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실크로드 상인을 만날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상인들을 만나서 함께 넘어왔다.

파미르고원 지도. [사진=윤영선]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법무법인 광장 고문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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