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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전쟁] (4) "돈 풀며 물가 잡으려는 '엇박자'부터 문제"


李정부 '물가 전쟁' 성과 내려면⋯"장기 관점에서 구조적 요인 짚어야"
"일회성 할인 이벤트는 '생색내기 불과'"⋯일관성 있는 장기플랜 절실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물가 전쟁'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려면 정책 방향성부터 재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한 단기성 대책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물가 상승을 이끈 다양한 구조적 요인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정부가 민간 기업의 가격 정책을 인위적으로 압박하거나, 반강제로 할인 행사에 동참하게 하는 식의 대책은 반짝 효과를 볼 순 있으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유통 기업과 연계한 할인전 등의 정책은 대상 품목이 제한적이고 기간도 짧아 전체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소비자에게는 정책 의도보다 이벤트성 마케팅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실질적 체감 효과도 일회성에 그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가공식품, 농수산물 등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가 숱하게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올라야 하는 가격들이 묶여 있다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생긴 것"이라며 "방치하라는 건 아니지만 시장 흐름에 맡겨야 할 것은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지금의 고물가 현상을 단순히 가공식품, 외식 가격 등이 올라 발생한 문제로 여겨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공급망, 환율, 통상은 물론 부동산, 인건비, 날씨 등 다양한 변수들이 연결된 구조적 문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긴 호흡으로 전방위적인 기본기 강화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김대종 교수는 "국내 생산 확대, 수입선 다변화, 주요 원자재 비축 등 공급 측면에서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기상 악화, 전염병 등으로 인한 농축수산물의 단기 가격 급등에 대응하는 상시 비축·가격 안정 기금도 보다 정교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실시간 유통 데이터를 반영하는 체감 물가지표 보완, 세부항목별 가격 변동 요인을 정밀 분석하는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물가 상승은 수요 측면보다 공급 측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해소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가 안정화를 위해서 가공식품 등의 가격을 잡아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좁은 관점이다. 넓게 보면 농업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 등이 큰 틀에서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일단 한미 통상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내수와 수출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다 연결돼 있다. 수출을 많이 하면 그것이 다 내수 진작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 방향을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가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동시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통화량을 늘리는 선심성 정책에 집중하는 건 '엇박자'라는 것이다.

양준모 교수는 "현 정부 들어 막대한 규모의 추경을 했다. 돈이 풀리기 시작할 텐데,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이렇게 물가 상승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4.5일제, 최저임금 인상 등 공급 역량은 반대로 제한하고 있다. 물가가 올라가도록 불을 질러 놓고 그에 대한 대책이 없다. 최악의 경우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고 경기는 경기대로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쯤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동근 명예교수는 "코로나19가 진정된 지 몇 년이 지났다. 왜 아직도 민생회복 소비쿠폰, 부채 탕감 정책 등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정책을 이어가는지 모르겠다"며 "인위적으로 급하게 흔들려 하지 말고 기본적으로 시장 흐름에 맡기면서 자연스러운 생산자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견제와 균형이 생기면 물가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교수는 "정치·선거용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물가 대응에 있어 정부의 신뢰도는 경제 주체의 기대 형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물가는 단기 대응보다 신뢰 기반의 정책 일관성으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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