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 후퇴하며 자존심을 구긴 이니스프리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매장을 철수하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국내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서도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했지만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단 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월 31일자로 인도네시아에서 운영하는 모든 이니스프리 매장 영업을 종료했다. 이는 지난 2017년 3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이니스프리 현지 1호점을 오픈한 지 7년 만이다. 이니스프리는 한때 인도네시아에서 20개까지 매장을 운영한 바 있다.
게다가 이니스프리는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매장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태국과 베트남 시장에서의 전면 철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이니스프리 매장과 영업 종료에 따른 포인트 사용을 알리는 안내문. [사진=아모퍼시픽]](https://image.inews24.com/v1/b3fe6d3bef4802.jpg)
이니스프리는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현지 온라인 플랫폼인 '라자다(Lazada)', '쇼피(Shopee)', '틱톡숍(Tiktok Shop)'과 '소시올라(Sociolla)' 등 뷰티 편집숍을 통해 판매를 이어간단 방침이다.
온라인 전환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일본과 중국, 북미 시장의 철수 사례를 감안하면 이니스프리에 '위기 신호'가 내려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 사례를 들어보면 2019년도 600개에 달했던 중국 매장은 2021년을 기점으로 정리됐으며,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한 이후에도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이니스프리는 중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티몰(Tmall)'에서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철수했다.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거나 축소하면서 이니스프리의 성적표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이니스프리 매출액은 2246억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억3000만원으로 84% 급감했다. 오프라인 매장과 국내외 온라인 채널 재정비에 따른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이니스프리가 온라인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면 생사 갈림길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장 조사 데이터 분석 기관 칸타는 지난해 뷰티 트렌드 보고서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인디 브랜드가 소셜 미디어와 이커머스를 활용해 젊은 소비자들을 빠르게 사로잡는 반면 전통적인 한국 로드숍 브랜드들은 정체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디지털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면서 "특히 동남아시아처럼 빠른 트렌드 변화가 일어나는 시장에서는 현지화와 디지털 전략이 생명줄"이라고 말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유통 환경에 맞춰, 이니스프리는 단일 브랜드 매장 중심에서 멀티브랜드숍과 이커머스 채널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다변화하고 있다"면서 "인도네시아에서도 새로운 채널을 통해 고객 경험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