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유통업계가 소비침체 장기화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기존 틀을 깬 과감한 협업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경쟁사에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입점시키는가 하면, 국경의 경계를 허물고 매출 다각화에 나섰다.
자존심을 굽히면서라도 살길을 모색하는 '궁여지책'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만큼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에 입점한 홈플러스 판매샵에서 각종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쿠팡]](https://image.inews24.com/v1/164db7a6c29ecd.jpg)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대형마트 PB 상품이 늘고 있다. 홈플러스가 적극적이다. 지난 5월부터 쿠팡 로켓그로스에 사업자로 입점해 PB '심플러스' 물티슈, 화장지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킴스클럽에서 판매하는 이랜드팜앤푸드 PB '오프라이스' 상품도 쿠팡에서 확인된다. 화장지, 섬유유연제 등 생필품부터 닭가슴살, 새우살 등 먹거리가 대표적이다.
롯데마트 PB '오늘좋은' 상품도 쿠팡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 롯데마트가 쿠팡에 입점한 건 아니다. 롯데마트로부터 PB 상품을 매입한 쿠팡 입점 셀러들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해당 셀러들의 일부 오늘좋은 제품을 직매입해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컬리에서는 이마트 PB '피코크' 상품 20여개를 샛별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다. 대부분 신세계푸드에서 생산하는 가정간편식이다. 자체 적용되는 할인쿠폰을 제외하면 이마트몰 가격과 동일하다.
![쿠팡에 입점한 홈플러스 판매샵에서 각종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쿠팡]](https://image.inews24.com/v1/8470ec0e7caa7b.jpg)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형마트 PB 상품은 자체 개발한 기업의 독점 상품과 일맥상통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미끼로 활용되면서다.
하지만 최근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PB 전쟁'이 벌어진 데다, 소비 중심 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며 기존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 쇼핑 성장으로 위기에 몰린 대형마트가 '울며 겨자 먹기'로 이커머스에 입점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업계에서도 PB 상품을 바라보는 달라진 기류가 감지된다. 경쟁사에 입점하더라도 다른 채널로 유통망을 확장하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순히 TV 방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은 홈쇼핑업계에서도 색다른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최근 일본 온라인 오픈마켓 큐텐재팬에 입점해 가방, 키링, 텀블러 등 판매하고 있다. 사전 수요 조사 단계를 거쳐 뷰티·패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은 국내 브랜드 해외 수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본 홈쇼핑 '샵채널'을 통해 단독 패션 브랜드 '바이브리짓'을 선보였다. 업계에서 글로벌 브랜드 판권을 인수해 국내에서 전개하는 사례는 흔하지만, 반대로 K브랜드를 해외 홈쇼핑에서 선보이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의 한계가 뚜렷한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게 최근 유통기업들의 핵심 과제"라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매출을 늘릴 수 있다면 경쟁사와 손잡는 일도 이제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