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8월4일) 오후 파미르고원에서 카슈가르로 돌아오는 길도 관광객 차들이 많아서 길이 많이 막힌다. 파미르고원을 다녀와서 저녁에 위구르족인 많이 사는 카슈가르 구도심에 가보고 싶었다.
카슈가르의 위구르족이 많이 사는 구도심과 바자르를 관광하고, 저녁 식사를 구도심에서 위구르족 현지식을 먹고 싶었다. 중국인 감독관 류선생의 반대로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다. 류선생은 우리의 일정을 감독관청에 보고해야 하는데, 상부의 동의 없이 허락하면 문책을 당한다고 말한다. 시내 식당에서 반주로 중국 바이주를 마시며 파미르 여행의 피로를 풀고, 아쉬움을 달랜다.
![천산산맥 중국 국경으로 가는 길.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32d903224bf7a8.jpg)
내일은 천산산맥과 천산고원을 통과하여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야 한다. 간첩법 불안, 공안의 검문 등 통제와 규제가 심한 중국을 벗어나는 것이 시원섭섭하다. 아내는 감기가 심해서 식사를 잘 못한다. 마침 K 교수가 서울의 의사로부터 감기 조제약을 가져왔다고 한다. 아내는 K 교수로부터 감기 조제약을 빌려 먹고 감기가 호전되어 다행이다.
카슈가르 위구르족들을 보면서 위구르족의 근세 독립 투쟁 역사를 생각해 본다. 신장지역에 사는 위구르족 인구수는 약 1천 2백만 명이다. 위구르족은 애초 몽골고원 서쪽에 살던 유목민이다. 위구르족은 서기 740년경 중앙아시아 강대국 돌궐국(투루크족)을 멸망시키고 840년까지 100여 년 동안 초원 지역을 지배한 유목민 강대국이다. 지배층 내분으로 키르기스탄 종족에 840년경 멸망 당하게 된다.
위구르 왕국 멸망 후 일부 위구르 귀족이 천산산맥을 넘어 타클라마칸 사막의 오아시스 지역으로 도망 와서 왕국을 세운 것이 신장지역 위구르 왕국의 시작이다. 위구르 왕국은 몽골의 칭기즈칸이 나타나자 가장 먼저 항복하여 칭기즈칸의 사위가 되어 국가를 보존하였다. 문자를 갖고 있던 위구르족은 문맹 상태인 몽골제국의 행정 관료를 지낸 사람이 많았다. 외교문서 작성, 세금 징수, 서기업무 등을 위구르인들이 담당하였다.
300년 전 청나라의 침략 이후 새로운 영토라는 뜻의 '신장'으로 청나라 영토로 편입되었다. 1911년 청나라의 멸망 후 위구르족 독립 국가 분위기가 시작되게 된다. 1차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민족주의 운동 바람이 불었다. 1919년 우리의 3.1운동, 상해임시정부 수립도 세계적인 민족주의 운동과 민족국가 수립 분위기 아래서 이루어졌다.
1924년 위구르족 지도자들이 독립 국가 수립을 논의하면서 종족 이름을 '위구르족'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후부터 '위구르족' 명칭이 부활했다. 일제 강점기 단재 '신채호' 선생이 오랜 세월 잊혔던 '한민족의 고대사' 역사를 부활시켜 한민족의 독립 정신과 민족정신 고취와 같은 맥락이다.
![천산산맥 중국 국경으로 가는 길.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5c4646904cfc48.jpg)
위구르족은 장개석과 모택동 군대가 내란 중이던 1940년대 카슈가르를 수도로 정하고, '동(東)투르쿠스탄' 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중국을 통일한 모택동 정권이 1949년 다시 군대를 보내서 신장지역을 점령하였다.
최근 1997년, 2006년에 카슈가르, 쿠차 등의 대학생들이 독립운동 시위를 주도하였다. 중국 정부는 시위 참여 청년들을 정치범수용소 수용, 처형 등으로 서구 국가의 인권침해 사례로 비판받고 있다. 북경 등에서 테러 발생이 있었다. 현재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지역이다.
오늘은 8월 5일 월요일이다. 중국은 육상 국경을 토요일, 일요일과 평일 밤 8시 이후 야간은 통행을 금지한다. 따라서 오늘 월요일은 국경을 지나는 차량 통행량이 많다.
오늘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중국 세관 통과, 천산산맥과 천산고원를 통과하여 530여 킬로 먼 산길을 이동해야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키르기스스탄 제2의 도시 '오쉬'이다. 카슈가르는 '신장타임' 때문에 아침 8시경 해가 뜨는데, 이른 시각인 8시 호텔을 출발한다.
호텔의 아침 식사는 8시 반 이후에 제공하므로, 미리 호텔에 아침 도시락 준비를 부탁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아침을 먹을 예정이다. 점심 식사도 이동 중 차 안에서 먹도록 빵, 음료수를 구입했다.
오늘은 위구르족 현지인 가이드와 동행하고 있다. 천산산맥 중국 국경까지 함께 가서 우리는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고, 위구르족 가이드는 중국 감독관 류선생을 차에 태우고 돌아와서 북경으로 돌아가도록 공항으로 라이드해야 한다. 조선족 출신 류선생은 우리와 함께 여행하면서 중국어 통역업무를 성실하게 잘 도와주었다. 우리는 감독관 조선족 류선생의 급여와 여행 경비를 부담한다.
천산산맥은 중앙아시아와 중국의 국경을 만드는 산맥으로 타클라마칸 사막 북부의 산맥이다. 우리는 천산산맥의 서쪽에 있는 산길을 통해 키르기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 대(大)파미르고원의 일부인 '이쉬케르탐'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당나라 시대 1400년 전 '사마르칸트, 부하라'를 근거지로 하는 소그드 상인(이란계 종족)들이 이 길을 통해서 당나라로 장사하러 다녔다. 천산산맥으로 가는 길은 형형색색 바위와 절벽, 가끔은 오아시스 촌락 등 도로변 자연이 아름답다. 황토색, 연한 노란색, 옅은 회색, 옅은 파스텔색 등 계곡의 바위 색깔이 계속 변하는 거대한 파노라마 경치이다. 철 성분의 많고 적음이 바위 색깔을 만든다고 한다.
![천산산맥 중국 국경으로 가는 길.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22100a27d78cba.jpg)
수억 년 동안 바람이 산을 깎고 또 깎아서 만든 지형이 아름답다. '게르' 천막이 있는 마을도 지나가고 있다. 이곳은 카자흐인, 키르기스인, 몽골인 등 많은 소수민족의 거주지라서 지역마다 민족 전통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차 안에서 아침과 점심을 먹으며 달리고 있다. 중앙아시아로 통하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channel) 길이라는 도로판이 있다.
중국 국경으로 가는 중간에 7번이나 중국 공안, 군인 등 검문을 받았다. 매번 시간이 늦어진다. 카슈가르에서 110킬로 이동 후 중국 세관이 있다. 세관 통과 후에도 군인이 지키는 국경초소까지 135킬로를 더 가야 한다. 출국심사는 간단히 하는 게 일반적인데, 중국 당국의 검사는 엄격하다. 중국 세관원이 출국하는 우리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내라고 한다. 출국하는 사람의 전화번호가 왜 필요한지 웃기는 일이다. 나와 아내는 사생활 정보라고 생각하고, 가짜번호로 적어내며 웃는다.
아침 8시 숙소를 출발했는데 해발 2800미터의 고지대에 있는 중국 군대 초소를 지나니 중국 시각으로 오후 4시이다. 250킬로 오는데 검문, 통과 절차 등으로 거의 8시간이 걸린 셈이다. 다행히 키르기스스탄 표준 시간은 중국과 3시간 시차가 빠르다. 키르기스스탄 영내에 들어오니 오후 1시라서 3시간 시곗바늘을 뒤로 돌리니 오후 여정에 여유가 생긴다.
중국 국경을 통과한 다음 키르기스스탄 세관으로 가는 도로는 비포장 흙먼지 도로이다. 산길을 수 킬로 이동하면 키르기스스탄 군인 한 명이 지키는 초라한 초소가 나타난다. 세관 입구에 많은 화물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오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세관 직원의 점심시간이라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 황량한 3천 미터 고산지대에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후진국 세관 공무원은 식사 시간이 두 시간 이상이다. 컴퓨터가 고장 났다고 업무 개시를 제때 아니 한다. 육상의 국경을 통과하는 절차는 항상 힘들다.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어가 공용어이다. 러시아어 통역요원인 윤 군 역할이 시작된다. 윤 군은 오랜만에 젊은 키르기스스탄 군인, 공무원들과 러시아어로 수다를 떤다. 키르기스스탄 직원들은 동양계 외모이다. 아마도 한국 여행객의 차는 처음일 것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무척 친절하다.
![천산산맥 중국 국경으로 가는 길.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7a01393a78659e.jpg)
오후 3시경 키르기스스탄 입국 수속을 끝마쳤다. 자동차를 가지고 육상의 국경을 통과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해발 3천 미터 고지대 국경 세관에는 여행객 대기실도 없고, 간이 화장실도 없다. 도로 옆에서 환상의 비취색 하늘을 보며 기다린다.
두 시간 이상 기다린 후 키르기스스탄 국경을 통과했다. 겨울철 혹한 추위에 이 길을 지나간다면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 세관 통과 후 해발 3천미터와 4천미터의 천산산맥, 천상고원을 통과해야 한다.
신비롭게도 3천 미터 이상 고지대에 광대한 초원이 펼쳐져 있다. 여름철 초원은 연녹색 풀로 덮여있다. 풀을 뜯는 소 말 양등 가축과 유르트(중앙아시아는 게르를 유르트라고 부름)가 목가적 풍경이다. 멀리 지평선 너머에는 천산산맥 만년설이 햇빛에 반사되어 찬란하다.
눈 덮인 산봉우리 위에는 하얀 뭉게구름과 파란 하늘의 조화가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운 좋게도 바람 한 점 없이 따사한 햇볕이 참으로 좋다. 해발 고도 3500미터 초원 지대의 가운데를 오르내리며 달리고 있다. 천산산맥과 천산 고원은 진정 무공해 지역이다.
내 아내는 '천상(天上)의 공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라고 말한다. 세계의 아름다운 '10대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나는 과거 캐나다 록키산맥의 '밴프, 자스퍼' 도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가는 '태평양 1번 국도', 남프랑스 '지중해 해안 프로방스 길', 이탈리아 '나폴리와 아말피 해안도로' 등을 자동차로 통과한 적이 있는데 이곳은 문명 세계의 도로와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이다.
나와 내 아내는 천산산맥 '천상(天上)고원' 횡단 도로, 고비사막 횡단 도로, 파미르고원 횡단 도로 등을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에 추가해야 한다고 서로 얘기한다. 아내는 이 길은 '명상의 길', '힐링의 길'이라고 속삭인다. 현대 도시인들은 세속의 다양한 욕구로 인해 '갈증의 시간'을 보낸다. 잠시나마 파란색 하늘과 연초록 초원은 마음의 갈증을 치유한다.
천산 고원의 두 시간 이상의 거리를 원시적인 공활(空豁)한 초원을 자동차로 통과하고 있다. 현기증 나는 무공해 자연의 아름다움, 영혼의 떨림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천산산맥 중국 국경으로 가는 길.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d865695cae38e6.jpg)
초원에 많은 유르트(게르)가 곳곳에 있고, 과거 고대 중국인들이 천리마(千里馬)라고 불렀던 말들이 유유히 풀을 뜯고 있다. 천산산맥을 넘어 중앙아시아로 통과하는 길은 5개가 있다. 1400년 전 당나라 현장스님은 '아커수'(우리가 3일 전 숙박한 도시)에서 출발하여 천산산맥을 넘어서 서돌궐 왕에게 갔다. 당시 천산산맥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대당서역기에 기록하였다. 현장은 아커수에서 겨울철 눈이 녹는 두 달을 기다렸다가 봄철에 천산산맥으로 향했다.
"산은 매우 험준해서 끝이 하늘에 닿아있다. 개벽 이래 눈과 얼음이 쌓여 덩어리를 이루고 봄여름에도 녹지 않고 엉겨 붙어 구름과 맞닿아 있다...... 눈바람이 이리저리 몰아치니 비록 가죽옷을 겹쳐 입었어도 찬 기운을 막아 낼 수 없다. 잠을 자거나 음식을 먹으려 해도 머무를 만한 마른 땅이 없다. 얼음 위에 자리를 깔고 누울 수밖에 없다. 7일을 걸은 뒤 산을 통과하였다. 열 명 중 세, 네 명은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었다. 말이나 소의 손실은 이보다 훨씬 컸다."
우리가 가는 길은 과거 현장 스님과는 다른 평안한 길이다.
천산산맥 서쪽 중앙아시아 땅은 '페리가나' 지역이다. 고대 중국의 비단과 페리가나 지역의 '천리마'와 교역했던 '견마(絹馬)무역'의 산지이다.야생에서 뛰어다니며 자라는 '페리가나' 지역의 말은 중국말보다 체구가 크고, 힘이 좋아서 중국이 탐냈던 '한혈마(汗血馬)'이다. 힘차게 달린 말의 피부에서 피처럼 빨간 땀이 흐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실제는 말 피부에 사는 기생충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는 값비싼 말들이 도로 옆으로 지나가면 속도를 늦추고, 잘생긴 몸매를 감상한다.
3천미터에서 4천미터 고지대의 천산고원의 평화로운 경치를 보면서 달리는 드라이브는 피로감이 전혀 없다. 드라이브 자체가 행복이다. 승용차는 거의 없고,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중국의 화물차들만 가끔 지나가는 한적한 길이다.
시간이 허용한다면 이곳에서 며칠 쉬어가고 싶다. 일정에 여유가 없음이 아쉬움이다. 세관 통과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오늘 숙소까지 530킬로를 가야 하므로 휴식 시간도 부족하다. 잠시 자동차를 길옆에 멈추고 심호흡을 하러 차 밖으로 나오면 3500미터 고원의 날씨는 상쾌하다.
![천산산맥 중국 국경으로 가는 길.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9214052e0a4af4.jpg)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법무법인 광장 고문 등을 역임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