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평생 동안 생명체는 세포 분열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세포 분열을 할 때 복제가 이뤄지는데 유전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분자적 활동이 이어진다.
세포 분열 중 DNA 연결고리가 사라지지 않으면 염색체가 비정상적으로 나뉘어져 암 등 유전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마지막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작동 방식을 국내 공동연구팀이 알아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의과학대학원 안톤 가트너(Anton Gartner) 특훈교수와 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의 스테판 롤랑(Stephane Rolland) 연구위원팀은 세포 분열 도중 염색체 사이에 남아 있는 DNA 연결고리를 절단하는 단백질인 LEM-3의 작동 방식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LEM-3 단백질이 세포 분열 말기에 딸세포 사이에 남아 있는 DNA 브릿지에 집중적으로 모여 브릿지를 절단하는 데 관여한다. [사진=UNIST]](https://image.inews24.com/v1/76671dca01238d.jpg)
세포 분열은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고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 몸에서는 하루에도 수십억 개의 세포가 분열된다. 장은 1~3일만에, 피부는 2~3주만에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분열 과정에서는 유전물질인 DNA가 복제된다. 복제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거나, 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새로 생긴 두 딸세포 사이에 'DNA 브릿지'라는 연결 구조가 남는다. 이 연결고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염색체 이상, 유전 정보 손실이 나타난다. 암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 통해 LEM-3 단백질이 세포 분열 후기에 DNA 브릿지를 제거하는 데 최후의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한 바 있다. LEM-3는 분열 마지막 단계에서 두 딸세포를 연결하는 좁은 구조인 미드바디에 위치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LEM-3가 결핍되면 다른 DNA 복구인자가 존재하더라도 DNA 브릿지가 남아 세포 분열이 실패한다. LEM-3의 구체적 작동 기전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이 단백질의 ‘LEM-like 영역’은 DNA 브릿지를 인식해 LEM-3를 미드바디에 정확히 위치시키는 역할을 했다. ‘GIY-YIG 영역’은 연결고리를 직접 자르는 역할을 한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LEM-like 영역에 돌연변이를 일으키자 LEM-3 단백질이 세포질에 머무르지 않고 핵 안으로 잘못 이동했다. 핵 속에 보관된 DNA가 의도치 않게 절단되고 발달 과정의 배아가 죽었다.
스테판 롤랑 연구위원은 “LEM-3는 정상적으로는 세포질에 존재해 비정상적 세포 분열을 막는 ‘최종 해결사’ 역할을 하는데 위치가 잘못되면 오히려 세포 자체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라며 “의사의 수술 나이프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유전체 모델 생물인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이용해 진행됐다. 이 생물의 LEM-3 단백질은 사람에게는 ANKLE1이라는 비슷한 단백질 형태로 보존돼 있다.
안톤 가트너 교수는 “ANKLE1은 유방암과 대장암 등 특정 암 발생과 연관된 유전자로 알려져 있어 이번 발견은 암의 예방·치료 전략 개발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Functional dissection of the conserved C. elegans LEM-3/ANKLE1 nuclease reveals a crucial requirement for the LEM-like and GIY-YIG domains for DNA bridge processing)는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4월 11일 자로 출판됐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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