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잔술 안 팔아요."
소주를 포함한 모든 주종의 잔술 판매가 본격적으로 허용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시중에서 잔술 판매를 하는 곳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다. 음주 문화의 변화, 소분 트렌드와 맞물려 '잔술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들이 무색하다.
위생·관리 문제와 시장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 소비자, 음식점주, 주류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시행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잔술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Standpoint]](https://image.inews24.com/v1/b2ae928c8ba7f1.jpg)
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이전부터 잔술 판매를 해왔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극소수 업장 등을 제외하면, 여전히 소주·막걸리 잔술을 파는 곳은 드문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5월 말 시행된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으로 소주와 막걸리를 포함한 모든 술을 병이 아닌 낱잔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도 잔술 판매가 아예 불법은 아니었으나, 칵테일과 생맥주를 제외한 주종의 경우 법률 해석에 모호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은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 예외 사유에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를 명시해 잔술 판매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잔술은 국내에서 아주 낯선 문화는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포장마차 등지에서 잔술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주류 문화가 달라지며 점차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개정안 시행으로 잊혔던 잔술 문화가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폭음을 기피하고 술을 가볍게 즐기는 방향으로 음주 트렌드가 변화했고, 장기화된 고물가 영향으로 소분·소용량 제품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련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건 업장과 소비자 모두 잔술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해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위생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 번 개봉된 술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술을 재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다면 업장에서도 굳이 보관·관리가 어려운 잔술을 팔 이유가 없다. 잔술을 팔면 손님 회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류업체들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잔술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려면 대용량, 소용량 등 잔술용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데 시장이 만들어 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굳이 투자를 집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주류 업체들은 아직 잔술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준비하고 있지 않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잔술 판매 허용 이후에도 주류 취급 업소에서의 소주 잔술 소비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비자 니즈 변화에 따른 시장 상황 변화가 있을시에는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주 등을 잔술 판매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소비자는 품질, 위생 문제 등으로 선호하지 않고 업주 입장에서도 불편하다"며 "제도 안착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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