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조정훈 기자] 우리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 선거 시즌이 되면 어김 없이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 현직 초선의 '재선(再選) 곰탕'과 재선의 '삼선(三選) 짬뽕'이 그것.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은어인데, 곰탕은 "4년 동안 끓여낸 육수가 이제 막 진한 맛을 내기 시작했으니 한 번 더 푹 고아 시민들에게 대접하겠다"는 의미다. 짬뽕은 "8년 노하우로 지역의 온갖 복잡한 현안을 맛깔나게 버무려 대작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신선한 재료로 판을 바꾸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신진 인사들의 '신상 특선' 메뉴까지 가세하니 다가오는 6·3 지방선거 식탁이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 맛집이 됐다.
초선 시장들은 재선에 목을 매는 이유에 대해 단순한 권력욕 때문만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행정의 시계로 볼 때 4년은 사실 삽 한 번 제대로 뜨기도 짧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첫 1~2년은 전임자 사업을 갈무리하고 새 그림을 그리는 데 다 써버리기 일쑤다. 이제 막 예산을 확보하고 공사를 시작하려는 데 임기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귀가에 들려온다.
이들이 말하는 '재선 곰탕'은 정책의 연속성을 뜻한다. "내가 시작한 사업, 내가 마무리해서 시민들께 성과를 돌려드리겠다"는 책임감으로 봐달란다.
곰탕 불을 여기서 꺼버리면 그동안 들인 정성이 식어버린다는 논리다. 이들의 무기는 젊은 패기와 이제 겨우 맛이 들기 시작했다는 실적의 증명이다.
3선 도전의 마음은 더욱 비장하다. 지방자치법상 마지막 기회이자 지자체장 선거에 있어서도 사실상 마침표다. 지난 8년 간 시민과 소통하고 현안 해결을 넘어 미래 먹거리 창출 등 머리 맞댄 직원 등과 일한 시간이 적지 않다.
산전수전 공중전 겪어서 쌓아온 인맥과 중앙 정부 네트워크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식재료다. 삼선짬뽕들의 강점은 노련함이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 관계를 시원하게 풀어내고 굵직한 국책 사업 등을 끌어오는 솜씨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일각에서 "욕심 아니냐"는 시선에 이들은 "12년 대계를 완성해 지역의 지도를 바꾸고 명예롭게 떠나고 싶은 진심"이라고 답을 한다.
현직들이 내세우는 정책의 연속성이라는 카드는 유권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크고 작은 정책 등에 지친 시민들에게 '중단 없는 발전' 만큼 달콤한 제안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신진 주자들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곰탕이 너무 짜졌다", "짬뽕 재료가 신선하지 않다"며 새로운 주방장을 자처하고 나선다. 말이 초선이지 나름 지역 곳곳을 다지며 정치 활동을 이어온 원외 배테랑들이다. 이력도 각양각색이다.
당신은 어떤 식탁을 선택할 것인가. 결국 선거는 유권자가 주방장을 뽑는 과정이다. 푹 고아 내기 시작한 곰탕 불을 계속 지피게 할 것인지, 온갖 산해진미가 들어간 짬뽕의 대미를 지켜볼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메뉴를 새로 짤 것인지.
중요한 건 그들이 내건 메뉴 이름이 아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심이다. 욕심이 아닌 시민의 이익을 위해 땀 흘리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투표함 속에 담길 때 비로소 지역 사회라는 식탁이 풍성해질 것이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시민과 주민들이 원하는 건 결국 '지금 당장 내 삶을 책임지는 맛있는 행정, 살기 좋은 우리 동네'가 아닐까.
/조정훈 기자(jjhji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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