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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책임 어디까지⋯건설현장 '교섭 기준' 안갯속


노란봉투법 두 달⋯판례 축적 없어 대응 기준 부재
건설사 개별 대응 속 기준 정립 필요성 제기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 두 달째, 건설현장의 기준선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노동위원회 판단이 사안마다 엇갈리면서 원청의 책임 범위와 교섭 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빠르게 커지는 양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는 지난 24일 삼성물산·GS건설·한화 건설부문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은 인정하면서도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기각했다. 원청이 하청 노조와 교섭해야 할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교섭 구조 확대는 제한한 것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시공현장. [사진=김민지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시공현장. [사진=김민지 기자]

반면 지방노동위원회 판단은 더욱 엇갈리고 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경북지노위)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한 반면,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중흥건설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사한 사안에서도 결론이 달라지면서 현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원청 책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의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시행 직후부터 영향은 빠르게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행 이틀(3월 10~12일) 동안 하청 노조 453곳이 248개 사업장에서 교섭을 요구했고, 참여 인원은 약 9만8000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교섭단위 분리 신청도 39건 접수됐다.

문제는 기준의 부재라는 분석이다. 판정이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위원회 판단까지 엇갈리자, 기업들은 대응 기준을 세우지 못한 채 개별 사안 대응에 의존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와 유사하다"며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는 예측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판정 사유도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사용자성 판단, 현장마다 제각각

최근 판정 사례만 봐도 흐름은 일관되지 않다는 평가다.

서울지노위는 지난 20일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가 극동건설을 상대로 낸 시정 신청 사건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그동안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법적 사용자는 장비 임대업체로 간주돼 왔으나 원청 건설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북지노위 역시 지난 9일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이고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반면 전남지노위는 중흥토건·건설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각 지방노동위 판단이 엇갈리면서 향후 기준 정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사안에서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교섭단위 분리 여부보다 사용자성 인정 범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한 회사 내 복수 노조가 각각 별도로 교섭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다만 이번 삼성물산·GS건설·한화 건설부문의 신청은 개별 기업 노조가 아닌 산별노조가 제기한 것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체계 안에서 원청과의 직접 교섭 가능성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분리 신청은 기각됐지만, 사용자성이 인정되면서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는 확대될 여지가 남았다.

이 연구위원은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원청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하청 노조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교섭 의무는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교섭 복잡해져…건설사들 노동 전문가 전면 배치

건설업 특유의 구조도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하나의 현장에 수십 개 하도급 업체가 동시에 투입되고 공종별로 인력이 교체되는 구조여서 제조업처럼 단일 노사 관계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확대될 경우 다수 노조와의 동시 교섭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종별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경우 협상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교섭 결렬 시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설사들은 노동 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롯데건설은 박지순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노동 리스크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법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이사회 차원의 대응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제도 안착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대형 건설사 간담회와 권역별 설명회를 진행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원론을 넘어선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은형 위원은 "사용자성 확대가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으로 이어질 경우 주택 공급 전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안전관리와 근로조건 개입을 구분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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