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롯데마트가 '빠른 배송' 경쟁에서 뒤처졌던 약점을 AI 자동화 물류로 만회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부산에 온라인 전용 고객풀필먼트센터(CFC)를 열고 24시간 배송을 시작한 데 이어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전국에 물류센터 6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쿠팡과 컬리가 빠른 배송을 앞세워 온라인 장보기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대규모 후발투자가 실제 고객 확보와 수익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배송속도만으로는 기존 사업자와 차별화하기 어려운 만큼 신선식품 경쟁력과 AI 물류 효율을 앞세워 충분한 주문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외관 전경. [사진=롯데마트·슈퍼]](https://image.inews24.com/v1/d25cbc8b1a5def.jpg)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최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열고 가동에 들어갔다.
약 2000억원을 투입한 이 센터에는 영국 리테일테크기업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인 OSP(Ocado Smart Platform)가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최대 1000대 AI 로봇과 빅데이터, 머신러닝을 활용해 상품입고부터 주문·피킹·포장·출하·배송경로 최적화까지 물류 전 과정을 자동화한 게 특징이다.
온라인 전용 센터인 만큼 영업시간 제한도 받지 않는다. 부산과 영남권 약 400만가구를 대상으로 24시간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은 2~3시간 단위로 원하는 배송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내년 대구·울산 등으로 배송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시장진입 시점이다. 롯데마트가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은 시점은 2022년이지만 그사이 온라인 장보기 시장 경쟁구도는 크게 달라졌다. 쿠팡과 컬리가 빠른 배송을 앞세워 고객을 확보하면서 온라인 장보기에서 '빠른 배송'은 차별화 요소가 아닌 기본서비스가 됐다.
롯데마트가 오카도와 손잡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당시에는 온라인 식료품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이미 물류망과 고객 기반을 확보한 사업자들과 정면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경쟁사들은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퀵커머스 강화에 속도를 내왔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물론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까지 배달 플랫폼과 손잡고 근거리 배송망을 확대했다. 점포를 물류거점으로 활용해 고객과 거리를 줄이는 방식이다.
반면 롯데마트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외부 배달 플랫폼과 제휴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외부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늘면 배송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외관 전경. [사진=롯데마트·슈퍼]](https://image.inews24.com/v1/400cc8e97f29b5.jpg)
오카도 사업주체가 당초 롯데온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롯데마트가 2024년 e그로서리 사업을 넘겨받으면서 센터 성격도 온라인 종합 플랫폼에서 식료품, 특히 신선식품 중심으로 재편됐다.
롯데마트가 신선식품 소싱 역량과 오카도 물류 기술을 결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배송시간을 단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선식품 품질과 재고관리까지 자동화해 온라인 장보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대규모 자동화 물류센터 성패를 가르는 것은 최대 처리능력보다 실제 주문량이다. 하루 3만건을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도 주문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자동화 설비 효율을 높이기 어렵고 고정비 부담도 커진다.
부산과 경남은 인구가 밀집해 있어 주문을 모으고 배송동선을 효율화하기에는 유리하다. 하지만 쿠팡과 컬리의 물류망이 이미 자리 잡은 시장이기도 하다. 결국 소비자가 기존 서비스를 두고 롯데마트를 선택할 만한 차별화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무부담도 변수다. 롯데쇼핑 국내 마트 사업은 올해 2분기 42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지만 대형마트 업황자체가 정체된 상황에서 최대 1조원에 이르는 온라인 물류 투자를 이어가는 만큼 투자회수 부담도 적지 않다.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전국에 총 6개 CFC를 구축할 계획이다. 부산에서 영남권 수요와 수익성을 검증한 뒤 수도권 등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롯데마트의 오카도 투자는 단순한 물류 자동화를 넘어 대형마트 사업을 온라인 식료품 중심으로 재편하는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만으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와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오카도의 AI 자동화 기술이 늦은 시장진입을 만회할 차별화 카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배송속도 자체가 더이상 새로운 경쟁력이 아닌 만큼 신선식품 경쟁력과 물류효율을 결합해 고객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고 주문량을 늘리느냐가 사업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노하우와 영국 오카도의 AI 로봇 물류 기술이 결합한 차세대 온라인 물류센터"라며 "부산과 영남권 400만 세대 고객에 산지의 신선함을 정시 배송해 국내 온라인 장보기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